멍게
글/이요조
봄인가보다. 군등내 나는 동치미 마다하고
입덧하는 새댁마냥 새큼한 물김치가 먹고 싶어
냉장고 자투리 무와 양배추 몇 잎을 찾아내어
나박김치를 심심하게 담아놓고는 찰랑이는 봄 속으로 들어간다.
겨우내 억지 동거중인 불청객 감기를
어떡하면 산뜻하게 이별해볼까 싶어 병원 다녀오는 길에
길거리 식품 차에서 꽃멍게 오천 원 어치 사왔다.
바다가 고향인 나는 뭍 한가운데 살면서 늘 바다를 꿈꾸지~
내 사는 곳에서는 아무리 코를 킁킁 거려도 갯내를 못 맡던 그리움이
멍게를 싼 비닐봉지에 코를 박고 눈을 감는다. '아! 봄 바다다'
젊지도 않은 내 몸에 무임승차한 멍청허고 괘씸한 감기씨!
입맛 없어 빌빌거리는 내게서 <옜다 이거나 먹고 뚝 떨어져라!>
멍게밥만들기
멍게 단 돈 오천원 어치~~(3인분 너끈히 나오네요)
반가운 김에 덜컥 사서 집에 들어왔지만 붉은 멍게와 잘 어울릴 새파란 상추도 없고 ....
비빔밥을 뭘로 어떻게 만드나?
냉장고를 뒤졌더니
양배춧잎 두 장, 파 조금, 초고추장 참기름 깨소금, 양념은 이만하면 족하다.
그리고 아침에 먹다 남은 콩나물국도 있으니~
TIP
싱겁게 먹으려 초고추장을 사용했지만...
짭짜름하고 매운맛을 내려면 볶은 약고추장에 비비면 좋다.
멍게를 씻어 썰었다
멍게 안은 마치 뻘같은 것만 빼내주면 된다. (너무 오래 씻거나 주물럭거리지 않는다)
밥을 조금 깔고 썰어놓은 양배추, 그리고 김, 초고추장 얹고 참기름 깨소금뿌리면 끝!!
마늘이나 파는 자칫 멍게 향을 그르칠 수가 있다.
멍게밥과 맑은 생선국(지리)이 더 잘 어우러지지만~~ 맑은 콩나물국도 멍게밥 향기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어때요? 봄 바다 향 가득한 멍게 비빔밥 만들기 쉽지 않나요?
*여성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