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인문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예천이 용궁이란 전설을 왜 가졌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용트림을 하고 있는 건 분명했습니다.

안동을 위시하여 김천 영천 예천이 유교의 민본사상이 깊은 고장입니다.

그런고로 매너리즘에 사로잡혀서 많은 볼거리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토리텔링을 못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알려보겠다고 다짐을 한 듯 합니다.


인문학 분야의 저명인사들을 활용한 셀럽(celeb)마케팅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인문캠프>를 시작되었습니다.


1회 셀럽은 신문사 언론인 출신 작가로 <칼의 노래 ><자전거여행>등이 제가 즐겨 읽고 독후감을 써 본 그의 글입니다.

그나마 작년? 그의 책 <공터에서>를 사다놓고 절반만 읽았습니다.

 나와 비슷한 연배지만...제 느낌에는 과거 민족사가 어렵고 진부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 속에는 불현 듯 빛을 내는 주옥같은 글귀들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이런 <인문캠프> 정보에 어두웠던 제 자신을 실책했습니다.



제가 환호를 지르며 달려 간 2회는 안도현시인님이랍니다.

얼마나 가고싶었으면 1박 2일 집을 비우면서....한 달을 비워도 될 만큼 남편을 위한 반찬을 첩첩히 준비해두고 나왔지요. ㅎ~



실은 김훈씨에 비해 안도현시인님 글은 그다지 접해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안도현씨에게 마구 접근해 볼 계기가 됐습니다.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와 소설<연어>등의 저자 안도현님 을 초청했습니다.
예천시는 또 저희들을 객석으로 초청했습니다.


향후 예천, 고향으로 들어와 사시겠다는 말씀을 했습니다.

1961년 예천에서 태어난 안도현시인은 집안의 장남으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나봅니다.

(안도현님의 어머니와 닭계장 이야기를 직접 듣고...

그는 이리 원광대를 졸업하고

교직에 섰다가 본의 아니게 휴직기를 맞아 고난을 겪고 장수에서도 교편을 복직,  회복했다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우석대학교(교수)에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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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대구매일신문 "낙동강: 등단

2007년 제2회 윤동주문학상 문학부문

2005년 제 12회 이수 문학상

경력 민주통합당 중안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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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6일 우리가 찾은 예천은 때마침 용궁 순대축제로 예천 용궁역앞 장터는 시끌벅적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이만여 관광객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네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전통시장은 손님맞이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예천시의 내노라하는 용궁순대 잔치가 떡 -벌어졌군요.

용궁이니 용왕님도 어련히 계실까마는....용궁하고 순대는 또 무슨 상관일까요?

전...그건 아직도 잘 몰라요,  ㅎ





안도현시인님 글을 먼저 공부해야했습니다.

그 명성이야 두루 알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정확하게 아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집으로 달려오자...안도현님의 국경을 넘어 셰계적인 우화 Top5 안에 <연어>라는 이 동화가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그리고 <갈매기의 꿈>등과 함께 스테디셀러로 그렇게나 유명하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백만부나 팔렸다는군요.


안도현시인은 1990년대  '민중시인'으로

소설같은 동화, 동화같은 소설로  은은한 울림을 주며, 세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눈을 가지신 분

이라고 그렇게 되어 있군요!


저 블로그 역시나 그냥 <이요조` s 나비야 정산가자>에서 <이요조` s 창작실버동화 청산나비>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부끄러웠어요.

동화도 제대로 모르면서 실버동화를 써보겠다고 덤볐으니...

도서관에서 얼른 연어를 찾아 대출해왔지요.

연어의 가장 아름다운 생이...마지막 알을 낳고 삶을 종료하는 순간이라는...그 글이 삶과 죽음, 종족보존!  

우리네 인생과 별 다름없다는 것을 잔잔하게 깨닫게 해주는 글입니다.

그림도 좋군요, 동양화를 공부하신 한병호 선생님의 그림이 살아있습니다.



안도현시인님은 차분하지만 약간 피곤하신 듯...

(참여하러 한양서 내려오신 분들과 예천관광지를 함께 들러보는 이벤트도 계속하셨다네요)

세상을 예리하게 바라본 통찰력 있는 이야기거리를 내심 기대했건만 저으기 속내를 절제하시는 듯 했습니다.




따끈한 신간이라면서 오신 객석에 계신 운좋은 몇 몇 분들에게 돌아 간 <남방큰돌고래>는 당첨자에게 선물로 돌아갔습니다.

부러움을 받은 신간을 잠깐 빌려 흔들리는 버스에서 몇 컷 찍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곧장 달려간 도서관에서 대출하렸더니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군요.

<연어>의 세계를 확장한 환상적인 돌고래 이야기, 연어보다는 글도 많고 좀 더 철학적 사유의 세계를 열어준다는데 얼른 읽고 싶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인문캠프>가 예천용궁역광장 앞에서 열렸는데....

제가 그 날 낮에 가 본 곳!

선몽대가 얼마나 좋은지....이런 장소에서 서로 툭 터놓고 예기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랬다면 아마도 격의없는 전정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을가요?

저도 맘껏 질문하고,

쥐꼬리 만큼이라도 더 배워오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ㅎ~~


잠깐 선몽대의 여름경치를 좀 감상하고 가실까요? 너무 좋았어요!






 7월 6일 첫째날은 용궁역 앞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바로 대형 스피커 앞에 앉아서 아가씨의 소프라노에 귀가 따가웠고 질문자들은 먼저 자기 자신을 내세우기 바빴고,

화장실에 터져 냄새는 진동했고...장소는 좁고 불편했고...

그래도 꾹 참고 다들 견뎌주고 있었습니다. 음력 유월 초나흘 초승달이 반짝이며 ...저도 귀 기우려 동참했습니다.




<인문캠프>의 즐거운 한때



하늘은 무척이나 쾌청했습니다.

용문사에도 들렀습니다.


용문사의 목어를 찍어 일러스트레이터인 지인님깨 보냈더니 영락없이 똑 같은 그림 그려둔 것을 보내왔군요!

어느 게 실물인지 모를 정도군요.



용문사 절집으로 주차장에서 옆으로 들어갔다가

계단 정중앙부로 내려오니 눈이 부리부리하지만 정겨운 사천왕도 만나고

강아지풀이 꽃보다 더 예쁜 자연과도 만나집니다.

시간만 나면 이곳 절집 아랫길이 더 좋았는데...

시간이 축박해 갈 길을 재촉했습니다.



둘째날 인문학 캠프는 초간정입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초간정에서 나누실 모양입니다.

시낭독과 여기서도 노래가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킬 모양입니다.


초간정1 ">/경북문화재자료 제143호  조선시대 정자


<초간정> 앞에 선 "안도현시인"




의자없이 여기저기 쪼그리고 앉으라니 영 불편했습니다.

저같은 허리통증환자는 엄두도 못 낼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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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정에 얽힌 이야기나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7년전...초간장을 처음 만나고

홀딱 반했지요.


그해 추석날 ...갓 시집 온 며느리를 데리고 고향(창녕) 선산을 돌보고

시가 일가분들께 인사 시키고 예천 초간정에 붙어있는(민박)에서 하루를 묵어갔습니다.

문화재와 붙어있으니, 초간정에서 묵어가는 거나 진배없었습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의 후손으로 초간정과 맞닿은 이 곳에서 묵어갔습니다.

추석이래도 늦더위로 많이 더웠는데 모기장을 치고

밤새 정자를 감돌아 흐르던 물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온가족이 하룻밤을 묵어갔던 추억울 잊지 못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방청소를 하느라 방문을 열었더니

바로 초간정 마당입니다.

이런 행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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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나 한 번 뵙고 가려고

초간정 맞은편에 위치한 안채에 들어갔더니,...

처음엔 의아해 하다가 이내 기억해 내시고는 화들짝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다가 이제야 회복했다는...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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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7년의 세월이 흘러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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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여행은 

내겐 정말이지 용궁을 다녀온 것처럼

그렇게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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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85년 8월 5일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143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전20권)을 저술한 조선 중기의 학자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가 1582년(선조 15)에 지은 정자이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버린 것을 1612년(광해군 4)에 고쳐 지었지만 병자호란으로 다시 불타 버려 1642년(광해군 2)에 후손 권봉의가 다시 세웠다. 현재의 건물은 1870년(고종 7) 후손들이 새로 고쳐 지은 것이다. 정자는 용문면 원류마을 앞 굽이쳐 흐르는 계류 옆 암반 위에 막돌로 기단을 쌓고 지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평면에 사각기둥을 세우고 기와를 얹은 팔작지붕집이다. 내부에는 왼쪽 2칸에 온돌방을 만들어 사방으로 문을 달고, 그 외의 부분에는 대청마루를 깔고 사방에 계자난간을 둘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 정자의 현판을 잃고 근심하던 종손이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떠오른 정자 앞 늪을 파보았더니 거기서 현판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두산백과 [본문으로]

 

 

 

 

 

 

 

 

 

 

 

 

 

 

 

지금 예천이다.

요즘 팸투어를 끊다시피 했다.

 

그런데 예천은

"인문학 분야의 저명인사를 활용한 셀럽(celeb, 유명인)마케팅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두 번째 인문캠프에는 경북 예천 출신으로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와 소설 「연어」등의 저자 안도현 시인을 초청한다."

 

첫 인사는 <칼의 노래> <자전거여행>으로 유명한 "김 훈"님을 초대했었다 한다.

 

이번엔 놓칠 수 없다.

은은한 감성의 울림이 있는 동화같은 소설.소설같은 동화를 써서

국경을 넘어 세계 국경을 넘어 세계베스트우화 Top5 어린왕자 .갈매기의 꿈과 나란히 <연어>를 써서 100만부 돌파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1990년대 민중의 시인으로 세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눈이 있어 그를 더 좋아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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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혼자 떠나는 1박2일 여행

집에 혼자 두고 갈 남편이 걸린다.

남편은 이제 절대 팸투어 가지 않겠단다.

왜 아닐까? 나도 그랬는데....

그랬는데.... 이번 여행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이틀간 집 비우기를 양심상 그냥 올 수가 없어 반찬을 또 만들고 또 만들고 ㅡ15일은 비워도 꿈쩍 없겠다.

 

아침 일찍 나오면서 냉장고에 메모를 붙이면서 괴발개발인 글씨지만 찰칵!

 

나도 새벽밥으로 옻닭과 보리밥 ㅡ그리고 열무물김치처럼 잘박한 정구지김치하고 내가 든든하게 잘 먹고 떠나왔다.

 

지금은 선망대 그늘에 앉아서 포스팅하며...

오후 7시 안도현님 인문캠프 시간을 고대해 본다.

 

 

ㅡㅡㅡ현재 한 시간 남짓 안도현시인의 시의 속살 이야기를 듣고 질문했다. (글 다시 쓸게요)

오늘은 음력 유월 초나흘 초승달이 곱다. ㅡㅡㅡ

 

 

점심은 <성보촌/유스호스텔>에서 사과를 베이스로 양념된 제육볶음이 짱이었다.

대체로 채식인 내가 제육볶음을 댓 점 먹어봤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다.

 

 

백두대간 인문캠프<예천 용궁 여행>

http://blog.daum.net/yojo-lady/13747532

http://m.blog.daum.net/yojo-lady/13747532

 

 

 

#백두대간 인문캠프 #안도현 #셀럽마케팅 #예천관광

#선망대 #김훈 #인문마케팅 #성보유스호스텔 #성보촌 내아들밥상 #예천용궁순대축제

 

 

 

 

 

 

 

 

 

 

 

1년 동인 공부했던 그림전시횝니다.

전 ㅡ이모저모로 바쁘다가 그림이라고 특별시리 잘 그린 것도 읍고 대충 두 점 내걸었습니다.

세상사 ㅡ 무에 그리 바쁜일이 많은지 ㅡ

 

하지만 전시장 지키미 당번은 비켜갈 수가 없군요.

어디냐구요?

그건 오실까 두려워서 못 알려드리지요.헤~~~~~♡

심심해서 비치된 책 중에서 ㅡ엄마찾아 삼만리ㅡ를 뽑이 들었습니다.아주 꼬맹이일 때(거의 육십여년 전) 펑펑 울어가며 보던 기억에 말이죠.

 

아 글쎄!

만화에도 영인본이 있다는 사실 첨 알았습니다.

아마도 옛날이라 한글이 약간씩 수정된 것도 있으니 오탈자가 오죽할려구요.

 

뭣도 모를 어린이 때 그렇게 울며불며 본 만화가 글쎄 그렇게 까지 아동용 도서는 아니었군요.

 

폭력도 난무하고 권력이나 돈으로 남의 아내를 뺏기도 하는 ...

도저히 이해가 안갈 어린 나인데도 부분 부분만

씹ㅇ을 수 있는 능력의 부분들만 소화해 냈던 모양입니다.

어젠 만화 한 권 떼고 오늘은 또 다른 책 집어들었습니다. ㅎ

전시장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단풍이 멋진 참으로

가을이 곱습니다.

 

 

 

글을 잘 모르지만 ㅡ

김훈을 잘 모르지만 <자전거여행>하나로도 나는 그를 충분히 좋아한다.

글 하나 하나 감성에 내 안의 깊은 곳에서 공명음이 맑게 울려퍼졌다.

 

미국에 있는 사부인이 들어왔다.

만나게 되면 선물로 전할 책을 몇 권 샀다. 그런데 갑자기 더위를 잡쉈는지 편찮아서 10월에 또 재방문할 때 만나기로 했다

드리기 전에 내가 얼른 읽어야지 하는 욕심에 책표지를 해두고 나 역시 무더위에 허덕였다.

 

어젠 먼 ㅡ 수원까지 전철로 움직일 일이 있어 김훈의 책을 들고 나섰다.! 아무런 할 일도 없고 맞은편 누구에겐가 시선이 불편 할 때 독서는 딱 좋다. 시원하다 못해 가을처럼 춥기까지한 전!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ㅡ 나의 부모세대를 주축으로한 독립운동,그리고 처참한 육이오 ㅡ

김훈씨는 나와 비슷한 동년배로 육이오도 잘 모를 땐데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가 있을까?

간혹은 섬칫해서 미간이 찌푸려지다가 ㅡ 공감력 높은 표현에 입귀가 씰룩거려지기도 했는데ㅡ

 

뭔가 이상하다. 왤까?

김훈님에게서 느끼던 파워의 전율이 약간미미하다.

물론 essay에서 처럼 그를 밀착하듯 가까이여 그 숨결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제서야 앞 페이지에 프롤로그가 없음을 눈치챘다.

에필로그를 찾았다. 그는 기력이 쇠진해서 이 글을 썼다 한다.

칼의 노래를 쓰고 이가 빠졌다는 그!

ㅡ온 몸과 마음과 혼을 불러내어 한 글자 한 글자 연필로 쓰는 그임에 ..

 

공터에서는 더구나 슬프기 보다 가슴이 쓰리다 못해 아리다.

글의 리얼리티에 그저 먹먹하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 사소설이라ㅡ선대들의 기록,사진, 몸짓, 언행 , 이야기,체취로 글을 이어갔단다.

 

ㅡ나도 시답잖은 블질이 17년인가? 어느새

사족같은 미사여구가 사라졌다. 어쩌다 요리를 해도 식탁보를 바꾸고 유기그릇을 꺼내고 수저받침을 놓고 ㅡ 모든 게 생략 생략이다.

내가 예전에 하나도 영양가 읍는 감성비만으로 오동통한 글마저 이젠 간지러워 못쓰겠다.

아니 안나온다. 나이들자 감성이 처서지난 호박잎처럼 퍼석하게 말라 비틀어졌다고 해야하나?

암튼 모든 게 드라이해졌다.

 

 그런 나지만 - 대체로 여성작가의 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이 굵은 남성작가의 글이나 오랜 세월 숙성된 여성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김훈님의 글에서 농익은 빛깔과 서정적 미사여구가 많이 사라졌다.

ㅡ 자전거여행만 해도 그나마 젊은 남자의 체취가 났다.

그랬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물론 역사소설이지만 내가 훅 끌렸던 그의 땀내같은 군더더기가 쏘옥 빠진 글을 읽었다.

 

그런데도 다음이 궁금하고 재미있다. 담백하다.

어찌 ㅡ 피 묻은 태극기가 마구 펄럭이는데 김훈 그의 사유의 체취는 역사소설에서는 사치일까?

 

오늘 ㅡ전시회의 도록 준비댐에 더 이른 그림준비만 없다면 비오는 오늘 단숨에 다 읽어내렸을텐데 ㅡ

 

김훈님 기력만 충전된다면 이제부터 대작이 나오지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좀 바쁜 일 접으면 이 책 다 읽고 나머지 이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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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수와 이도순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하려는지 무척 궁금하다.아마도.노안에 건조증으로 힘들지만 밤 TV 드라마 볼 시간을 포기 해서라도 읽을 것 같다.

 

늦은 장마비가 폭우로 끈질기게 내린다.

무슨 일 크게 치고 넘어가려나?

 

그나마 선풍기 하나로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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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는 '신에게 바치는 노래(Song Offering)' 혹은

'노래로 바치는 제물'이라는 뜻으로 벵골어다.

 

이 시집은 원래 벵골어로 쓰였으나 타고르가 1912년 스스로 영역 출판함으로써 이듬해인 1913년 노벨상을 받게 한 시집이다. 기탄잘리는 아주 유명해서 우리는 그 책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고작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여든다'는 기탄잘리 60번째 시와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그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라고 하는 한국을 노래한 시에 덧붙여져 '그곳은 마음에 공포가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려 있는 곳….' 하는 기탄잘리 35번째 시를 겨우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시집 앞부분에는 당시 유명한 영국시인이었던 W. B. 예이츠가 쓴 긴 서문이 붙어 있다. 타고르보다 10년 늦게 노벨문학상을 받은 예이츠는 당시 서구에서는 유명한 시인이었다. 예이츠 서문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나는 이 번역의 원고를 여러 날 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기차 안에서나 버스의 좌석에서 또는 레스토랑에서도 읽었다. 나는 어떤 낯선 이가 내가 그것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가를 알아차릴까봐 가끔 그것을 덮어야 했다."

 

 

 

 

1

당신은 나를 영원하게 하셨으니, 그것이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배를 당신은 끊임없이 비우시고 신선한 생명으로 영원히 채우고 있습니다.

이 가냘픈 갈대의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너머로 지니고 다니셨으며,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당신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손길에 나의 작은 가슴은 즐거움에 젖어 들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외칩니다.

그칠 줄 모르는 당신의 선물을, 나는 이처럼 작은 두 손으로 받아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은 지나가도 당신은 여전히 채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채울 수 있는 자리는 나에게 남아 있습니다.

2

당신이 나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명령하실 때, 나의 가슴은 자랑스러움으로 인하여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나의 생명 속에 깃들여 있는 거칠고 어긋난 모든 것들이 한 줄기의 아름다운 화음으로 녹아들고 있습니다. 나의 찬미는 바다를 날아가는 새처럼 즐겁게 날개를 펼칩니다.

나는 당신이 나의 노래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오직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 내가 당신 앞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활짝 펼친 내 노래의 날개 끝으로 나는 감히 닿을 수 없는 당신의 발을 어루만집니다.

노래를 부르는 즐거움에 젖어서, 나는 자아를 잃어버리고 나의 주인 당신을 친구라고 부릅니다.

3

당신이 어떻게 노래를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고요한 기쁨 속에서 나는 언제나 당신의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당신이 부르시는 노래의 빛이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당신의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거룩한 생명의 숨결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성스러운 음악의 물결이 온갖 장애물을 넘어 달려갑니다.

나의 마음은 당신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헛되이 가슴만 태우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지금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나의 말이 노래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끊임없이 물결치는 음악의 함정에 나를 빠지도록 만들었습니다.

4

내 생명의 근원이여, 나는 언제나 몸을 깨끗하게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나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제나 나의 생각에서 모든 거짓을 씻어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 속에 깃들여 있는 이성의 등불에 불을 밝힌 진리가 당신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의 가슴에서 모든 죄악을 물리치고 사랑이 피어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가슴 가장 깊은 곳, 그곳에 당신이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나의 행동으로 나타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으로 당신의 권능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5

잠시 동안이라도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은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처리하고 있던 일을 나중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으면 나의 마음은 안정도 휴식도 없습니다. 나의 일은 끝없는 고통의 바다에서 허덕거리는 것이 됩니다.

여름은 산들거리고 속삭임으로 나의 창가에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벌들은 꽃이 피어 있는 정원에서 부지런히 시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당신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여유 속에서 생명의 헌사를 노래할 시간입니다.

6

조금도 망설이지 말고 이 꽃을 따십시오, 덧없는 시간이 흘러서 꽃이 시들고 땅 위에 떨어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 꽃이 당신의 화관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영광스럽게 당신의 손길이 닿는 은총을 입을 수 있도록 이 꽃을 따십시오.

어느덧 해가 저물어 당신에게 꽃을 바칠 여유도 없이 시간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 두렵습니다.

비록 그 색깔은 강렬하지 못하고 향기 또한 진하지 못하지만, 이 꽃으로 당신을 섬기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가기 전에 이 꽃을 따십시오.

7

나의 노래는 장식을 벗어 던졌습니다. 노래는 화려한 옷과 치장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장신구는 우리의 결합에 상처를 만들고, 당신과 나 사이에 끼어 들 것입니다. 요란스럽게 짤랑거리는 소리는 당신의 속삭임을 지워버릴 것입니다.

시인의 허영도 당신의 모습 앞에서 스스로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오, 위대한 시인이여. 나는 당신의 발치에 무릎을 꿇습니다. 당신을 위하여 음악으로 가득 채우는 갈대 피리처럼, 나의 삶을 단순하면서도 올바르게 하십시오.

8

왕자의 옷으로 치장을 하고 목에는 보석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로 장식한 어린아이는 도무지 즐겁게 놀 수가 없습니다. 화려하고 무거운 옷이 걸어갈 때마다 그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옷이 닳아버리는 것이 두려워서, 흙으로 더렵혀지는 것이 두려워서 어린아이는 세상에서 자신을 격리시킵니다. 움직이는 것도 두려워하게 됩니다.

어머니, 옷치장을 하는 당신의 노력은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만약 그것이 대지의 싱싱한 흙으로부터 차단하는 것이라면, 평범한 삶의 위대한 박람회에 입장할 권리를 빼앗아 버린다면 말입니다.

9

오, 어리석은 그대여,. 자신의 어깨 위에 자신을 지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입니까!

오, 거지여. 자신이 집으로 구걸을 하기 위하여 찾아오는 것입니까! 그대의 무거운 짐을 견딜 수 있는 그분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미련의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그대의 욕망에서 일어나는 호흡은 등불의 빛이 꺼지도록 만듭니다. 그것은 불경한 행동입니다. 욕망에 얼룩진 더러운 손으로 선물을 잡지 않도록 하십시오. 오직 신성한 사랑이 주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십시오.

10

당신의 발판은 그곳에 있습니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한 사람이 살고 있는 곳, 당신의 발길은 그곳에 머무르게 됩니다.

당신에게 무릎을 꿇으려고 해도 나의 예배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한 사람들 속에서 당신이 머무르고 있는 저 깊은 곳까지는 미치지 못합니다.

허영심을 품고는 결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들 속에서 헐벗을 옷을 입고 있습니다.

나의 마음은 가장 가난하고 가장 비천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당신이 고독한 사람들의 벗이 되는 그곳에 이르는 길을 아직까지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11

이제 찬송의 노래와 기도를 그만 두도록 하십시오. 문을 닫아버린 사원의 쓸쓸한 구석자리에서 당신은 누구에게 바치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것입니까? 두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십시오.

그 어디에도 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신이 머무르고 있는 곳은 농부가 황폐한 땅을 일구고 있는 곳, 일꾼들이 돌을 깨뜨리고 있는 곳입니다.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신은 열심히 그들과 함께 있습니다. 신의 옷은 언제나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당신도 화려한 옷을 벗고 먼지투성이의 흙더미 속으로 걸어가십시오.

깨달음을 구한다는 것입니까? 그런데 깨달음이 어디에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의 신은 창조의 속박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신은 영원히 우리의 인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명상의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향도 그래도 두십시오. 당신의 옷이 흙먼지로 더럽혀지고 찢어진다고 하더라도 무슨 해로움이 있겠습니까? 당신 이마에 배어있는 땀과 노역 속에서 신을 만나도록 하십시오.

12

나의 여행 시간은 길고 무척 먼 길입니다. 나는 이른 아침에 빛나는 햇살의 수레를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그토록 많은 항성과 유성에 나의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우주로 항해를 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가장 먼 길이며, 그 시련은 가장 단순한 가락을 따라가는 가장 복잡한 것입니다.

순례자는 자신의 집에 이르기 위하여 낯선 문마다 두드려야 하고, 마지막 가장 깊은 성소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바깥 세계를 방황해야 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돌아다니다가 비로소 눈을 감고 말을 합니다.

"당신은 이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오, 어디입니까?"

이러한 질문과 외침은 천 갈래 눈물의 시내로 녹아 내리고

"나는 여기에 있다!"

당신의 확언이 홍수처럼 세계를 범람합니다.

13

내가 부르려고 하였던 노래는 지금까지도 불려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며칠을 그대로 보냈습니다.

때는 적절하지 않았고 말들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오직 내 가슴 속에는 소원의 괴로움이 있을 따름입니다.

꽃은 피어나지 않았고, 오직 바람만 한숨을 쉬면서 지나갈 뿐입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습니다. 오직 나는 당신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를 들었을 뿐입니다.

마루 위에 당신의 자리를 펼치는 일에 긴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등잔에는 아직 불이 켜지지 않았으니, 나는 당신을 청할 수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과 만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만남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14

나의 욕망은 산더미처럼 크고 나의 울음소리는 처절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굳은 거절로 나를 구원하여 주었습니다.

당신의 엄중한 사랑은 나의 생명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내가 부탁을 하지도 않았지만, 당신은 날마다 깨끗하고 커다란 선물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 하늘과 빛, 이 육신과 생명과 마음 이러한 것들을 나에게 베풀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나친 욕망의 위험에서 나를 구해주고 있습니다.

내가 쓸쓸한 모습으로 서성거리는 시간이나, 눈을 떠서 목적지를 향해 서두르는 시간에도 당신은 언제나 냉정하게 모습을 감추십니다.

날마다 당신은 나를 거절하면서 나로 하여금 당신을 더욱 온전히 알게 하십니다. 두렵고 불안한 욕망의 위험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15

당신을 찬미하기 위하여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이 머무르고 있는 이곳의 구석자리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세계에서 나는 할 일이 없습니다. 나의 쓸모 없는 목숨은 노래를 통하여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을 뿐입니다.

어두운 밤, 사원에서 당신의 침묵의 예배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에는, 당신 앞에 나를 세워서 노래를 하도록 하십시오.

아침 하늘에 황금의 하프가 은은하게 울릴 때, 내가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명령하여 주십시오.

16

나는 이 세계의 축제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나의 생명은 진정한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나의 눈으로 직접 보았으며 나의 귀로 들었습니다.

이 향연에서 내가 맡았던 일은 악기를 연주하는 것입니다. 나는 정성스럽게 연주를 하였습니다.

이제 나는 질문을 합니다. 내가 들어가서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당신에게 침묵의 인사를 드릴 때가 마침내 다가오지 않았습니까?

17

당신의 손길에 나를 맡길 수 있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너무 늦어버렸고 태만의 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규칙이나 법을 적용시켜서 밧줄로 재빠르게 나를 묶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피하여 달아납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손길에 나를 맡길 수 있기 위하여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욕설을 합니다. 그들의 욕설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장은 파장을 하고 분주한 일도 이제는 끝났습니다.

나를 찾기 위하여 찾아온 사람들은 화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헛수고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손길에 나를 맡길 수 있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8

구름 위에 또 쌓이는 구름 때문에 지금은 몹시 어둡습니다.

오, 사랑하는 당신은 어찌하여 나를 홀로 문 밖에 기다리게 하고 있습니까?

나는 할 일이 많은 한낮의 시간에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어둡고 쓸쓸한 날에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이 나를 전혀 모른다고 한다면 비가 내리는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먼 하늘의 어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 마음은 좀처럼 찾을 길 없는 바람과 더불어 울부짖으면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19

만약 당신이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의 그 침묵으로 내 가슴을 가득 채워서 살아갈 것입니다. 나는 별이 빛나는 밤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머리를 숙이면서 조용하게 기다릴 것입니다.

마침내 어둠이 사라지고 아침이 밝아 오면, 당신의 목소리는 하늘을 흘러가는 황금의 강물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당신의 말씀은 노래가 되어서 나의 모든 새들의 둥지에서 날아오를 것입니다. 당신의 선율은 나의 숲에서 자라고 있는 나뭇가지의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20

연꽃이 피었던 날, 나의 마음은 헤매고 있었습니다. 나는 꽃이 핀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의 바구니는 비어 있었으며, 그 꽃은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가끔씩 슬픔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묻어나는 한 줄기 감미로운 향기를 맡았습니다.

그 어렴풋한 감미로움은 나의 가슴을 그리움으로 아프게 하였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완성을 찾는 여름의 뜨거운 숨결로 보였습니다.

그것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그것이 나의 소유라는 사실을, 이 완전한 감미로움이 내 자신의 깊은 가슴 속에서 피어난 것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21

나는 배를 저어서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아, 강의 기슭에서 고달픈 시간은 헛되이 흘러갑니다. 나의 신세는 몹시 처량합니다.

봄은 꽃을 피우더니 다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나는 시들어서 빛이 바랜 꽃을 등에 짊어지고 다시 방황하고 있습니다.

거친 물결이 일어나고 제방 위의 그늘진 오솔길에는 마른 나뭇잎이 팔랑거리면서 떨어집니다.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저편 기슭에서 흘러나오는 아득한 노래가 바람 속에서 전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까?

22

당신은 멈추지 않고 비가 쏟아지는 칠월의 깊은 그늘 속을 비밀스러운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어두운 밤처럼 사람들을 피하면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사나운 바람의 부름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깨어 있는 푸른 하늘 위에는 두터운 베일이 덮여 있었습니다.

숲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모든 집들의 문은 굳게 잠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인적이 없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순례자입니다.

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당신, 나의 유일한 친구여, 나의 집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 그렇게 꿈처럼 지나가지는 마십시오.

23

나의 친구여,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 당신은 사랑의 여정을 떠나려고 합니까? 하늘은 마치 절망한 사람처럼 슬프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나의 친구여, 나는 오늘 잠들 수 없어서 문을 열고 어둠 속을 살펴 봅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어느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입니까?

나의 친구여, 어두운 강, 어두운 기슭, 어느 험준한 숲, 짙은 어둠의 길을 지나서 당신은 나를 찾아오고 있는 것입니까?

24

날은 저물고 새소리도 멈추었습니다. 지쳐버린 바람도 수그러들고 있을 때, 짙은 어둠의 베일로 나를 감싸도록 하십시오. 마치 당신이 부드러운 잠의 이불로 대지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혹은 저녁에 연꽃잎을 부드럽게 닫아주는 것처럼.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음식은 바닥나고 옷은 찢어져서 흙먼지에 덮여 있습니다. 당신이 부드러운 밤의 장막으로 감싸주었던 꽃처럼 순례자의 생명 또한 새롭게 만들어 주십시오.

25

권태로운 밤의 시간에는 모든 것은 당신에게 의지한 채 잠들게 하십시오. 당신에게 드리는 예배를 위하여 초라한 준비로 허덕거리게 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하루의 피곤한 눈 위에 밤의 베일을 친 것은 당신입니다. 더욱 신선한 기쁨으로 깨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바로 당신입니다.

26

당신의 나의 곁에 앉아 있었으나, 나의 영혼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얼마나 원망스러운 잠이었겠습니까.

오, 불행한 나의 영혼이여.

당신은 밤이 깊었을 무렵의 고요함 속에서 찾아왔습니다. 하프를 연주하는 당신의 선율에 따라 나의 꿈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아, 나의 밤은 어떻게 이처럼 모두 잃어버리는 것입니까?

아, 당신의 숨결이 나의 잠에 와 닿아도 나는 당신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27

빛이여! 오, 빛은 어디에 있습니까? 타오르는 욕망으로 불을 붙이도록 하십시오.

등불은 있지만 불꽃의 일렁거림이 생겨나지 않는 - 그것이 당신의 운명입니까, 나의 가슴은? 아, 죽음이 당신에게는 훨씬 좋을 것입니다!

비참히 당신의 문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주는 잠에서 깨어나 있습니다. 당신의 주는 밤의 어둠을 통하여 당신에게 사랑의 약속을 구하고 있음을 전해 드립니다.

하늘은 구름으로 덮이고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내부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타오르는 번갯불은 더욱 깊은 어둠을 나에게 보여주고, 나의 가슴은 밤의 음악이 흐르는 어둠 속으로 걸어갑니다.

빛이여! 오, 빛은 어디에 있습니까? 타오르는 소망의 불을 붙여 주십시오! 천둥이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있습니다.

밤은 검은 돌처럼 검은 빛입니다. 어둠 속에서 시간이 흐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당신의 생명으로 사랑의 등불을 켜십시오.

28

나를 억누르고 있는 멍에는 몹시 완고하지만, 내가 그것을 끊으려고 할 때에는 마음이 아픕니다.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은 자유가 전부이지만, 그것을 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당신에게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는 보배가 가득하고, 당신이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믿고 있지만, 나의 방에 가득한 허울 좋은 값싼 물건들을 모두 처분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먼지와 죽음의 베옷입니다. 나는 이 옷을 저주하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의 부채는 많고 실패도 커서 몹시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내가 행복을 바라고 있을 때에는, 나는 나의 기도가 받아들여지는 것이 두려워서 몸을 떨고 있습니다.

29

나의 이름으로 둘러싸인 당신은 감옥에 갇혀서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나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당신의 주위에 담을 쌓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벽이 높아지는 것에 따라서 어두운 그림자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진실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나는 높은 담에 대하여 자랑을 합니다. 그리고 먼지와 모래를 섞어서 담을 바르고 작은 틈도 없도록 합니다. 여기에는 하찮은 구멍이라도 남기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쓸모 없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기에 진정한 자아를 상실하게 됩니다.

30

밀회를 위하여 나는 고독하게 떠났습니다. 그러나 침묵의 어둠 속에서 나의 뒤를 따라오는 그는 누구입니까?

나는 그를 피하기 위하여 옆으로 비켰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그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랑스러운 걸음으로 먼지를 일으키고 나의 말에 참견을 하기도 합니다.

그는 바로 나의 자아입니다. 그는 수치스러움을 깨닫지 못하고있습니다. 나는 그와 함께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몹시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31

"죄인이여, 나에게 알려다오. 누가 너를 가두었는가?"

"나의 주입니다." 죄인이 대답을 하였습니다. "나는 부귀와 권력에 있어서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왕처럼 많은 재물을 보고에 간직하여 두었습니다. 졸음

이 오자 나는 주의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보고 속의 죄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죄인이여, 나에게 알려다오. 이 끊기지 않는 쇠사슬은 누가 만들었는가?"

"그것은 바로 나입니다." 죄인이 대답을 하였습니다. "나는 이 쇠사슬을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는 나의 강한 힘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내가 완전한 자유를 누릴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밤낮으로 뜨거운 불과 제련으로 쇠를 달구어서 사슬을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쇠사슬이 단단히 이어졌을 때, 그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것은 바로 나였습니다."

32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온갖 이유로 나를 묶어두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커다란 당신의 사랑은 다른 것입니다. 당신은 나를 자유로운 상태로 놓아두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그들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그들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가도 그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내가 기도를 올릴 때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나의 마음 속에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아도, 나를 향하는 당신의 사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언제까지나 나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3

그들이 나의 집으로 찾아와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였을 때에는 낮이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작은 방을 차지할 따름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신에게 올리는 기도를 도와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몫만큼 신의 은총을 나누어 받고 싶습니다."

그들은 구석자리에 앉아서 조용하고 온순하게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밤의 어둠 속에서 그들은 난폭하게 나의 신성한 신전으로 침입하였습니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제단에 쌓여 있는 제물을 강탈하였습니다.

34

나의 존재를 조금만 남겨 주십시오. 그 존재에 의하여 당신을 나의 모든 것이라고 부를 수 있도록.

나의 의지를 조금만 남겨 주십시오. 그 의지에 의하여 나는 도처에 있는 당신을 느끼고, 모든 것 속에서 당신을 만나고, 어느 순간에도 당신에게 사랑을 바칠 수 있도록.

나의 존재를 조금만 남겨 주십시오. 그 사슬에 의하여 나는 당신과 영원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뜻은 나의 생명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사랑입니다.

35

마음 속에는 아무런 두려움도 없고 머리를 높이 들어올릴 수 있는 곳,

모든 인식이 자유로운 곳,

세계가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곳,

진리의 근원에서 말이 흘러나오는 곳,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을 내미는 곳,

맑은 이성의 흐름이 무의미한 관습의 거치른 사막에 흘러가지 않는 곳,

당신에게 이끌리는 마음과 생각과 행위가 더욱 발전하는 곳- 주여,

자유의 하늘로 이 나라를 깨우쳐 주십시오.

36

주여, 당신에게 바치는 나의 기도입니다. 나의 마음 속에 깃들여 있는 가난의 뿌리를 잘라내어 주십시오.

나의 기쁨과 슬픔을 조용히 인내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당신에게 바치는 나의 사랑이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가난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거나 오만한 권력 앞에 무릎을 꿇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나의 마음이 일상의 허무한 사건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복종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37

나의 능력은 소진되었으며 여행은 끝났습니다. 길은 막혀있고 음식은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조용하고 은밀한 장소에 나의 몸을 숨길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의 종말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낡은 말이 혀에서 사라지고 있을 때, 새로운 선율이 나의 마음 속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낡은 길이 멀어지고 있을 때, 새로운 나라가 놀라운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38

나는 당신을 원합니다. 오직 당신만을 - 나의 마음이 언제까지나 당신을 원하도록 해 주십시오. 낮이나 밤이나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 모든 욕망은 거짓된 것이며 허무한 것입니다.

어두운 밤이 빛을 숨겨두고 있는 것처럼, 의식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 나는 당신을 원합니다, 오직 당신만을.

폭풍우가 소란을 일으켜서 평온을 위협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언제나 평온으로 끝이 나는 것처럼 나의 반란도 당신의 사랑을 거역하지만 이렇게 말합니다 - 나는 당신을 원합니다, 오직 당신만을.

39

마음이 메말랐을 때에는 자비의 소나기를 내리면서 오십시오.

살아가면서 우아함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노랫소리를 들려주면서 오십시오.

번잡한 일들이 사방에서 나를 묶어 놓았을 때에는 당신의 평화와 휴식을 동반하고 오십시오. 말없는 나의 주여.

구걸을 하는 사람 같은 나의 마음이 구석자리에 웅크리고 있을 때에는 이 문을 열고 위엄으로 오십시오. 나의 왕이여.

욕망에 사로잡힌 나의 마음이 헛된 생각과 먼지로 뒤덮여 있을 때에는 당신의 빛과 천둥을 데리고 오십시오. 성스러운 당신이여, 언제나 깨어있는 당신이여.

40

메마른 나의 가슴 속에, 신이여,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수평선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기를 머금고 있는 구름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고,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기색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뜻이라면, 죽음의 어두운 폭풍우를 보내십시오. 번개를 내려서 하늘이 놀라도록 하십시오.

하지만 가득한 침묵의 열기를 불러들이십시오. 무서운 절망으로 마음을 졸이는 침묵의 날카롭고 냉혹한 열기를.

자비의 구름이 드리워지도록 하십시오. 아버지가 몹시 화를 내고 있을 때,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41

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그들 뒤에 드리워져 있는 어느 그늘 속으로 모습을 숨기려고 합니까? 그들은 먼지가 일어나는 길에서 당신을

밀치면서 지나갑니다. 그들은 당신의 모습을 거들 떠 보지도 않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당신에게 드릴 나의 예물을 준비해 놓고 몇

시간 동안이나 지치도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바구니의 꽃을 한 송이씩 가져가 버렸습니다. 이제 바구니는 거의 비었습니다.

아침이 지나가고 낮이 되었습니다. 다시 저녁 무렵의 그림자 속에 나의 눈은 잠으로 감겨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나를 바

라보면서 미소를 보냅니다.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나는 거지 아이처럼 앉아서 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하여 그들이 물어볼 때, 나는 두 눈을 감으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오,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찾아오겠다고 약속한 것을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결혼지참금을 준비하기 위하여 이 가난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부끄럽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 나는 가슴 속 깊숙이 은밀한 긍지를 품고 있습니다.

나는 풀밭에 앉아서 하늘을 보며 당신이 다가오는 급작스러운 광휘를 꿈꾸고 있습니다. 반짝거리는 모든 빛들과 당신의 수레 위로 펄럭거리는 황금빛 깃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안, 당신은 흙먼지를 헤치고 다가와서 나를 일으켜 세우고, 부드러운 바람에 흔들리는 덩굴처럼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으로 몸을 떠는 이 남루한 구걸 소녀를 당신 앞에 앉히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미끄러져 지나가고 아직까지도 당신의 수레바퀴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행렬이 차례로 소란스럽게 떠들면서 화려한 영광을 떨치고 지나갑니다. 오직 당신만이 그들 뒤에 있는 그늘 속에서 말없이 서 있어야 합니까? 그리고 오직 나만이 헛된 동경으로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뜨거운 눈물로 나의 가슴을 지치게 해야 합니까?

42

이른 아침에 당신과 내가 작은 배를 타고 떠나야 한다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머무를 곳도 없고 끝도 없는 우리의 순례여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기슭도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당신이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귀를 기울여 준다면, 말의 속박에서 벗어난 나의 노래는 물결처럼 자유롭게 풍요로운 선율로 흘러갈 것입니다.

그 시간이 아직도 다가오지 않았습니까?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습니까? 벌써 저녁이 기슭 위에 내려왔고 희미한 빛 속에서 물새들이 둥지를 찾아서 떠나갑니다.

언제 이 사슬이 풀려서 작은 배가 저물어 가는 해의 마지막 빛처럼, 어두운 밤의 영역 속으로 사라질 때를 어느 누가 알겠습니까?

43

그날은 당신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나의 왕이여, 당신은 초대를 받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 사이에 끼여들어서 나의 마음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지나가는 나의 인생에 영원이라는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뜻밖으로 당신의 도장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잊어버렸던 시절의 기쁨과 슬픔의 기억이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당신은 흙먼지에 뒤덮인 나의 유치한 장난을 보면서도, 나를 경멸하면서 떠나가지 않았습니다. 내가 놀이 방에서 들었던 발자국소리는 별에서 별로 메아리치는 그 발자국 소리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44

그늘은 빛을 따라다니고, 여름이 오면 비가 옵니다. 여기에서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 나의 기쁨입니다.

사자들이 미지의 하늘에서 소식을 가져와, 나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인사를 한 다음, 재빨리 길을 재촉합니다.

나의 가슴은 마음으로 물들고,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도 감미롭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나는 문 앞에 앉아 있습니다. 갑자기 행복의 순간이 찾아와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대기는 약속의 향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45

조용한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까? 오십시오, 오십시오, 언제라도 오십시오.

순간마다 해마다 날마다 밤마다 오십시오, 오십시오, 언제라도 오십시오.

나는 언제나 마음의 느낌에 따라 여러 가지의 숱한 노래를 불러 왔지만 그 모든 가락이 언제나 부르짖었던 것은 "오십시오, 오십시오, 언제라도 오십시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사월의 향긋한 날에는 숲 속의 오솔길로 오십시오, 오십시오, 언제라도 오십시오.

비가 내리는 칠월의 어둠 속에도 천둥치는 구름 마차를 타고 오십시오, 오십시오, 언제라도 오십시오.

그치지 않는 슬픔 속에 나의 가슴을 밟는 것은 당신의 발자국, 나의 기쁨을 빛나게 만드는 것은 당신의 발이 밟아오는 황금의 촉감입니다.

46

당신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나에게 다가왔는지 나는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와 별들은 언제까지나 내가 당신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없도록 숨겨두지 못할 것입니다.

아침과 저녁마다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자가 나의 가슴 속으로 다가와서 조용히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나의 생명이 활기에 넘치고 온 몸이 들썩거릴 정도의 기쁨으로 넘치고 있지만, 어째서 그런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일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나는 부드러운 바람 속에서 당신의 향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47

당신을 기다리면서 온 밤을 새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일이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 기다림에 지친 내가 잠이 들었을 때, 당신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오, 친구들이여, 그의 길을 막지 마십시오. 당신의 다가오는 것을.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나를 깨우지 않거든, 나의 눈을 뜨게 만들지 마십시오. 새들의 시끄러운 합창이나 아침 햇살의 축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로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당신이 나의 문 앞으로 온다고 하더라도, 나를 이대로 잠들게 하십시오.

아, 나의 잠이여. 소중한 나의 잠이여. 나는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의 감긴 눈은, 당신의 미소에서 느껴지는 빛을 받아야만 열릴 것입니다. 당신의 잠의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꿈처럼 나의 앞으로 다가올 때.

모든 빛과 모든 형상 중에서도 가장 먼저의 것으로, 당신의 내 앞에 나타나 주십시오. 나의 영혼이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최초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나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신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되도록 하십시오.

48

침묵의 아침 바다는 새소리로 잔물결을 지었습니다. 길을 따라서 피어있는 꽃들은 모두 즐거워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걸어가는 동안 황금의 보화가 구름 사이로 흩어졌습니다.

우리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았으며 놀이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물건을 교환하기 위하여 마을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말도 하지 않았으며 웃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는 길에서 머뭇거리지도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걸음을 더욱 빠르게 재촉하였습니다.

해는 중천에 떠올랐으며, 비둘기는 그늘에서 울었습니다. 시들은 잎들이 한낮의 뜨거운 바람에 춤을 추면서 펄렁거렸습니다.

보리수 그늘에서 졸았던 목동은 꿈을 꾸었고 나는 풀밭에 드러누워서 피로에 젖은 팔과 다리를 뻗었습니다.

친구들은 나를 비웃었습니다. 그들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쉬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은 멀리 푸른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숱한 들판과 언덕들을 넘었고 낯선 나라들을 지나갔습니다. 모든 영광은 당신, 끝없는 길의 영웅적인 주에게! 조롱과 비난이 일어나라고 나를 걷어찼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즐거운 굴욕의 수렁 속으로 흐릿한 쾌감의 그늘 속으로 자신을 던졌습니다.

태양을 수놓은 초록빛 어둠의 안식이 조금씩 나의 가슴을 덮었습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행하는가를 잊어버렸고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늘과 노래의 미로에 나의 마음을 맡겼습니다.

마침내 내가 선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나는 부드러운 미소로 나의 잠을 감싸주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그 길이 멀고 힘겨운 것이었음을, 당신에게 이르는 싸움의 고통을 나는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었을까요!

49

왕좌에서 내려온 당신은, 나의 초라한 오두막집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나는 구석자리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노랫소리가 당신의 귀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당신은 나의 초라한 오두막집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당신의 대청에는 언제나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언제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풋내기의 소박한 노래가 당신의 사랑을 감동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애처로운 한 줄기의 노래가 세상의 위대한 음악과 뒤섞이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 송이의 꽃을 상으로 준비하면서 나의 초라한 오두막집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50

나는 구걸을 하면서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당신의 황금마차가 화려한 꿈처럼 나타났습니다. 나는 왕 중의 왕이 과연 누구일까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나의 희망은 하늘 높이 날아 올랐습니다. 나는 모든 불행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구걸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당신이 베풀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흙먼지를 따라 뿌려지는 보배를 기대하면서 나는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마차는 가까이 다가와서 멈추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다가오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나는 드디어 행운이 순간이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을 하였습니다.

"나에게 무엇을 주려고 하는가?"

아, 당신은 헐벗은 거지에게 손을 내밀면서 구걸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진정으로 왕다운 장난이었습니다. 몹시 당황했던 나는 가만히 서 있다가 가방 속에 들어있던 곡식의 낱알을 꺼내서 바쳤습니다.

날이 저물어서, 나는 가방 속에 들어있던 것들을 모두 바닥에 쏟아 놓았습니다. 나는 초라한 물건들 가운데에서 작은 금구슬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무척 놀랐습니다. 나는 소리를 내면서 슬프게 울었습니다.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는 마음을 내가 가지고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51

밤은 어두워졌고, 우리의 하루 일과는 이미 끝났습니다. 밤에 오시는 마지막 손님도 이미 도착하였고 마을의 문들도 닫혔다고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은 왕이 찾아오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바람 소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등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했습니다. "저것은 왕의 사자야!" 우리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아니, 저것은 바람소리입니다!"

고요한 밤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그것은 천둥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땅이 움직이고 벽이 흔들렸습니다. 그것은 잠 속에서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

이 바퀴소리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잠결에 중얼거리면서 말했습니다. "아니, 그것은 천둥이 치는 구름소리입니다!"

북소리가 울렸을 때에는 몹시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일어나라! 잠시도 머뭇거리지 말아라!" 이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했습니다. "보라, 왕의 깃발이다!" 우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습니다. "머뭇거릴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마침내 왕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등불은 어디에 있고 꽃다발은 어디에 있습니까? 왕을 모실 수 있는 왕좌는 어디에 있습니까? 오, 부끄러움이여! 벗어날 수 없는 부끄러움이여! 왕을 모실 수 있는 방과 장식품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떤 사람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떠들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빈 손으로 왕을 맞이하면서 당신의 빈 방으로 모십시오!"

문을 여십시오. 소라나팔을 울리십시오. 깊은 밤에 우리의 어두운 집으로 왕이 찾아왔습니다. 천둥이 하늘에서 우르릉 거립니다. 어둠이 번개에 몸을 떨고 있습니다. 당신의 낡은 돗자리 조각을 가져 와서 정원에 펼치십시오. 폭풍과 더불어 우의 왕이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무서운 밤의 왕이.

52

나는 당신의 목에 걸려 있던 장미꽃 목걸이를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습니다. -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는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떠나갈 때, 침대 위에 떨어져 있는 한두 개의 꽃잎이라도 줍기 위하여. 새벽이 다가오자, 나는 거지가 적선을 구하는 것처럼 떨어져 있는 꽃잎을 찾아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내가 발견하였던 것이 무엇일까요? 당신의 사랑은 무슨 흔적을 남겨 두었을까요? 그것은 꽃도 아니고 향료도 아니고 향수가 담겨 있는 병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불꽃처럼 번쩍거리고 천둥처럼 무서운 칼이었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온 신선한 빛이 침대를 비추고 있습니다. 아침의 새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물어보고 있습니다. "여인이여, 무엇을 찾았습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꽃도 아니고 향료도 아니고 향수가 담겨 있는 병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무서운 칼이었습니다.

당신이 남겨주신 이 선물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이것은 어느 장소에 감추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연약하기 때문에 그것을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이 부끄럽고, 가슴에 안고 있으면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당신의 선물이기에 나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가슴으로 감싸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부터 나에게는 이 세상의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나의 모든 싸움에 있어서 승자가 될 것입니다. 당신의 나의 동반자로서 죽음을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나의 생명으로 당신의 왕관을 장식할 것입니다. 나의 사슬을 자르기 위하여 당신의 칼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나에게는 이 세상의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쓸모 없는 치장을 모두 벗어 던지고 있습니다. 내 마음의 신이여, 더 이상 구석자리에 숨어서 기다리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겠습니다. 나의 행동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주저하지도 않겠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커다란 장식으로 칼을 주었습니다. 인형과 같은 장식은 조금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53

많은 별들로 장식되고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의 보석을 박아서 만들어진 당신의 팔찌는 몹시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나는 비쉬누 신을 태우고 있는 새가 황혼 속에서 유연하게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당신의 칼이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 칼에는 번개의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죽음의 마지막 일격을 당하고 고뇌의 황홀 속에서 생명의 마지막 전율이 나타나는 것처럼 당신의 칼이 떨고 있습니다. 한 줄기의 강렬한 빛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순수한 불꽃처럼 당신의 칼이 빛나고 있습니다.

별과 보석으로 장식된 당신의 팔찌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칼은, 오, 천둥의 신이여, 바라보거나 생각만 해도 두려운, 가장 극치의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54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귀에 나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이별을 알려줄 때,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우물가에서 나는 홀로 서 있었습니다. 갈색의 물 항아리를 가득히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여자들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함께 갑시다. 아침이 지나가고 낮이 됩니다." 그러나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오셨을 때, 나는 그 발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슬픈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아, 나는 목마른 나그네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몹시 지쳐 있었습니다.

다. 나는 망상에서 깨어나 당신의 손에 항아리의 물을 부었습니다. 나뭇잎은 머리 위에서 살랑거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뻐꾸기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길에서는 바브라 꽃향기가 풍기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의 이름을 물어보았을 때, 나는 부끄러워서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당신이 나의 이름을 기억할만한 무슨 일을 했다는 것입니까? 단지 당신의 목마름이 가시도록 물을 부어 드렸다는 기억이 나의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은 나의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습니다. 아침이 지나가면 새들은 피곤한 음률로 노래를 부르고 나뭇잎은 머리 위에서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55

그대의 마음에는 우울함이 도사리고 있고 눈에는 아직도 졸음이 남아 있습니다. 가시덩굴 사이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다는 소식을 그대는 아직까지도 듣지 못했습니까? 일어나십시오, 오, 일어나야 합니다.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도록 하십시오.

순박하고 쓸쓸한 시골의 자갈길에 나의 친구가 앉아 있습니다. 그를 배반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일어나십시오, 오, 일어나야합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면서, 숨이 찬 하늘이 헐떡거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불타는 모래가 갈증의 자락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다는 것입니까? 그대가 걸어가는 발자국마다 하아프는 고통의 선율로 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56

나의 내부에는 당신의 기쁨이 충만합니다. 당신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오, 하늘의 신이여. 만약 내가 없었다고 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지금 어느 곳에서 머무르고 있을까요?

당신은 나를 행복의 동반자로 선택하였습니다. 나의 가슴 속에는 당신의 끝없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나의 생명 속에는 당신의 의지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왕 중의 왕이었던 당신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하여 아름답게 치장을 하였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으로 흘러서, 두 사람의 완전한 결합 속에 당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57

빛이여, 나의 빛이여, 이 세상을 가득히 채우는 빛이여, 눈에 입을 맞추는 빛이여,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빛이여.

아, 나의 사랑이여, 빛은 나의 생명 속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이여, 빛은 내 사랑의 현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바람이 불어오고 웃음소리가 지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나비들은 빛의 바다에 돛을 올리고 백합과 자스민은 빛의 물결 위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빛은 구름마다 황금으로 뿌려지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이여, 수 많은 보석을 뿌리는 것처럼 흩어집니다.

즐거움이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이여, 끝없는 기쁨이 그치지 않습니다. 하늘의 강물이 기슭을 적시더니 기쁨이 홍수로 넘치고 있습니다.

58

기쁨의 곡조를 모두 나의 마지막 노래 속에 담겠습니다. 기쁨은 대지에 넘치고 풀밭은 자유롭게 흔들립니다.

생명과 죽음이라는 쌍둥이가 드넓은 세상에서 춤을 추는 기쁨, 모든 생명을 폭풍의 웃음으로 일깨우는 기쁨, 활짝 피어난 괴로움의 붉은 꽃잎 위에 눈물을 흘리면서 조용히 앉아 있는 기쁨,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먼지 속에 버리고도 한 마디 말을 하지 않는 기쁨을.

59

그렇습니다. 오, 내 마음의 사랑이여. 나뭇잎 위에서 춤을 추는 황금의 빛과 하늘을 따라서 흘러가는 근심스러운 구름과 나의 이마에 서늘한 기분을 남겨두고 떠나가는 산들바람이 바로 당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아침의 빛이 나의 눈 가득히 넘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마음으로 보내는 당신의 전갈입니다. 나는 위로 얼굴을 들고, 당신의 눈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나의 마음은 당신의 발에 닿습니다.

60

가없는 세계의 해변에 어린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머리 위에는 무한한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다의 파도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가없는 세계의 해변에 어린아이들이 떠들고 춤을 추면서 모여들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즐겁게 놀이합니다. 마른 잎으로 작은 배를 만들어서 깊은 바다에 띄우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이 세계의 해변에서 놀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수영을 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방법도 모르고 있습니다. 진주를 채취하는 어부는 바다 속을 누비고 상인들은 배를 타고 여행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다가 다시 흩어 놓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숨겨진 보물을 찾지도 않고, 그물을 던지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바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파도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해변의 미소는 창백하게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죽음을 실어오는 파도는 어머니가 아기를 요람에 재우면서 들려주는 것처럼,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래를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바다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있습니다. 해변의 미소는 파랗게 빛납니다.

가없는 세계의 해변에 어린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길을 잃은 폭풍우는 하늘에서 방황하고, 배는 사나운 바다에서 난파를 당합니다. 죽음이 엄습하고 있어도,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장난을 즐깁니다. 가없는 세계의 해변에 많은 어린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61

아기의 눈동자에 아물거리는 잠, 그 잠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소문이 있습니다. 반딧불이 어렴풋이 빛나는 숲 속의 어두운 그늘 사이 마을에는 요정들이 살고 있습니다. 마법으로 피운 두 송이의 꽃이 흔들리는 곳에 잠이 깃들여 있습니다. 잠은 그곳에서 찾아와 아기의 눈동자에 입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기가 잠잘 때, 입술에 아른거리는 미소 - 그 미소가 어디에서 생긴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소문이 있습니다. 초승달의 창백한 푸른 빛이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가을 구름 언저리, 이슬에 젖은 아침의 꿈 속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생겼다고 합니다. 아기가 잠잘 때, 그 입술에 아른거리는 미소는.아기의 손발에서 빛나고 있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신선함, 그 신선함이 어디에서 숨어 있는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소문이 있습니다. 아기의 어머니가 아름다운 처녀였을 때, 말없는 사랑의 신비로움이 그 가슴 속에 깃들여 있었습니다. 아기의 손발에서 빛나고 있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신선함은.

62

나의 아가야. 내가 너에게 여러 빛깔의 장난감을 가져다 주었을 때, 나는 구름이나 물 위에 그런 빛깔의 유희가 있다는 사실을, 꽃들이 여러 가지의 빛깔로 물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단다 - 내가 너에게 여러 빛깔의 장난감을 주었을 때, 나의 아가야.

내가 노래를 불러서 너를 춤추게 할 때, 나는 나뭇잎 사이에 음악이 있다는 사실을, 흐르는 물결이 온갖 소리로 합창을 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지의 심장에 닿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 내가 노래를 불러서 너를 춤추게 할 때.

내가 달콤한 것을 너의 손에 전해 줄 때, 나는 꽃잎 속에 꿀이 있다는 사실을, 과일에 단물이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 내가 달콤한 것을 너의 손에 전해줄 때.

내가 너를 웃도록 하기 위하여 입맞춤을 할 때, 나의 아가야, 나는 아침의 햇살을 타고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가를,

여름의 싱그러운 바람이 전해주는 기쁨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 내가 너를 웃도록 하기 위하여 입맞춤을 할 때.

63

당신은 내가 모르고 있던 친구를 알게 하여 주었습니다. 나의 집도 아닌 곳에서 내가 살도록 하였습니다. 당신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가까운 곳으로 가져오고 낯선 사람을 형제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는 정든 집을 떠나야 할 때, 몹시 불안하였습니다. 나는 새집에도 낡은 집이 스며들어 있고, 또한 그곳에도 당신이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생명과 죽음을 통하여,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어디로 나를 인도한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나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 생명의 변하지 않는 동반자가 바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나 닫혀진 문이 없는 것입니다. 오, 나는 기도를 올립니다. 많은 일들에 휩싸여 유일한 당신과의 만남을 놓치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64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쓸쓸한 강둑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가씨, 당신은 외투로 등불을 가리고 어디로 가십니까? 나의 집은 아주 어둡고 외롭습니다. 당신의 등불을 빌려 주십시오!"

그녀는 잠시 동안 검은 눈을 들고 황혼 속에서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강으로 나왔습니다."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하루의 해가 서쪽으로 지게 되면, 강물에 등불을 흘려보내기 위하여." 나는 무성한 풀밭에 서서, 흐르는 물결 위로 무심하게 흘러가는 그녀의 등불을 바라보았습니다. 등불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깊어 가는 밤의 침묵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가씨, 당신의 등불이 빛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등불을 가지고 어디로 가십니까? 나의 집은 아주 어둡고 외롭습니다. 당신의 등불을 빌려 주십시오." 그녀는 검은 눈을 들고 나의 얼굴을 살펴보면서 잠시 동안 머뭇거렸습니다. "나는 저 하늘에."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

등불을 바치기 위하여 이곳으로 왔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무심하게 타오르고 있는 그녀의 등불을 바라보았습니다.

한밤의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가씨, 가슴 가까이 등불을 들고 있는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의 집은 아주 어둡고 외롭습니다. 당신의 등불을 빌려 주십시오."

그녀는 잠시 동안 생각을 하다가 어둠 속에 있는 나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나는 이 등불을 들고."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연등제에 참석하기 위하여 찾아왔습니다." 나는 많은 불빛 사이에서 무심하게 사라져버린 그녀의 작은 등불을 바라보았습니다.

65

나의 신이여, 내 생명이 넘치는 이 잔에서 당신은 어떠한 음료를 마시겠습니까?

나의 시인이여, 나의 눈을 통하여 당신의 창조물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귓가에서 당신의 영원한 조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당신의 기쁨입니까?

당신의 세계는 나의 마음 속에서 말을 형성하고, 당신의 기쁨은 그 말에 음악을 보태고 있습니다. 당신은 사랑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의 내부에서 당신 자신의 온전함에 대하여 감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66

그녀는 내 존재의 깊은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새벽빛이 비추어도 그 베일을 벗지 않았습니다. 신이여, 나는 그녀를 나의 마지막 노래로 감싸서 당신에게 선물로 바치겠습니다.

어떠한 청혼의 말로도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많은 맹세로도 그녀를 껴안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녀를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여러 나라를 방황하였습니다. 내 생명의 열정은 오직 그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의 생각과 행동, 나의 잠과 꿈은 모두 그녀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홀로 떨어져서 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서 그녀를 보려고 하였지만, 실망을 하면서 모두 되돌아갔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보았던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알아주실 때까지, 고독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67

당신은 하늘이고 평온한 보금자리입니다.

오, 아름다운 이여. 그 보금자리에 여러 가지의 빛과 노래와 향기를 채워서 영혼을 감싸주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랑입니다.

아침은 오른손에 화환이 들어있는 황금빛 바구니를 들고 조용히 대지 위에 왕관을 씌워줍니다.

저녁은 발자국도 없는 오솔길을 따라서 목장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목장에는 이미 가축들의 무리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저녁은 휴식의 서쪽 바다에서 황금빛 항아리로 평화의 생수를 길어왔습니다.

그러나 영혼이 비상하는 무한한 하늘이 펼쳐진 곳에는, 때묻지 않은 새하얀 빛이 충만해 있습니다. 그곳에는 낮도 밤도 없고, 형상도 빛깔도 없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의 말도 없습니다.

68

당신의 햇살이 두 팔을 벌리고 대지 위에 도착한 다음, 나의 눈물과 한숨과 노래로 만들어진 구름을 다시 가져가기 위하여 나의 집 문 앞에 하루 종일 서 있었습니다.

당신은 안개가 자욱한 구름의 외투를 별이 많이 달려있는 가슴에 걸친 다음, 그것을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바꾸면서 주름을 잡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빛으로 외투를 색칠합니다.

그것은 너무도 가볍고 너무도 덧없으며, 부드럽고 눈물에 젖고 더러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것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 깨끗하고 맑은 당신이여, 고뇌의 그림자인 구름이 당신의 엄숙한 빛을 가리고 있더라도 말입니다.

69

나의 혈관을 따라 밤낮없이 흐르고 있는 이 생명은 세계 속으로 흘러들면서 율동적인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생명은 대지의 먼지 속을 지나면서, 무수한 풀잎으로 싹트거나 나뭇잎과 꽃들의 격렬한 파도로 변하는 것입니다.

생명이 탄생과 죽음의 바다에 떠 있는 요람 속에서 조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의 몸이 생명으로 가득 차 있는 세계의 촉수에 의하여 영광스럽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나의 피 속에서 춤추고 있는 여러 세대의 생명이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70

이러한 음률의 기쁨으로 즐거워하는 것도 그대의 영역 밖입니까?

두려운 환희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 다음, 자취를 잃고 깨어지는 것이.

모든 것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어떠한 힘도 그들을 막지 못합니다. 그들은 거침없이 흘러갑니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빠른 음악에 발을 맞추어, 계절이 춤을 추면서 다가왔다가 다시 사라지고 있습니다. 빛깔과 음악과 향기는 풍성한 기쁨 속에 끝없는 폭포처럼 순간마다 흩어졌다가 절망을 하면서 사라집니다.

71

나는 소중하게 간직하던 자신을, 사방으로 향하게 하여 당신의 아름다운 빛에 그림자를 던져야 합니다 - 이것은 당신의 '마야'입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존재에 울타리를 치고, 무수한 곡조로 당신의 분신을 부릅니다. 당신의 분신은 나의 내부에도 깃들여 있습니다.

절실한 노래는 온 하늘을 통하여 여러 빛깔의 눈물, 미소, 공포, 희망이 됩니다. 물결이 밀려와서는 다시 부서지고, 꿈이 깨어졌다가 다시 이루어집니다. 나의 내부에서 당신은 스스로 이기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세운 막에는 낮과 밤의 붓으로 수많은 형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뒤에 마련되어 있던 당신의 자리는 놀라운 신비의 곡선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불모의 직선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신과 나의 놀라운 장관이 하늘 가득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의 곡조로 대기가 온통 진동을 합니다. 그리고 모든 세대를 거치면서 당신과 나는 숨바꼭질을 합니다.

72

가장 깊은 곳에서 머무르고 있는 당신은 신비스러운 손길로 나의 존재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마법의 주문으로 나의 두 눈에 신비로운 힘을 주고, 기쁨과 고뇌의 선율로 연주하면서 나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금빛과 은빛, 파랑 색과 초록색의 미묘한 빛깔로 환상의 직물을 직조하고 '마야'의 비단을 짜서 그 주름 사이로 발끝을 보여줍니다.

당신의 발에 나의 손이 닿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립니다.

많은 날이 흘러가고, 세월은 지나갑니다. 당신은 언제나 변함없이 여러 가지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기쁨과 슬픔의 많은 법열 속에서 나의 마음을 감동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73

나에게 있어 해탈이라는 것은 체념 속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수많은 환희의 속박 가운데 자유로움의 포옹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위하여 여러 종류의 빛깔과 향기가 감도는 신선한 술을 부어주고 있습니다. 이 잔에 가득히 채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나의 세계는 당신의 불길로 인하여 수많은 등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당신 사원의 제단 위에 바칩니다.

나는 감각의 문을 닫지 않을 것입니다. 보고 듣고 손길이 닿는 기쁨은, 당신의 환희를 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모든 환상은 기쁨의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며, 나의 모든 욕망은 사랑의 열매가 될 것입니다.

74

날은 저물고 땅거미가 대지를 뒤덮습니다. 강가로 나가서 항아리에 물을 가득히 길어올 때가 되었습니다.

저녁 바람은 강물의 슬픈 음악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 저녁 바람과 물소리가 나를 황혼 속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쓸쓸한 오솔길에는 인적이 모두 끊어졌습니다. 강물에는 잔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창 가에 정박하고 있는 작은 배 위에서 낯선 사람이 현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75

당신의 선물은 우리의 모든 요구를 부족하지 않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도 줄어드는 일이 없이, 당신에게로 되돌아 갑니다.

강물을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벌판과 마을을 가로질러 달려갑니다. 하지만 강물의 끊임없는 흐름은 당신의 발을 씻어주기 위하여 다시 굽이쳐서 되돌아 갑니다.

꽃은 향기를 풍기면서 대지를 달콤하게 만들지만, 그 마지막 의무는 당신에게 몸을 바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예배를 드리는 것은, 이 세상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시인의 말을 들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의미를 찾아내지만, 그 마지막 의미는 당신을 향하는 것입니다.

76

오, 내 생명의 신이여. 날마다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두 손을 모으고, 오, 이 세계의 신이여. 나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고독과 침묵의 영역에 잠겨 있는 당신의 위대한 하늘 아래에서,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고난과 투쟁으로 소란스러운 당신의 세계에서, 바쁜 사람들의 무리와 뒤섞이면서도 나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나의 일이 이 세상에서 끝나게 될 때, 오, 왕 중의 왕이여.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홀로 당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77

나는 당신을, 나의 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과 떨어진 곳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당신을 나의 것으로 여기지도 못하고 가까이 접근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나의 아버지라고 생각하

면서 당신의 발 아래 머리를 숙입니다. 친구의 손을 잡는 것처럼 당신의 손을 잡지도 못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다가와서, 당신이 나의 것이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가슴에 껴안으면서도, 나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내 형제 중의 형제입니다. 그러나 나는 다른 형제들을 세심하게 보살피지 않습니다. 나의 소득을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당신과 나누려고 할 따름입니다.

즐거운 시절이나 괴로운 시절에도 나는 다른 사람들 편에 서려고 하지 않고, 다만 당신의 곁에 서려고 합니다. 나는 내 생명을 버리는 것을 주저하기에, 위대한 생명의 바다에 감히 나의 몸을 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78

만물이 창조되었습니다. 모든 별이 처음으로 빛나기 시작했을 때, 하늘에 모인 여러 신들은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 완성의 모습이여, 진정한 희열이여!"

그러나 어느 신이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딘가의 빛줄기가 끊어져서 별 하나를 잃어버렸습니다."

여러 신들이 연주하던 하아프의 황금 현이 끊어졌습니다. 그리고 노래도 멈추어지게 되었습니다. 신들은 몹시 당황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잃어버린 별은 가장 좋은 것이었습니다. 하늘의 영광이었던 별입니다."

여러 신들은 그 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별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기쁨을 잃어버렸다는 외침이 퍼져나갔습니다.

고요한 밤이 되었을 때, 별들은 서로 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 별을 찾아다니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깨어지지 않는 완전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79

만약 내가 지금의 삶에서 당신을 만나지 못하는 운명이라면, 내가 당신을 만나지 못해서 언제나 아쉬움에 잠기도록 하십시오.

내가 당신을 잠시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꿈을 꾸거나 잠에서 깨어나서도 당신을 만나지 못하는 슬픔의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내가 이 세상의 혼잡한 거리에서 살아가고, 나의 두 손에 커다란 이득이 담겨지게 되더라도, 내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언제나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삶에 지쳐버린 내가 길가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먼지 속에 서 자리를 펼치더라도, 아직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 남아있다

는 사실을 언제나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내가 잠시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꿈을 꾸거나 잠에서 깨어나서도 슬픔의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나의 방들이 모두 화려하게 장식되고 피리 소리가 들리고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을 때, 내가 당신을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제나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내가 잠시도 잊어버리지 않도록, 꿈을 꾸거나 잠에서 깨어나서도 슬픔의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십시오.

80

나는 가을 하늘을 공허하게 떠도는 구름조각과 같습니다.

오, 영원히 빛나는 나의 태양이여. 당신의 손길은 아직도 나의 수증기를 완전히 녹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의 빛과 하나가 되지 못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당신과 분리된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당신의 소원이고 장난이라면, 나의 허무한 마음을 잡아서 채색하고 도금을 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변덕스러운 바람에 나를 맡겨서 여러 가지의 기적으로 펼쳐지도록 하십시오.

밤이 되어서 당신이 장난을 멈추려고 할 때에는, 나는 녹아서 어둠 속으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혹은 하얀 새벽의 미소 속으로 혹은 투명하고 순결한 차가움 속으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81

헛되이 지나간 많은 날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하여 몹시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닙니다. 신이여, 내 삶의 모든 순간을 당신은 손으로 마주 잡아 주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존재의 내밀한 장소에 숨어서 씨앗을 길러 싹트게 하고, 봉오리는 꽃을 피우도록 하고, 꽃은 풍부한 열매를 수확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몹시 피곤하였던 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이 기적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82

신이여, 당신의 손 안에서 시간은 무한합니다.

당신의 시간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낮과 밤이 지나가고 세월이 꽃처럼 피었다가 사라집니다.

당신은 기다림의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몇백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한 송이의 작은 들꽃이 피어나도록 합니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리면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조금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어주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당신의 제단에는 제물이 놓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비어있는 것입니다.

해가 저무는 무렵에, 나는 당신의 문이 닫히는 것이 두려워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문 앞에 도착한 다음,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83

어머니, 내 슬픔의 눈물로 당신의 목에 걸어드릴 수 있는 진주 목걸이를 엮겠습니다.

별들은 그 빛을 연결해서 당신의 발목에 매달 수 있는 장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든 장식은 당신의 가슴에 드리워질 것입니다.

부귀와 명성은 당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을 베풀거나 베풀지 않는 것도 당신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슬픔은 모두 나의 것입니다. 내가 슬픔의 제물을 당신에게 바칠 때, 당신은 자비로 보답할 것입니다.

84

이 세상 널리 퍼지면서, 끝이 없는 하늘에 무수한 형상을 낳는 것은 고독의 슬픔입니다.

깊은 밤에 조용히 별을 지켜보다가, 비가 내리는 칠월의 어둠 속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서정의 소리를 듣는 것도 고독의 슬픔인 것입니다.

우리의 가정에서 사랑과 욕망이 깊어지고, 괴로움과 기쁨이 깊어지는 것도 널리 퍼지는 슬픔인 것입니다. 시인이었던 나의 가슴 속에서 언제나 녹아 흐르고 있는 노래도 바로 슬픔입니다.

85

전사들이 주인의 집에서 처음으로 나왔을 때, 그들의 힘을 어느 장소에 감추어 두었을까요? 갑옷과 무기는 어느 장소에 있었을까요?

전사들은 초라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전사들이 주인의 집에서 나왔던 날, 그들 위에는 많은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전사들이 다시 주인의 집으로 되돌아갔을 때, 그들은 어느 장소에 힘을 감추어 두었을까요?

전사들은 칼을 버리고 활과 화살도 모두 버렸습니다. 전사들의 얼굴에는 평화가 깃들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습니다. 전사들은 주인의 집으로 다시 되돌아갔던 것입니다.

86

당신의 하인이었던 죽음이 나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죽음은 당신의 기별을 나에게 알리기 위하여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밤은 어둡고, 나의 마음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등불을 들고 문을 열어서, 친절하게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나의 문 앞에 서 있는 죽음은, 당신의 사자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면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나는 죽음의 발 아래 내 마음의 보물을 모두 펼쳐 놓았습니다.

의무를 모두 수행한 죽음은, 아침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면서 돌아갑니다. 쓸쓸한 집에는 버림을 받은 나의 자아만이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나의 자아는 당신에게 바치는 마지막 예물입니다.

87

절망적인 희망을 품고 나는 그녀를 찾기 위하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집은 작고 한 번 잃은 것은 다시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섭리는 무한합니다. 나의 신이여. 그녀를 찾는 도중에 나는 당신의 문 앞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저녁 하늘이 드리우는 황금의 덮개 아래 서 있습니다. 그리고 눈을 들어 당신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봅니다.

나는 영원의 가장자리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질 수 없습니다.

희망도 행복도 눈물 속에 바라본 얼굴의 환상도.

오! 나의 텅 빈 삶을 그 바다에 담그십시오. 가장 깊은 충만함 속에 던져 넣으십시오. 단 한 번만이라도 우주의 완전함 속의 사라진 달콤한 접촉을 느끼게 하여 주십시오.

88

황폐한 사원의 신이여! 비나의 끊어진 현은 더 이상 당신을 찬미하지 않습니다. 저녁의 종소리도 당신을 위한 경배의 시간을 알리지 않습니다. 당신을 둘러싼 대기는 적막하고 고요합니다.

당신의 쓸쓸한 거처로 떠돌아다니는 봄날의 미풍이 찾아옵니다.

봄바람은 꽃의 물결을 몰고 옵니다. 그러나 당신을 경배하는 꽃은 더 이상 바쳐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늙은 경배자는 여전히 거절당한 은혜를 갈망하며 떠돌고 있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불과 그림자가 어둠의 희미함 속에 뒤섞이는 시간에, 그는 마음에 굶주림을 간직하고 버려진 사원으로 되돌아옵니다.

많은 축제의 날들이 소리없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황폐한 사원의 신이여! 많은 예배의 밤이 등불도 밝히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립니다.

많은 새로운 우상들이 교묘한 기술의 대가들에 의해 세워졌다가 때가 되면 망각의 성스러운 흐름 속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오직 황폐한 사원의 신만이 영원한 무관심 속에 경배하는 이도 없이 남아 있습니다.

89

더 이상 시끄럽고 요란스러운 말을 하지 말아라. 이것이 내 주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속삭입니다. 나의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말들은 노래의 가락 위에 실릴 것입니다.

사람들은 서둘러 왕의 시장으로 갑니다. 사고 파는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일이 바쁜 한낮에 때 아닌 휴식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비록 그들의 때가 아닐지라도, 나의 정원에 꽃들이 피어나게 하십시오. 한낮의 벌들도 게으른 붕붕거림을 내게 하십시오.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나는 선과 악의 투쟁으로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텅 빈 날들의 유희가 나의 마음을 당신에게로 이끌어 갑니다. 그러나 이렇게 쓸데없는 엉뚱한 일들로 갑작스럽게 부르신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90

죽음이 당신의 문을 두드리는 날, 그대는 무엇을 내놓으시겠습니까?

오, 나는 나의 손님 앞에 삶으로 가득 찬 그릇을 차려놓겠습니다.

결코 빈 손으로 죽음을 떠나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내 생명의 마지막 시간에 죽음이 나의 문을 두드리는 날, 나는 모든 가을날과 여름날 밤의 향기로운 열매들을, 분주한 삶에서 얻은 모든 수고와 이삭을 죽음 앞에 바칠 것입니다.

91

오! 그대, 삶의 마지막 완성인 죽음이여. 나의 죽음이여, 다가와 나에게 속삭여 주십시오.

날마다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으로 인하여 나는 삶의 고통과 즐거움을 견디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모든 것, 내가 가진 것과 희망하는 것 그리고 나의 모든 사랑은 깊은 신비 속에서 그대를 향하여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그대의 눈길이 스쳐갈 때, 나의 삶은 영원히 그대의 것입니다.

신랑을 위해 꽃은 엮어지고 화환이 준비됩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신부는 그녀의 집을 떠나, 밤의 고독 속에서 주인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92

더 이상 이 세상을 볼 수 없는 그날이 올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인생은 나의 두 눈에 마지막 장막을 드리우고 침묵 속으로 떠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별은 어두운 밤을 비추고 아침은 또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시간은 바다의 물결처럼 일어나서 쾌락과 고통을 던져 놓습니다.

나의 마지막 시간을 생각할 때, 시간의 빗장은 부서지고 나는 죽음의 빛을 통해 홀대받는 보물로 가득 찬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가장 비천한 자리도 없고 저속한 삶도 없습니다.

내가 헛되이 갈망했던 것들과 손에 넣은 모든 것들을 버리게 하십시오. 내가 이전에는 하찮게 여기고 지나쳐 버렸던 것들을, 진정으로 소유하게 하십시오.

93

나는 떠나갑니다. 작별 인사를 하십시오, 나의 형제들이여!

당신들 모두에게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고 나는 떠나갑니다.

여기, 내 집의 열쇠를 남겨둡니다. 그리고 내 집에 대한 모든 소유를 포기합니다. 단지 당신의 친절한 마지막 인사만을 원할 뿐입니다.

우리는 오랜 이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이제 날은 저물고 나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던 등불도 꺼졌습니다. 나를 부르는 이가 도착했으니, 나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94

내가 떠나가는 이 시간에 행운을 빌어주십시오, 나의 친구들이여!

하늘은 노을로 불게 물들었고 나의 길은 아름답게 놓여 있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떠나느냐고 나에게 묻지 마십시오. 나는 빈 손과 희망에 찬 가슴만을 지니고 나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나는 결혼식 예복을 차려입을 것입니다. 나의 예복은 여행자들이 입는 적갈색 옷이 아닙니다. 비록 나의 여행길에 위험이 있을지라도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나의 여행이 끝날 때면, 저녁 별이 반짝거릴 것입니다. 그리고 황혼의 풍요로운 노랫소리가 왕의 문전에서부터 울려 퍼질 것입니다.

95

내가 처음으로 생명의 문턱을 넘어섰던 그 순간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깊은 밤 숲 속의 꽃봉오리처럼 이 엄청난 신비의 세계로 나를 피어나게 하였던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침에 햇살을 바라볼 때면, 나는 한 순간 이 세상이 낯설지 않음을 느낍니다. 이름도 없고 형체도 없는 신비가 어머니의 품처럼 나를 감싸 안고 있습니다.

그러하듯이 죽음도, 똑같이 내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것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내가 이 삶을 사랑했기에 죽음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오른쪽 젖가슴을 앗아가면 아기는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왼쪽 젖가슴에서 위안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96

내가 이곳을 떠날 때, 이것이 나의 작별 인사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내가 보아왔던 것은 더없이 훌륭한 것이었다고.

나는 빛의 바다에 펼쳐진 연꽃 속에 감추어진 꿀을 맛보았고, 그러므로 나는 축복 받은 자였다고 이것이 나의 작별 인사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무한한 형상의 이 극장에서 나는 나의 연극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는 형상 없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닿을 수 없는 당신의 손길로 나의 온 몸과 사지는 떨렸습니다.

만약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려면, 이제 오도록 하라는 이것으로 나의 작별 인사가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97

당신과 함께 연극을 할 때,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도 결코 물어 보지 않았습니다. 나는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몰랐습니다. 나의 삶은 사납게 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았습니다.

이른 아침, 당신은 깊이 잠든 나에게 친구처럼 찾아오고는 하였습니다. 그리고 숲 속의 빈터마다 나를 이끌며 뛰어다녔습니다.

그때에는 당신이 나에게 불러주는 노래의 의미를 결코 알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의 목소리는 곡조를 따라 부르고 나의 마음은 흥에 겨워 춤을 추었을 뿐입니다.

이제 즐거이 놀던 시절은 끝나고 갑자기 나에게 들이닥친 이 광경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발 앞에 시선을 숙인 세상은 침묵하는 모든 별들과 함께 놀라움 속에 서 있는 것입니다.

98

나는 나의 패배를 전리품과 화환으로 당신을 장식할 것입니다.

정복을 당하지 않고서 도망칠 수 있는 힘이 나에게는 조금도 없습니다.

나의 자만심은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의 생명은 극심한 고통 속에 터져버릴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의 텅 빈 가슴은 구멍 뚫린 갈대처럼 음악이 되어 흐느낄 것이며 돌도 녹아 눈물로 흐를 것입니다.

연꽃에 피어있는 백 개의 꽃잎도 영원히 닫힌 채로 있지 않을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꿀을 간직한 비밀의 장소도 드러나고 말 것입니다.

푸른 하늘에서 어떤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며 침묵 속에서 나를 소환할 것입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 무엇도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발 앞에서 나는 온전한 죽음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99

내가 방향타를 놓아버렸을 때, 나는 당신이 그것을 잡을 때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즉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항하여 다투는 것은 헛된 일입니다.

그렇다면 손을 치우고 조용히 패배를 견디거라, 나의 심장이여.

여기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거라.

내 생명의 등잔들은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에도 꺼져갑니다.

그것에 다시 불을 붙이려고 애를 쓰다가 나는 다른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는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혜롭게 행동하겠습니다. 어둠 속에서 마루 위에 자리를 펴고 나는 기다릴 것입니다. 당신이 원하실 때에는 언제든지, 나의 신이여, 조용히 다가와서 이곳에 앉으십시오.

100

형상이 없는 완전한 진주를 얻고 싶어서 나는 형상의 깊은 바다 속으로 깊숙이 잠수하여 들어갔습니다.

풍파에 시달린 나의 배로는 더 이상 이 항구에서 저 항구로 떠돌아 항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난 삼아 물결에 떠돌아 다니던 그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 나는 죽음이 없는 그곳으로 깊이 뛰어들기를 열망합니다.

깊이도 모르는 심연의 곡조 없는 음악이 울려 퍼지는 회당 안으로 나는 생명의 현을 가지고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영원의 곡조에 맞추어서 연주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현이 마지막 흐느낌을 다하는 순간, 나는 침묵의 발치에 소리 없는 현을 내려놓겠습니다.

101

나는 일생동안 나의 노래로 당신을 찾아다녔습니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나를 인도한 것은 나의 노래였습니다. 노래로 나는 세상을 찾고 더듬으며 나 자신을 느껴왔습니다.

내가 배웠던 모든 것들을 가르친 것은 바로 나의 노래였습니다.

그것은 감추어진 길을 보여주었으며, 내 마음의 수평선 위에 떠오른 수많은 별들을 나의 눈 앞에 펼쳐서 보여주었습니다.

나의 노래는 기쁨과 고통의 신비스러운 나라로 하루 종일 나를 인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의 끝에 이르는 저녁이 되면 그 노래는 어떤 왕궁의 문으로 나를 데려다 줄까요?

102

나는 당신을 알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모든 작품에서 당신의 형상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찾아와서 나에게 물어봅니다. "그는 누구입니까?"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은 말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나를 비난하고 무시하면서 떠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곳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영원한 노래로 부릅니다. 비밀이 나의 마음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찾아와서 나에게 물어봅니다. "모든 의미를 알려 주십시오."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모르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 누가 그 의미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나를 비난하고 무시하면서 떠나가 버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곳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103

나는 일심으로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신이여, 나의 모든 감각을 펼친 다음, 당신의 발 아래 엎드려서 이 세상에 닿도록 하십시오.

아직 모두 쏟아지지 않은 소나기를 머금고 낮게 드리워져 있는 칠월의 비구름처럼,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 당신의 문전에 나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하십시오.

나의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 나의 모든 노래의 다양한 선율도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서 침묵의 바다로 흐르도록 하십시오.

밤이나 낮에도 고향이 그리워서 산 속의 오래된 둥지로 날아가는 학의 무리처럼, 마음을 모아서 당신에게 귀의합니다. 나의 생명을 바쳐서 영원한 고향으로 떠나도록 하십시오.

 

 

 

* 혼불문학관 *

 

혼불문학관은 몇 번이나 드나들었지만 여태 단 한 줄의 글로도 쓰질 못했다.

<혼불>을 떠 올리면 암울한 시대의 아픈 이야기보다 내 손가락, 생인손 앓듯한 내 지난날의 통증이 먼저 쫓아 나올 것만 같아서 차마 입을 꾹 닫고 있었다.

 

2015년 11월 11월에 찾은 문학관을 오르는 계단 중간에서 시들어가는 붉은 맨드라미꽃을 보았다.

피처럼 붉은 꽃 맨드라미~~

마치 그렇게 자신을 붉게 불사르며 시들어 갔을 최명희님을 뵙는 것 같아 서럽게 셧터를 눌렀다.

 

1998.12월 11일에 에 장편소설 혼불작가 최명희님의 별세소식을 들었다.

그 당시에는 <혼불>을 읽진 않았지만 매스컴에서 하도 떠들석해서 언젠가 읽어보리라 생각했던 게 4 년이나

지나서야 손에 쥐어 볼 수가 있었다.

제 4 권을 읽고 뭐라고 중언부언 쓴 글이 아직도 블로그에 있는 걸 보면....

10권을 채 다 읽었는지...지금 생각해보니 마지막이 마지막인양 그리 선명하게 끝나지 않았던 것도 같고

<혼불>을 읽는 그 당시 내 상황도 혼불의 시대처럼 지극히 암울했었다.

 

2002년은 병원생활중이었다.

당시 병원에 수레에 문고를 끌고 오는 봉사자들이 있어서 책을 쉽게 빌려 볼 수가 있었다.

나는 기꺼이 <혼불>을 읽으며...다음책 1,2,3,4를 읽어 나갔다. 블로그에 끄적거린 걸 일부분 다시 되돌려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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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 님의 '혼불' 4권을 읽다가
마음에 집히는 대목이 있어서 옮겨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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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이름 없는 아녀자가 제 쓰던 바늘이 부러진 것을 보고 애통히 여겨
조침문(弔針文)을 쓴 여인이
있었던 것처럼,
손때 묻은 바가지 한 짝 깨트린 것을 슬프게 여기어 조표자가(弔瓢子歌)를 애절하게 써서
마음을 달래며 바가지한테는 침중 위로를 한 글도 있다.

이러한 노릇이 바로 마음 가진 인간이 저절로 취허게 되는 '짓'이며,
발전허면 '도리'가 되는 것이다.

생명없는 바늘 한 개, 바가지 한짝에도 간곡한 제문을 지어 이제는 명을 다한 물건과 사람이
서로 교감을 할진대, 하물며 우주의 영물이라 하는 사람이랴

이를 증명하여 소고당(紹古堂)이라고 당호를 쓰던 고씨 부인은 궁체 달필로
두루마리에 규방가사 한 편을 남기었으니, 이름하여 '조표자가'이다.


오호통재 오호애재 다락방을 청소하다
아차실수 손을 놓아 두쪽으로 내었으니
애닯도다 슬프도다 이바가지 어이하리
아름답고 고운자태 삼십년을 곁에두고
너를사랑 하였거늘 차마못내 아까워라
모시끈에 합쳐보자 에고에고 내바가지

........중략


여름이면 주렁주렁 무겁게 열어 지붕이나 토담에 지천으로 익어 가는 박을 따서
그 반쪽으로 만든 바가지 한 개도, 하루 이틀 아니요 삼십 년을 곁에 두고 아침저녁 손에 들면
그 것이 어찌 한낱 물건이리.
정령이 스밀 일이었다.
사람의 기운은 독한 것이라

그 손이 닿는 것은 인(燐)이 묻어 한밤중에도 파랗게 불을 켜고 심지어는 부지깽이나
몽당 빗자루 같은 것도 쓰다가 아무데나 내버리면 저 혼자 도깨비가 된다.
저한테 스민 사람의 기운을 이용한 변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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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엣 글은 옮겨 쓴 '혼불'의 일부분 발췌문)

 

여기서 나는 정령이 스밀 일이라~는 대목에서 이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옛 조상 님들의 정령이 깃 든 듯한 물건을 정신 없이 좋아한다.
왠지... 옛 사람들과.. 시공을 초월해서
그 정령들을 만나 보고 지고 할 것도 같아
그 가신 분들의 숨결이 들려오기도 하고
그 분들의 영혼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조건 좋다.

오랜 세월의 때가, 오랜 숨결이 묻어날수록  내밀한 많은 이야기가 숨겨진 것 같은 그런 옛 물건이 너무 좋아서

 갓 태어난 빤지레한 물건보다 정령이 깃든 듯한 옛 물건을 수집하기를 좋아하는데...

울퉁불퉁 집에서 만든 듯 곱지 않지만 정이 가는 떡살!

손 때가 묻어  반지르르해진 떡살, 이 물건의 참 주인 그 삶은 어떠했을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남편이 직접 깎아 만들었을 그 정성이  그 사랑이이 내게도 마구 전해지는 듯 하다.

 

내 어머니가 쓰시던 인두 하나에도..내 어머님의 숨결을 손결을 바느질하시던 모습이 서려있고..

 

어찌 손 때 묻은 한낱 물건인들 그 주인의 성정을 아니 닮을손가?
그 주인의 애틋한 보살핌 같은 사랑을 어이 모르랴!
내가 왜 지금 이 글을 쓰려고 발췌해냈는지...

 

사실은 병원에서 울려퍼지는 '코드블루'와...영혼을 담아오던 질그릇들이 금이 가고 깨어지는 장면을 무수히 보아왔다.  늘 사용하던 물건 하나에도 정령이 스민듯 소중히 여기거늘....

여기저기서 마치 악령이 깃든 듯...제절로 금가고 녹쓸고 녹아내리는 영혼을 담아왔던 그릇들~

(이상 옛글 독후감 중에서)

.

한마디로 혼불은 읽을수록 아프다 못해 저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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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또 이런 책도 읽었으니...내가 너무 암울한 탓이었을까?

"영혼을 깨우는 이야기" 제리뉴콤/편집의 오헨리, 도스토 옙스키,찰스 디킨스 등의 글들을 모은 책에서

사망아 내려가라 장례식 설교 (사망을 속이기까지, 사망아 내려가라!)

우울할 때는 우울한 음악이 위로가 되 듯, 마음과 몸이 피폐한 그 당시에 혼불은 고맙게 매우 잘 읽었다.

흡인력있게 쭉쭉 영혼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러나 지루한 병원생활을 하는 내겐 너무 어둡고 무겁고....짜증났다.

 

좋았던 점은  내가 새로운 을 익힌다는 것!

면역력까지 높여준다는 지혜의 다이돌핀이 마구 쏟아나게 만든 것!

인생의 생로병사와 그리고 모든 관혼상제등의 기록등이 내가 유난히 싫어했던 역사책처럼 세세하게 기록된 것이 이상스레 흥미로운 감동을 주었다.  마치 역사를 잘 익히기 위한 만화책처럼 ....

한마디로 <혼불>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관습등을 일러주기 위한 소설의 장르를 빌린 생생한 살아있는 기록, 역사였다.

 



 

 

문학관 마당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나타난 실로 귀한 노랑나비가 하르르 하르르 날아다닌다.

마치 최명희님의 혼 이라도 실린양 나는 노랑나비를 쫓아간다.

<남방노랑나비>

곧 추워질텐데 어쩌누? 나비는 노란 단풍잎 사이로 숨는다.

왼쪽 그림 정중앙에 날개를 접고 매달렸다.

 

 

난 단숨에 달려간 곳이 또 있다.

건물 뒷편에 돌맹이에다가 소원을 쓴 기억에...

아마 다 없애버렸을거야 하며 달려가보니

감사하게도 돌무더기에 곱게 헨스를 치고 쌓아두었다.

어딘가에서 내 소원돌맹이가 숨을 쉬고 있을테다.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1947년생이니 향년 51세로 별세했다. 안타까운 나이다,

최명희님은 80년부터 필생의 역작인 「혼불」의 집필에 들어가 95년 10월까지 만 7년 2개월 동안 월간 「신동아」에 2부에서 5부까지를 연재, 국내 월간지 사상 최장 연재기록을 세웠다.

「혼불」은 어둡고 억눌린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꺼진 혼불을 환하게 지펴올렸으며 세시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 민속학과 인류학적 기록들을 아름다운 모국어와 극채색으로 생생히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씨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단재상과 세종문화상에 이어 올해 여성동아대상, 호암상 등을 차례로 받았다. 이밖의 작품은 단편 <메별> <만종> <정옥이> <주소> 등이 있다.

 

작가 최명희는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국어교사로 재직중이던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쓰러지는 빛」으로 당선 등단하고,
그 이듬해인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공모에「혼불」(제1부)이 당선되어 이후 집필 활동에 전념했다.
「혼불」은 1980년 4월부터 첫 장을 쓰기 시작하여 1996년 12월에 이르기까지 만 17년간 투혼하며 집필한 작품으로 총 5부 전 10권으로 출간되었다.
「혼불」을 통해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최명희는 단재문학상, 세종문화상, 동아대상, 호암예술상 수상, 전북대 명예문학박사학위, 정부에서는 국민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다른 작품으로는「몌별(袂別)」,「만종(晩鐘)」,「정옥이」,「주소」등 20여편의 단편과 수백 편의 수필이 있다.
최명희는「혼불」을 통하여 순결한 모국어를 복원하고자 했으며, 뉴욕주립대학교 초청에서 강연했던 글「나의 혼, 나의 문학」은 뉴욕대 한국학과  고급한국어 교재이기도 하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끊임없이 “혼불”을 쓰게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터이나,
첫째로 가장 중요한 바탕을 이루는 것은 나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이를 다른말로 하면 ‘나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인간과 자연과 우주와 사물의 본질에 숨어있는 넋의 비밀들이 늘 그리웠다.
그리고 이 비밀들이 서로 필연적인 관계로 작용하여 어우러지는 현상을 언어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하여 섬세하게 복원해 보고 싶었다.」
                                                                    -미국 시카고대학 초청강연 중에서-


집필하던 님의 책상과 육필원고



<혼불>에 등장하는 생로병사, 관혼상제의 디오라마 중에서

 

시간이 넉넉하면 책도 좀 꺼내보고 쉬었다오면 좋으련만...

혼불마을의 저수지<청호지>

제 9 장 베틀가에 나오는 청호지와 그 반영

옛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이 없다.

 

 

 

저수지 반영을 찍고 돌아선 16여 분 뒤

그 날 오후 5시 11분(카메라 정보에 의하면)

지는 해를 찍었는데 역광이라 사진 속의 태양은 어둠속에 달처럼 떠올랐다.

글 쓰려고 사진 준비를 하다가

나는 문득 <망혼제>를 떠올렸다.

저녁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에 치루는 망혼제는 인간세상과 인연을 정리하라는 뜻으로

죽은자의 적삼을 뒤집어 지붕위에 던져걸고 <훠어이~ 훠어이>

그리고는 함께 갈 저승사자의 밥도 대문간에 챙겨둔다.

먼-길 잘 모시고 가라고...

이렇게 혼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발인제등....의식을 차례로 치루는

망혼제가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버나드 쇼를 좋아한다.

아니 그의 유난한 독설을 좋아하는지 도 모른다.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아! 버나드 쇼여~~ 당신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분이십니다.

 

 

폐렴구균 예방주사 맞은 날, 추석명절 전 전날....

서금서금한(약간 시든) 열무 열 단을 사와서 다듬고 데치고 나물하고 김치담고 시래기 말리고나니 온 만신이 쑤신다. 특히 어깨하고 팔뚝이~~

 

오늘은 10월1일 전국적으로 독감백신 예방주사를 시작하는 날이다.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멈출줄 모른다. <주룩주룩~~>

12시 동네의원에서 주사를 맞고 오늘은 비가 청승맞게 오니 뜨끈한 칼국수나 한 그릇 땡깁시이더!  캤는데....

기압골 탓인가? 명절증후군 탓인가? 열무탓인가? 등짝 어깨가 모질시리 쑤셔온다.

요즘 늘 파스로 등짝을 도배하고 다녔건만,  아마도 지난 밤  기압골에 그만 날개쭉지가 기여코 꺾여 ㅠㅠ (1004 ↓)

 

12시 20분 의원 점심시간이 1시라니 시간이 참 애매하다.

그렇다고 4~50분을 남푠을 기다리게 할 수도 없고~ 일단 외식을 약속했으니 점심 식사부터 끝냈다. 또 다시 어중띈 시간이다.

집으로 가자니.....다시 나오기 귀찮고 병원을 재차 찾은 시간은 1시20분, 진료시간까지 40분이나 남았다.

 

실로 얼마만에 (손에)들어보는 책이던가?

 

간호사에게 <눈-요깃꺼리 아무꺼나~~>책을 한 권 빌려 핫팩이 깔린 뜨뜻한 물리치료 침상에 누웠다.

양미간에 칼주름을 곤두세워 그렇지....아직은 돋보기 없이도 가능하다.

이뻐지길 아예 포기하면 무서울 게 읍따!

불가능이 없단 말씸!!

 

 

<아프니까 청춘이다>

나이가 계란 두 판하고도 다섯개가 남아 지공선사가 된 나하고는 상반된 이야기지만....원문에 진입도 하기 전

48살 된 김난도라는 작가의 프롤로그에서 나는 후두둑 마구 떨어진 밤을 줍듯이 허겁지겁 재미나고도 소중한 이야기들을 누가 볼세라, 누구에게 들킬세라 은밀한 안주머니에다 쑤셔넣는다. 

반질반질 윤이나는 알밤들이다.

 

나이를 시간에 비유했었다.

자기(작가) 책상에는 건전지를 빼버린 시계가 있단다.

해마다 생일이 되면 18분을 앞당겨 놓는단다. 처음엔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하루를 24시간 인생 평균수명을 작가는 80에다가 놓고 계산을 하면 ~~~

 

하루는 24시간

 

인생시계의 계산법

24시간은 1,440분/80

1년은 18분이 된다.

1년이면 하루의 18분이 지나고 10년이면 3시간씩 가는 것으로 계산하면

 

 

나의 시간은 현재 저녁 7시 30분이다.

이제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시간이다.

어찌보면 희망이 없고 어찌보면 편안한 휴식만 남았다.

노동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기대어 TV를 보거나 가족들과 즐기면 될 시간이다.

나는 여기서 또 억지를 부려본다.

 

칫!!  여름의 낮과 겨울의 낮, 그 길이는 다르다 모~~

여름의 낮은 아직도 환하다. 쓸만하다. 그렇다고 겨울의 일찍 찾아온 어둠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운명처럼 주어진 24시간의 하루라면

어떤 이는 화사한 봄날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여름 천둥 번개치는 날, 또는 오늘처럼 음산하게 비 오는 날, 그래서 어둠이 일찍 찾아 온 날~

무더운 여름,  매서운 칼바람의 겨울,  그 하루를 부여받더라도 제 할 나름!

눈보라 폭설속을 걷거나 따뜻한 온돌발 화로에 가족과 둘러 앉아있거나....

내게 주어진 하루는 그런대로 태어난 생일처럼 약간 더웠다. 일했으면 힘들었을테고 녹음 그늘에서 쉬었으면 더할 나위없는 평안이었을테다.

아! 그리고 보니 인생은 다 제 할 나름!!

운명은 제 스스로 헤쳐 나아가는 거~~

 

요즘 돌이켜 생각하면 이 나이가 편안하고 여여해지는 그런 제 2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자주 불면증에 뒤척인다. 그렇듯이 잠은 새벽 1시나 늦으면 2시에도 들 수 있다.

의외로 잠 들기까지 내 소중한 시간이 넉넉해질 수 있다. 하루가 24시간 말고도 25시...아니 하루가 26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주어진 내 운명의 시간은 거스르거나 비켜 갈 수 없는........

 

시방,  내게도 영판 어둠이 내렸다.

난 어둠이 내린 창문의 커튼을 내리고 마음의 평정을 얻는다.

질병이 없는 ,,,,,파티를  준비하고 즐기는 그런 멋진 밤이었으면~

 

 

이내 2시 오후 진료시간이 시작되었다.

나는 조금 보던 책을 덮고 물리치료를 받는다.

이래서 어케 파티를 열어?  ......건강하자!!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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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읽은 책은

간호사가 빌려줬다.

근데...집에서 과연 읽을 수가 있을까?

의문이다. 다 읽으면 다시 보태서 써봐야지~~

집으로 오는 길에

싱싱한 열무 한 단을 또 사왔다.

 

 

 

 

 

 

*Gitanjali*

 

 

 

불멸의 고전읽기

 

새해 들어 처음 쓰는 글입니다.

그저 생각 없이 새해를 맞았지요.

동지 하루 전 뒤늦은 김장김치 담근 날로 생굴을 몇 개 집어먹어선지 장염 배탈이 계속되는데다가

연말 양구를 다녀오며 (추운날 비빔밥에) 숨이 막힐 듯 급체를 했었고~ 누군가 열손가락 피를 내주지 않았다면

아마 오는 길에 응급실에 갔을지도 모를 일!

혼미하던 정신에 겨우 눈이 떠지더군요.!

 

새해 계획은 무신...

어영부영 그저 아픈 배를 잡고 먹으면 화장실~~

딱히 치료해 볼 생각조차도 않은 채

속으로는 이만하면 절로 다이어트다 쾌재를 부르는 바보 등신으로 새해를 맞았는데,

 

 

 

낭송의 효과

 

1월 2일 이었던가요?

TV 아침마당에서 ~고전연구가 고미숙님 고전을 읽는 낭송이 몸에 좋다는 강의를 듣고

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집 ‘기탄잘리’를 낭송해보기로 했습니다.

1시간...아니 단 30분간이라도 천천히~ 천천히~

 

 

내 나이도 못 되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늘 취미가 재봉틀로 뭔가를 만드시다가도 가끔은 안경을 끼시고 책을 소리 내어 천천히 읽으시던 생각이 났어요.

고전 소설책이었나 봐요.

그런데 들려오는 어머니의 낭송~ 그 내용보다도 어머니의 안정된 목소리가 ...

내게로 전이되어 어린 마음에도 차분하게 안정되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 표지에 있는 타고르의 약력부터 상상하면서 천천히 읽어 내렸지요!

이제야 알았어요.

타고르는 유수한 명문집안이지만 학교는 잠깐 다녔고 자연 속에서 배움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것을요!

 

제가 여고생이었을 때...겨울방학 외가에서

바깥에는 밟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이 내려 쌓이는 겨울밤!!

전기도 없는 호롱불 아래서 ‘키탄잘리’를 읽을 때는 마치 아름다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연서 같았습니다.

 

밤새워 나직이 읽고 또 읽고~

 내 젊음이 발자국 소리가 나는 눈을 밟지 않고도 마음먹은 대로 상상의 자연 속으로 훨훨~~

영혼이 날아다니는 그런  경이로움을 느꼈나봅니다.

 

 

제가 가졌던 책은 사라져서 비교할 데가 없지만 정말이지 번역이 달랐을까요?

하긴 거의 50년 전 일이니까요~~

 

예전에 느꼈던 그런 서정詩 같던 부드러운 맛과 달콤한 香은 사라지고

그저 가슴 먹먹하도록 애절한~ 가미안된 쵸코릿처럼 쌉사레한 신께 올리는 기도문의 시편들입니다.

 

낭송 나흘 차 ...마의 작심삼일은 분명 넘겼습니다. ㅎ~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8세 꽃띠 소녀 때는 그렇게 감미롭고 달콤했던 언어들의 조합이

이젠 제법 세상의 사물을 바로 보고 느낄 줄 아는지...

타고르가 신께 바치는 인간과 신의 관계를 연인의 관계로 묘사한 103편의 시편이

그렇게 가슴 절절히 신앙의 샘물로 가득 채워줄지 몰랐습니다.

 

짧은 1편이지만.... 읽는 중간 중간에 도돌이표, 한참씩 쉬며 생각하며~~

다 읽으면 감동의 <아멘!> 화답의 소리가 제절로 터져 나옵니다.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고 묵상하고 찬양하는 성경의 시편보다 어찌 내게는 더 절절한지요!

시쳇말로  어쩜! 제 입맛에 따악 안성맞춤인지요!

 

이 책 다 읽고나면 ....

아이들 더러 집에 있는 책장의 책들 다 가져가라고 해도 무시 받아  이참에 확 내다버릴까?

마음 먹었던 고전 전집들을 하나씩 꺼내어 읽어 보렵니다.

 

 

 

 

웃지 못 할 에피소드 하나

교수님<너희 책 좀 읽나?>

그 중 책 좀 읽는다는 한 녀석 건방지게

예, 요즘 나온 신간들 다 섭렵하고 있어요! 그러시는 교수님은 요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읽어보셨어요? 

잠시 멈칫하신 교수님 대답인즉

<너희들은 고전은 읽어봤냐? 책이 발간 된지가 언젠데.....? >

 

 

참 다행스럽고

감사한일입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안경은 쓰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냥 집중해서 읽는 것 보다는 느리고 어떤 생각을 다시 해야 할 구절에서는 잠시 멈추지만

더디고 느리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참 좋습니다.

심신이 평온해집니다.

 

 

 

우리 어머니처럼 일정한 음률로 나직이 웅얼웅얼....

마음도 덩달아 어느새 음률을 탑니다.  흥얼흥얼 ~~

 

 

 

 

 

 

 

 

새해 들어 신발도 안신어보다가 큰맘 먹고 외출을 한 어제

얼굴이 팍 상했다. 반쪽이다. 그럽니다.

 

나날이 찌그러지는 하현달인가?

 

요 며칠,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똑 같아 보이는 반쪽이되

 

손바닥과 손등의 양면처럼

 

상현달로 바뀌었네요.

 

 

남들은 다들 새해들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데,

 

나  진짜로 둥근 보름달로 뜨면 우야제??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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