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tanjali*

 

 

 

불멸의 고전읽기

 

새해 들어 처음 쓰는 글입니다.

그저 생각 없이 새해를 맞았지요.

동지 하루 전 뒤늦은 김장김치 담근 날로 생굴을 몇 개 집어먹어선지 장염 배탈이 계속되는데다가

연말 양구를 다녀오며 (추운날 비빔밥에) 숨이 막힐 듯 급체를 했었고~ 누군가 열손가락 피를 내주지 않았다면

아마 오는 길에 응급실에 갔을지도 모를 일!

혼미하던 정신에 겨우 눈이 떠지더군요.!

 

새해 계획은 무신...

어영부영 그저 아픈 배를 잡고 먹으면 화장실~~

딱히 치료해 볼 생각조차도 않은 채

속으로는 이만하면 절로 다이어트다 쾌재를 부르는 바보 등신으로 새해를 맞았는데,

 

 

 

낭송의 효과

 

1월 2일 이었던가요?

TV 아침마당에서 ~고전연구가 고미숙님 고전을 읽는 낭송이 몸에 좋다는 강의를 듣고

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집 ‘기탄잘리’를 낭송해보기로 했습니다.

1시간...아니 단 30분간이라도 천천히~ 천천히~

 

 

내 나이도 못 되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늘 취미가 재봉틀로 뭔가를 만드시다가도 가끔은 안경을 끼시고 책을 소리 내어 천천히 읽으시던 생각이 났어요.

고전 소설책이었나 봐요.

그런데 들려오는 어머니의 낭송~ 그 내용보다도 어머니의 안정된 목소리가 ...

내게로 전이되어 어린 마음에도 차분하게 안정되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 표지에 있는 타고르의 약력부터 상상하면서 천천히 읽어 내렸지요!

이제야 알았어요.

타고르는 유수한 명문집안이지만 학교는 잠깐 다녔고 자연 속에서 배움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는 것을요!

 

제가 여고생이었을 때...겨울방학 외가에서

바깥에는 밟으면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는 눈이 내려 쌓이는 겨울밤!!

전기도 없는 호롱불 아래서 ‘키탄잘리’를 읽을 때는 마치 아름다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연서 같았습니다.

 

밤새워 나직이 읽고 또 읽고~

 내 젊음이 발자국 소리가 나는 눈을 밟지 않고도 마음먹은 대로 상상의 자연 속으로 훨훨~~

영혼이 날아다니는 그런  경이로움을 느꼈나봅니다.

 

 

제가 가졌던 책은 사라져서 비교할 데가 없지만 정말이지 번역이 달랐을까요?

하긴 거의 50년 전 일이니까요~~

 

예전에 느꼈던 그런 서정詩 같던 부드러운 맛과 달콤한 香은 사라지고

그저 가슴 먹먹하도록 애절한~ 가미안된 쵸코릿처럼 쌉사레한 신께 올리는 기도문의 시편들입니다.

 

낭송 나흘 차 ...마의 작심삼일은 분명 넘겼습니다. ㅎ~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8세 꽃띠 소녀 때는 그렇게 감미롭고 달콤했던 언어들의 조합이

이젠 제법 세상의 사물을 바로 보고 느낄 줄 아는지...

타고르가 신께 바치는 인간과 신의 관계를 연인의 관계로 묘사한 103편의 시편이

그렇게 가슴 절절히 신앙의 샘물로 가득 채워줄지 몰랐습니다.

 

짧은 1편이지만.... 읽는 중간 중간에 도돌이표, 한참씩 쉬며 생각하며~~

다 읽으면 감동의 <아멘!> 화답의 소리가 제절로 터져 나옵니다.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고 묵상하고 찬양하는 성경의 시편보다 어찌 내게는 더 절절한지요!

시쳇말로  어쩜! 제 입맛에 따악 안성맞춤인지요!

 

이 책 다 읽고나면 ....

아이들 더러 집에 있는 책장의 책들 다 가져가라고 해도 무시 받아  이참에 확 내다버릴까?

마음 먹었던 고전 전집들을 하나씩 꺼내어 읽어 보렵니다.

 

 

 

 

웃지 못 할 에피소드 하나

교수님<너희 책 좀 읽나?>

그 중 책 좀 읽는다는 한 녀석 건방지게

예, 요즘 나온 신간들 다 섭렵하고 있어요! 그러시는 교수님은 요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읽어보셨어요? 

잠시 멈칫하신 교수님 대답인즉

<너희들은 고전은 읽어봤냐? 책이 발간 된지가 언젠데.....? >

 

 

참 다행스럽고

감사한일입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안경은 쓰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냥 집중해서 읽는 것 보다는 느리고 어떤 생각을 다시 해야 할 구절에서는 잠시 멈추지만

더디고 느리지만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참 좋습니다.

심신이 평온해집니다.

 

 

 

우리 어머니처럼 일정한 음률로 나직이 웅얼웅얼....

마음도 덩달아 어느새 음률을 탑니다.  흥얼흥얼 ~~

 

 

 

 

 

 

 

 

새해 들어 신발도 안신어보다가 큰맘 먹고 외출을 한 어제

얼굴이 팍 상했다. 반쪽이다. 그럽니다.

 

나날이 찌그러지는 하현달인가?

 

요 며칠,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똑 같아 보이는 반쪽이되

 

손바닥과 손등의 양면처럼

 

상현달로 바뀌었네요.

 

 

남들은 다들 새해들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데,

 

나  진짜로 둥근 보름달로 뜨면 우야제??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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