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씨없는 청도 감을 파먹다보니 넘 예뻐서 ㅡ

 

 

■■청도반시와 햇살 그리고 동시 한 줄~~■■

 

청도 사는 지인에게서 감이왔다.

열어보고 익어 터진 걸 꺼내다보니 숙성시키는 약이 들었다.

빼내려고 한알 한알 차근차근 꺼내놓고는 몸살감기로 인해 지쳐 드러누었다가 오후에 나가보니 해살이 오롯이 감 위에 비친다.

햐 넘 예쁘다.

아프지만 사진을 찍고는 게중에 성질 급해서 익은 늠 하나에 쪽슫가락으로 속살을 파먹는다.

 

청도감은 씨가 없단다.

그런 감나무를 다른 땅에다 심으면 씨가 있는 감이 된단다.

 

익은 홍시감을 쪽숟갈로 먹다보니 예전에 써 둔 글,그림이 생각난다. 어디 있더라?그림이나 살아있으려나?

아!있다.다행이다.

 

************************************

 

 

※※감씨 속에는 ※※

 

감씨를 깨물어 두 쪽으로 내면

그 안에 고이 숨겨진 작고 하얀 숟가락 하나!

 

말랑말랑 푹 익으면 떠 먹으라고

고이 간직한 쪽숟가락 하나!

 

할머니, 어머니가 달디단 홍시감을 떠서

먹여주시던 바로 그 숟가락 하나!

 

동시/그림: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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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은

 

 

가끔은....

나도. 

술이 땡길 때가 있다. 

술자리에선 맹물로도 취하면서

백줴, 병아리 물 먹드끼 홀짝인다. 

 

 

 

 

민들레 김치에

빈대떡 한 장  앞에 놓고

대포 한 잔에 시름을 적신다.

거꾸로 돋혀서 나를 찌르던 

가시가 발효된다. 

 

 

 

민들레야~ 

너는 어쩌자고

내 손에 뽑히어와서 

애오라지 홀씨도 못 날려보고 

내 안주가 되려느냐?

 

 

 

이노메 알지못할 설움은

죽어서도 피우는 민들레 홀씨처럼

접어넣어도 왜 꾸역꾸역 살아오르는지

티슈 한 장으론 택도 없다.

통채로 곁에다 두었으니

마신만큼만 나오려므나 ~

 

 

 

 

삶이 

흘러 들어간다.

사랑이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찌르르르~~~~

그러다가 범람한다.

 

 

 

티슈를 통 채로 끼고 앉아서

나도 가끔은....

뭔가를 다 쏟아내고 싶다.

홀씨를 다 날려보낸

민들레처럼

빈 꽃대궁으로 남고싶다. 

 

 

 

 

이요조(2009년5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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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동포동 애호박 하나
            나붓나붓 썰어서
            노릇하니 전부쳐 한 접시,

             

            고소한 냄새가 맴도는 집안
            가족을 기다리는 저녁무렵
            이 작은 행복.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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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르르 떼 지어 군무를 출 때가 엊그제
                    어쩌다 공출가는 공녀의 신세처럼 줄줄이 엮였구나!

                     

                    미처 낳지 못한 알을 그득그득 품은 채
                    두릅에 엮여 옛날을 그린다.
                    추운 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지푸라기라면 온기라도 지녔을 터
                    노란 비닐 끈이 냉랭한 추위를 보탠다.

                     

                    입안에서 톡톡 터져 나는 알~
                    그 맛을 알아 양미리에 반한 사람들은 
                    삼삼오오 둘러 모여 불 위에서
                    왕소금 뿌려가며 통째로 구워먹으며
                    동해바다의 찬 겨울을 난다.

                     

                    종당에는 불 위에서 까무러쳐 혼절할
                    놀람을 넘어 좌절에 가까운 저 슬픈 눈망울!

                     

                     

                    사진:글/이요조 (숱한 양미리를 애도하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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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미리/3,000원짜리 만찬 2007-01-20

            저장하긴 좀 그래서 오늘은 한 두름(20마리) 몽땅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3,000원짜리 식탁이 아니라.. 3,000원짜리 만찬이 되는구나! 늘 먹던 김이나, 배추김치, 알타리 동치미만 올리면 이게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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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야기

             

            
            
                콩을 불리며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수돗물을 덜 잠갔을까?
                주방에도 가보고 욕실도 가보고
                아무 이상이 없다.


                똑! 똑!
                그런데 또 들린다.
                이상타! 별일이다.
                어디서 나는지 모를
                자꾸만 물 떨어지는 이 소리?


                집안을 한 바퀴 돌며 살피는데
                이런!! 이런!!
                콩을 씻어서 불리려고
                물을 부어둔 대야에서
                콩이 물을 마시는 소리~


                꼴깍, 꼴깍 소리가 아닌
                똑! 똑!
                물 마신 콩이 몸 불리는 소리!
                메주를 쑤려고 콩을 씻어서
                물을 붓고 돌아 앉아 쉬려는데,


                똑! 똑!
                나를 부르는 소리~
                태어나서 제 소임을 다하게끔
                제게 임무를 부여하시는군요.
                "열심을 다할게요!  고맙습니다."

                 

                배불리 실컷 먹고는 그 소리는 끝났다.

                이요조
                
                

                 

                  

                 

                 

                 

                 *검은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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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둥호박과 밥상 이요조 그악맞게 짖어대던 마당의 똘이늠도 추위에 제 집을 지키고 들어앉았는지
                              모처럼 겨울 적막이 감도는 아침나절,
                              오늘은 집안에서 뭘하고 노나? 유일한 놀이터인 주방을 맴맴 돌다가 옳커니! 겨우살이로 장만한 청둥호박 두 넘을 잡았다. 호박 한 늠을 잡기가 닭 한 마리 잡는 것만큼 에릅다. 그나마 조각조각 잘라서 전자렌지에다 슝-돌려 껍질이 나긋나긋 잘 깎아지는데도 말이다. 깎아낸 호박살은 전자렌지에 넣어서 일단 살풋 익힌 후 냉동 보관하믄 좋타. ㅎ`ㅎ` 나이를 먹는다능거 꾀만 남는거 맞다. 호박은 버릴게 하나도 없다. 제 몸 하나 투실투실 살찌우고 누렇게 익혀서 약으로 음식으로 다 내어놓고도 씨마저도 약으로 볶아 먹으란다. 호박 두 개를 다듬으며 나는 오늘 나만을 위한 나의 오찬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호박 살을 긁어 채쳐서 나물 한 접시 볶아놓고 노릇하게 호박전도 한 장 구워놓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 호박찌개 한 뚝배기~ 걸판지게 차려놓고 따신 밥에다 쓱싹 비벼서
                              뜨겁게 호호 불어가며 밥을 먹는다. 호박처럼 퍼질러 앉아 느긋한 점심을 먹는다. 겨울 오후 햇살이 문지방을 슬몃 넘어 들어와서 상머리에 저도 마주 앉는다. 혼자서 먹는 점심이 아니었구나! <어서 오세여~ 자! 여기 숟가락~ > 겨울 한나절이 이리도 따땃해지는 풍성함이 바로 호박 너 덕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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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요즘엔 오이 호박도 어릴 적부터
                              코르셋으로 조였다.
                              파티에 가려면 비비안리처럼
                              코르셋으로 몸매를 조여야 하나보다.

                               

                               

                              우리 집 파티에 참여한 호박!
                              코르셋을 벗겨내자
                              조였던 숨통이 터지는 소리 뿌드득!

                               

                               

                              소리보다 내 손에 먼저 느껴지던 건
                              조이고 눌렸던 살이 이완되는 떨림!
                              송골송골 이슬처럼 맺혀나는 땀!

                               

                               

                              오이 호박도 그냥 내사두지 않는데,
                              마구 퍼질러진 내 허리!
                              영원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만
                              살 떨림!


                               

                               

                              이요조

                              어느 날 호박을 벗기며,

                              2007.6, 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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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다.

                                   

                                  파를 한 단 사와서

                                  봄 햇살 가득한 마루에서 파를 깐다.

                                  이걸로 파전을 부치고
                                  파 겉절이로 식구들 입맛이나
                                  상큼하게 해줘야겠다.


                                  대야 가득 물을 받아

                                  깐 파를 부벼 씻는다.

                                  푸드득..푸드득,,,
                                  파의 속살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
                                  청정하고도 싱그러운 소리다.


                                  장농 안  잘 개켜진 이불처럼

                                  가족끼리 그렇게 살 부비고 살라고...
                                  모서리 모서리 곰살궂은 사랑으로

                                  정을 다독이며 살라고
                                  푸드득..푸드득,,,

                                   

                                  따분한 봄날,
                                  졸고있는 사랑을 일깨우는

                                  날개짓 소리다.
                                  그렇게 풋풋하게 살아가란다.

                                  푸드득..푸드득,,,

                                   

                                   

                                   

                                  파를 씻으며, 글:사진/이요조(5월 가정의 달에 부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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