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삶는 날




운동장 한 모퉁이에서 아이들이

오글오글 모여 끓다가 드디어

한 방향으로 우르르 쏠리면서 나온다.


너른 운동장에 마스게임 하러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이다.

재깔재깔 까르르...
수다부리며, 웃으며, 짓까불며,

나왔다가는 다시 되돌아 들어가는

옹기종기 차례대로 줄을 서서

순번대로 골고루 퇴장했다가 다시 입장했다.


운동회는 끝이 나고 박수소리도 끝났다.

일순 정지상태다 고요하다.


인간 탑을 쌓았다가 무너져 내리듯

여기저기서 푹푹 꺼져 내리더니

각자 이리저리 부산히 움직이다가

 

뭘 바라볼 게 있는 것처럼 깨금발로 뛰듯

위로 깡충거리며 솟구쳐도 보다가

이젠 정말로 조용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들 얼굴이 허여멀끔하다.

땀을 빼서 그런지 뽀얗게 통통하고 예쁘다.

 

 

이요조, 20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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