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얼기 시작해야 김장을 시작하는 나,
엄마가 그러셨다.
날씨가 추워져서 담근 김치만이 제대로 된 맛이 잡힌다고..
마당에서 손을 호호 불며 배추를 썰어 일명 도라무깡(드럼통)에다 절이고 다음 날 거의 만하룻만에 우물에서 배추를 씻으셨다.
그 때가 우리 오남매는 방학을하고 크리스마스 또는 신정 (1월1일)그 안에 김장을 하셨다.
우물에서 물 긷기도 위에 큰 놈들이 차례대로 두레박질을 했다.
난 둘째니까 당연히 노동을 치뤄야했다.
곧 먹을 김치는 생굴을 넣어서 더 맛있었다.
뒤란(뒷마당)에 묻어둔 김장은 3-4월 봄이 되어 항아리 뚜껑을 개봉하면 그 속에서 아주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은 맛난 김치가 나왔다.
어린 나는 그런것도 일일이 지적하며 여쭤보았다
김치가 왜 덜 빨갛냐고? 왜 김치가 노랗냐고?
엄마는 봄에 먹을 김치는 고추 양념을 덜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야 시원하다고...
그건 김치가 아니었고 땅 속에서 캐낸 보물이었다.
갈치나 조기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넣었는데 비린내는 커녕 가시는 녹아버리고 납작하게 짜부라진 갈치는 지금으로 말하지면 하얀 마시맬로 맛이었다. 건건이 하나 발견하면 쟁탈전이...ㅋㅋ 짜지도 비리지도 않고 오묘한 맛이 기가 막혔다.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온 관절 마디마디가 아파서 이번 김장은< 고마 사먹자> 캤는데
또 시작하고 말았다.
김장시작은 무 김치부터다.
동치미를 담고. 이 곳 경기도로 이사오고 배운 무짠지도 담고 총각김치도 담고 둥글고 커다란 뚜김치도 담았다.
비록 소량이지만..
그러자니 무청도 제법 나왔다. 데쳐서 씨래기 말리려고 빨랫줄에 널려니 손이 시리다.
엄마가 그러셨다.
얼었다 녹았다 그늘에서 말려야 제 맛이라고..
배추김치 양념까지 미리 만드느라 힘이 들었다.배추만 절이면 되게 만들어뒀다.
아이들은 (두 며느리)알아서 하라지...
나도 안할라고 했는데
3망(12포기)만 해도 세집이 10키로 한 통씩은 나눌 수 있을게다.
마침 해마다 신선한 굴을 보내주는 되름(도련님)이 부산사는데 또 보내주겠다고 전화가 왔다.
친동생도 아니고 내외종간인데...
참으로 고맙다.
생새우도 좀 사뒀으니 ㅡ절반을 뚝 떼어
영감 좋아하는 어리굴젓이나 만들어야겠다.
고운 고춧가루도 마련해야겠다.
또 무도 사야겠네~~
것도 일이라고 약간의 몸살기운에 누워서 핸폰으로오 실로 오랜만에 글을 쓰며 ~
탈없이 건강하게 지내고자 낼 모레 3차 백신 예약해둔 나는
해마다 시래기를 꼭 말리며 살아있음을,
자잘한 내 삶의 기쁨과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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