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찌감치 산으로 올랐다.

ㅡ산이나 갑시다 ㅡ란 말에 우리부부는 쉽게 운동화나 꿰신고 그저 동네 뒷동산 가듯이 산책겸 따라나선 것이 ....

덤불이 얼키설키한 곳을 구부리고 통과하려니 뺨에 스치고 등 뒤에서 마른가지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얼추 비슷한 실력의 남편이 앞서가며 길을 터주느라 애쓰지만 겨울 마른 숲길도 만만찮다.

 

가느다란 줄을 조여주는 ㅡ운동화, 그 줄이 저절로 자꾸 느슨하게 풀어진다. 이젠 신발도 늙었나보다.

 

얼떨결에 나선길이라 우리는 스틱도 챙겨오지 못했다.

둘레둘레 살피다가 지팡이로 쓸만해서 집어들면 맥없이 툭 부러지는 썩은 나뭇가지였다.

그러다가 좀 더 오르자 눈에 들어온 누군가 쓰다버린 모양의 나뭇가지로 된 지팡이 실한 것을 두 개나 득템했다.

이 지팡이는 성성한 거 보니 살아있는 가지에서 뚝 분질러 만든 것 같았다.

성큼성큼 앞서 올라간 산꾼, 산신령이 앞 서 가서는 감나무 같이 생긴 나무를 탄다.

이래도 되요? 했더니 산이 집안 문중 선산이란다.

 

ㅡ아! 저 나무 약할텐데 ㅡ

하기사 암 것도 모르는 내가 뮐 안다고, 그러더니 흔들 흔들~~ 후두둑 후두둑!! 뭔가 우수수 떨어진다.

 

ㅡ형수님은 무리하지 말고 여기서 이거나 줏고 계세요ㅡ

ㅡ형님하고 난 산을 더 탈테니 ㅡ

 

난 외따로 혼자 있는 게 넘 좋다.

사위가 고즈넉해서 더욱 좋지만 오늘 산은 아득한 산아래 큰 길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산을 타고 올라온다.

헬기소리도 사람이 코고는 소리처럼 간간이 들린다.

 

모처럼의 어부지리 등반이지만 아픈 허리로는 힘에 부친다. 신발마저 말썽이다.

ㅡ 준비도 못하고 그냥 산책정도로 알고 따라나섰으니, 상수리잎이 쫘악 깔린 더구나 비탈진 곳에 떨어진 게 뭐라고 아무런 흔적조차도 없다.

 

그랬는데 나 혼자 남겨져서 찬찬히 둘러본 내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매직아이 보는 것 처럼,

집중하니까 신기하게도 보이기 시작했다.

 

ㅡ헛개나무 열매 ㅡ

 

 

갑자기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옷도 벗고 모자도 벗어던지고

비스듬한 언덕배기 아래서 부터 구획을 짓고 차근차근 훓어올랐다.

여기 한 무더기 모아놓고 저기 또 한 무더기 모아놓고  바위위에다 모아두고....

그러자니 아홉 무더기나 된다.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고 장하다. 흠!

 

아픈 허리로 운동삼아 따라온 것이 ~~ 산비탈진 곳에 엉거주춤 앉아 재미에 폭 빠졌다.

혹여 뱅그르르 엉덩이 한 번 돌아 앉으면 잊어버릴까봐 참나무잎을 거꾸로 하얗게 놓고는 그 위에다 담아가며 모아갔다.

어릴적 소꼽놀이 하던 것 마냥~사진까지 찍고 한참을 놀아도 위로 올라간 사람들이 안내려온다.

 

전화해서 배고프다고 징징댔다.

 

그들이 내려올 때까지 하릴없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슨 짐승의 변일까? 마치 쥐눈이콩 처럼 생긴 까만 산짐승 똥도 발견하고 사진 한 번 찍어보고 ㅡ

쓰러져 죽어있는 나무뿌리가 돌맹이를 꽉 부여잡고 기어히 쓰러진 죽은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도 해보다가,

 

ㅡ그러게 품을껄 품어야지 ~

아무꺼나 품다간 제 명줄만 재촉하지~해싸면서...

 

드뎌 일행을 만나 하산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많더냐고.....아마도 큰나무라 제절로 떨어진 것도 많았던 모양이다.

오를때는 숨이 턱에 차도록 힘만 들었는데 내려갈 때는 참나무 갈방잎(가랑잎)이 와그리도 미끄러운지ㅡ

마치 스키를 타는 듯하다.

올라갈 때 줏어 사용한 지팡이를 안버렸기에 망정이지 미끄러워 애먹을 뻔 했다.

가랑잎에 발목이 푹푹 빠진다.

가랑잎을 헤치며 걷는 소리들이 마치 파도를 가르며 가는 듯하다.

산파도를 헤치는 물소리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침도 안먹은 빈속으로 어영부영 산을 올랐다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열매 하나 줏을 때 마다 떠오르는 이들을 위한 기도 한 줄! 또 한 줄의 간구!

그랬을 뿐인데 오히려 내 몸이 더 가뿐 마음마저 충만해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흐믓하게 산을 내려왔다.

 

 

헛개나무

헛개나뭇잎은 얇고 바스라져서 파랬을 때, 모양은 가늠은 할 수 없었지만....







 

마치 뱀이 입을 최대한 벌려 뭘 집어 삼키려는 모습이다.

 

나무는 그러다가 죽었다.

나무결을 만져보니 딱딱하다.

 

가져가서 다듬어서 괴목, 수석을 한꺼번에 즐겨봐?

그러다가 에에이~~ 아서!

힘들게 올라온 여기가 어딘데!

 

돌이 한 두개도 아니다.

잔뿌리로 아예 끌어 안은 것도 있다.

 

<소탐대실>

이 나무의 이름이다.

 

맨 위엣 사진...20년 전에 가 본 블루마운틴의 능선을 닮았다.

신기하다 빛깔마저 푸르스름한 게....

그 때 가슴으로만 찍어 두었던 모습이 살아 재연된다.

 

 

열매가 하도 예쁘게 달려서 이름이 궁금해서 따긴했는데 잊어버렸다.

이름도 물어보지 못하고.....개앤히 버리게 생겼다.

그자리에 그대로 둘 걸,

새나 산짐승이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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