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저장해 둔 고구마나 누런 호박등이 슬슬 썩어들기 시작한다. 아니, 저들도 다시 살고자 태어나려는 하나의 몸짓이다. 어느 해는 잘 익은 청둥호박에서 물기가 조금씩 새어나와서 속을 갈라보니 속 안에는 콩나물이 한가득이었다. 씨앗들이 근질거려 어두운 엄마 뱃속에서 싹을 틔우고 콩나물처럼 되어 하나 가득이었다.
얼었던 땅이 해토하고....모든 삼라만상이 근질거려 싹을 튀우려는데....고구만들 온전할까?
년전에 고구마 모종 심기 봉사를 나갔었다. 늦봄 같기도 하고 초여름 같기도 한 무더운 날씨에 뿌리도 없는 고구마순을 비스듬히 꽂아 심었다. 뿌리도 없는 고구마순은 이내 말라죽었다.
그런데 말입니다.(김상종 어투) 그렇게 말라죽었던 줄기에서 새 잎이 돋아나고 운좋게 비를 맞으며 싱싱하게 되살아 자라나고 있었다.
고구마는 다들 그렇게 심는단다. 그럴려면 고구마 순은 어디서 왔을까? 고구마육묘심기라고 씨고구마를 이른 봄에 고구마를 통채로 밭에 심어 온몸에서 툭툭 싺이 터져 순이 오르는 그 순을 그냥 뿌리 없이 엄마에게서 뎅겅뎅겅 분리해서 나오는 게 고구마 모종이란다.
씨고구마심기(육묘)
이맘때 쯤 고구마나 호박을 안 먹고 썩혀버린 게 부지기수!! 이제야 살림을 알아 나간다.
며늘애가 인터넷으로 고구마 두박스를 샀다며 내게 한 박스를 건넸다. 알아 작지만 야물딱지다. 자세히보니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썩을 조짐이 보인다. 조짐만 보여도 고구마는 금세 번지고 이상하게도 감자와 달리 조금만 썩은 부분이 있어도 맛이 없어 못 먹게 된다.
농부들이 미리 알고 저장고에서 꺼내 일부는 팔고 나머지는 육묘로 사용했을 것이다. 며늘애기더러 밥에도 놔먹고(고구마밥)얼른 먹어치워야 한다고 전하고 나는 고구마 말리기 작업에 들어갔다.
껍질을 벗겨내면 질색을 하는 영감이 있어 <하기 싫은데 에라 잘됐다> 하고는 그냥 씻어 생고구마로도 말리고 반쯤 익혀서도 말리고 온전히 익혀서도 말려보니 8~90% 익었을 때가 젤로 낫다. 첨엔 둥글게도 썰다가 스틱형으로 길게 말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길쭉하게 썰었다.
50도에서 한24시간 얼추 말리고 그냥 칸칸이 내려놓고 뜨신 방에서 잘 말라주었다. 먹고싶을 때 일일이 고구마를 쪄먹긴 귀찮고 하나씩 꺼내먹는 재미가 쏠솔하다.
어린 손자녀석이 제법 잘 물고 다닌다.
고구마 3/3일 말림
한 박스를 껍질을 다 벗기자면 노동시간 보다는 울퉁불퉁한 곳을 다 삐져 내려면 아깝게 나가는 게 1/3일 터~
그냥 깨끗하게 잘 씻어 삶는 게 득이다. 완전히 익히는 거 보다 약간 덜 익어야 칼집 들어가기가 쉬워진다. 너무 푹 무르게되면 물크러지기 때문이다.
고구마 밥을 지어도 좋다. 밥물은 평상시처럼 하고 고구마만 썰어 넣으면 된다.
향토음식으로 날고구마를 말린 것으로(빼때기) 죽을 끓여 먹어도 별미다.
날고구마로도 말리고 50%익혀서 말려도 보고 8~90%익혀서 말린게 가장 맛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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