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러와 금계랍에 대하여

드디어 봄은 왔다.
겨우내 심술처럼 눈을 헤프게 흩뿌리던 겨울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봄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른채
집안에서만 컴터를 부여잡고 절절 메는 내가 한심스럽다.

낡긴 싫어서 시작한 컴이 이젠 그 수렁에서 헤어나질 못하니,
그게 문제다.
옛날 엄마 젖을 뗄 때 젖꼭지에다 금계랍을 발랐다.
그 게 무엇 이였는지 아직 몰라도 아마 마이신 종류가 아닌가 싶다.
되게 쓴 걸 발라서… 아이가 젖을 물 때 아주 쓰게 만들어
젖을 떼 내는 방법,
그래 내가 그 방법을 써 먹어야겠다.
후훗~ 내가 나에게 써 먹는 처방전이라니….
어제 집 옆에 있는 요리 학원엘 가서 등록을 해 버렸다.
일은 저지르고 보는 법,
요즘엔 밖으로 나서기 조차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가니..원…
어느 님 글처럼 나도 사이버가 더 익숙해 진다.
내일부터 한다고 해 놓고 밤시간에 나섰다.
에게게… 대부분 아이들이다. 신부 수업차…또는 자격증 획득차
웬 젊은이들이 이렇게 조리사 자격증 열풍이 불었을까 몰라,
허긴 불투명한 저희들 미래가 그렇다.
뭘 해야 지네들 꿈을 보장 받을 직업을 일터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정말 막연할 터이다.
재료는 아예 콧구멍에 넣어도 재채기도 안 나올 만큼 준다.
정말 “에게게”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가 이 글에서 이미 두 번이나 써 먹는 걸 보면 지난 밤에 분명
쇼킹하게 배운 글짜… “에게게” 다.
눈 어두운 사람은 찾지도 못 할 만큼의 생강, 석이버섯, 어디서 구했을까
애기 손톱만한 마늘……
메뉴는 “제육구이”와 “호박 선”
돼지고기도 한 저럼 될만한 걸 주고는 얇게 포를 네 개나 떠 내란다.
선생님 내 곁에 와선…
“처음이니깐 어머닌 세 개만 뜨세요”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난, 네 개를 뜨고 말았다.
나중에 “역시나!!”
라는 칭찬을 듣고………..
잘한다는 어떤 아줌마랑 짝을 지워 주었는데…
이 아짐씨 나에게 숫제 선생 노릇이다.
표정하나 넣지않고 “ 그 것 하세요 저 것 하세요” 다.
그러다 모종의 실수를 하고
가오 잡아보려던 후배 앞에서 선생님께 중뿔나게 야단 맞았다.
난,샘통이였지만 그 아짐 스타일 완전 구겨버렸다.
요리실 안은 재료는 손톱 밑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가지고도
팬은 기름 넣고 달구는데 매움하니 눈이 따갑고 콧물이 다 난다.
집에서 각자 가져 오는 휴지… 그 걸 달라고도 못하겠다.
(나는 집이 가까워 그냥 빈 손으로 털래털래 갔음)
콧물이 연신 떨어질 비상사태까지 가서야 할 수없이
돌아 선 학생아이에게 좀 얻어서 썼다.
좀 웃고 얘기 하면 여기선 추방인가?
그 아짐 보고 휴지 달랬다간 정말 큰 코 다칠 뻔 했다.
이 아짐도 나처럼 세상에 적응 안되는 사이버 종류인가?

역시 주방 몇 십년 경력이 그냥 얻은 건 아닌가 보다.
시간이 다 되어서 우리 아줌마 부대들은 너끈히 해 치우고
아이들은 쩔쩔 맨다.
품평회를 갖고 시식을 하는데….아~ 이런~ 맛이 괜찮다.
아까 짝꿍 아줌마 쓰레기통에다 싸악~~ 버린다.
“아니 아깝게 왜 버리세요”
그 질문도 내가 한 게 아니다. 선생님이 물었다.
“전 호박 못 먹어요” 쌀쌀 맞기가 영 얼음장이다.
에고 이 나이에 비슷한 또래에 저렇게 여유 없는 멋진
아짐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콧물이 나와도 고 휴지 쪼까 못 얻는 날 보믄
그 아짐은 가히 국보급이다.
ㅎㅎ 누가 또 아랴 나중에 그런 유별난 사람이 진국으로 다가 설지…
끝나고 나선 대충 치우는 척 하더니 인사도 없이 바람처럼 휙- 사라졌다.
난 짹 소리도 못해 보고…마무리를 하고…
그 아짐 만날까 무서워 오늘은 오전 반 갈려 했는데 또 그 시간이다.
무슨 묘한 인연이 되려는지....쩝,
돌아 오는 밤길에…. 어떤 주정뱅이가 길 건너 편에서 무어라 고함을 질러댄다.
자세히 들어보니…. “아버지…. 아버지…” 다
얼마나 암울했으면….집까지 돌아 오는 길에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머니…. 아버지…..
많은 사람들이 힘들 때 괴로울 때 찾는 소리다.
절규다.
색갈이 있다면 어떤 색일까?
그래 아버진 푸른 색이야. 하늘 색….
인간이 벽에 부딪힐 때,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찾는 저 소리…
아버지란 절규, 아....버....지....
푸른 하늘을 향한…….. 희망을 향해 ..구원의 존재를 향해.....
암울의 벽에 다달아 고개를 젖히고 볼 수 밖에 없는
하늘.....희망의 빛갈, 구원의 이름,
그럼 어머닌?
따뜻하게 밝은 오렌지….. 빨강?
아니다 그 건 너무 사치스럽거나 농염하다.
어머닌 흙빛이다. 내츄럴한 땅색…..
그건 자연이다.
나를 발아하게 하고 생육시킨 어머니의 색갈……
모태의 빛.
외롭거나 고독할 때 아플 때….저절로 찾게되는
어....머....니...... 란 세 글자,
심신이 춥고 아프고 지칠때 불러보는 소리 …..
자궁안처럼 따사롭고 포근한 느낌....
잠재된 웅크린 태아 적 행복.......
아버지완 사뭇 다를 것이다.

어느새 집에 다다랐다.
잘 했다. 오늘 컴에서 떨어진 첫날의 나드리…..
세상 속으로의 여행………..
돌아 와 대충 내 할 일을 하고 컴을 우두커니 바라 보았다.
한참을 바라만 보다 도리없이
역시나 다시 앉아 버렸다.

금계랍이 약한가 보다.
성능을 강화 시켜야겠다.
내일은,
어차피 오늘은 늦었고 더 나를 휘 둘릴 방법을 강구해야겠다.
하다 그만 둔 ??도 해야겠고… 등산도 시도 해 봐야겠고
평소 배우고 싶던 ??도 해야겠고……
봄이 왔다 작심3일이 아니라…..작심 춘몽이면 어떠랴?
내 엄마 젖에다
바를 금계랍은 아직도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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