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모르지만 ㅡ
김훈을 잘 모르지만 <자전거여행>하나로도 나는 그를 충분히 좋아한다.
글 하나 하나 감성에 내 안의 깊은 곳에서 공명음이 맑게 울려퍼졌다.
미국에 있는 사부인이 들어왔다.
만나게 되면 선물로 전할 책을 몇 권 샀다. 그런데 갑자기 더위를 잡쉈는지 편찮아서 10월에 또 재방문할 때 만나기로 했다
드리기 전에 내가 얼른 읽어야지 하는 욕심에 책표지를 해두고 나 역시 무더위에 허덕였다.
어젠 먼 ㅡ 수원까지 전철로 움직일 일이 있어 김훈의 책을 들고 나섰다.! 아무런 할 일도 없고 맞은편 누구에겐가 시선이 불편 할 때 독서는 딱 좋다. 시원하다 못해 가을처럼 춥기까지한 전!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ㅡ 나의 부모세대를 주축으로한 독립운동,그리고 처참한 육이오 ㅡ
김훈씨는 나와 비슷한 동년배로 육이오도 잘 모를 땐데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가 있을까?
간혹은 섬칫해서 미간이 찌푸려지다가 ㅡ 공감력 높은 표현에 입귀가 씰룩거려지기도 했는데ㅡ
뭔가 이상하다. 왤까?
김훈님에게서 느끼던 파워의 전율이 약간미미하다.
물론 essay에서 처럼 그를 밀착하듯 가까이여 그 숨결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제서야 앞 페이지에 프롤로그가 없음을 눈치챘다.
에필로그를 찾았다. 그는 기력이 쇠진해서 이 글을 썼다 한다.
칼의 노래를 쓰고 이가 빠졌다는 그!
ㅡ온 몸과 마음과 혼을 불러내어 한 글자 한 글자 연필로 쓰는 그임에 ..
공터에서는 더구나 슬프기 보다 가슴이 쓰리다 못해 아리다.
글의 리얼리티에 그저 먹먹하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 사소설이라ㅡ선대들의 기록,사진, 몸짓, 언행 , 이야기,체취로 글을 이어갔단다.
ㅡ나도 시답잖은 블질이 17년인가? 어느새
사족같은 미사여구가 사라졌다. 어쩌다 요리를 해도 식탁보를 바꾸고 유기그릇을 꺼내고 수저받침을 놓고 ㅡ 모든 게 생략 생략이다.
내가 예전에 하나도 영양가 읍는 감성비만으로 오동통한 글마저 이젠 간지러워 못쓰겠다.
아니 안나온다. 나이들자 감성이 처서지난 호박잎처럼 퍼석하게 말라 비틀어졌다고 해야하나?
암튼 모든 게 드라이해졌다.
그런 나지만 - 대체로 여성작가의 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이 굵은 남성작가의 글이나 오랜 세월 숙성된 여성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김훈님의 글에서 농익은 빛깔과 서정적 미사여구가 많이 사라졌다.
ㅡ 자전거여행만 해도 그나마 젊은 남자의 체취가 났다.
그랬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물론 역사소설이지만 내가 훅 끌렸던 그의 땀내같은 군더더기가 쏘옥 빠진 글을 읽었다.
그런데도 다음이 궁금하고 재미있다. 담백하다.
어찌 ㅡ 피 묻은 태극기가 마구 펄럭이는데 김훈 그의 사유의 체취는 역사소설에서는 사치일까?
오늘 ㅡ전시회의 도록 준비댐에 더 이른 그림준비만 없다면 비오는 오늘 단숨에 다 읽어내렸을텐데 ㅡ
김훈님 기력만 충전된다면 이제부터 대작이 나오지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좀 바쁜 일 접으면 이 책 다 읽고 나머지 이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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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수와 이도순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하려는지 무척 궁금하다.아마도.노안에 건조증으로 힘들지만 밤 TV 드라마 볼 시간을 포기 해서라도 읽을 것 같다.
늦은 장마비가 폭우로 끈질기게 내린다.
무슨 일 크게 치고 넘어가려나?
그나마 선풍기 하나로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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