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두 부부처럼 낡은 집이다.
88년도부터 함께해서 좁지만 애착이 간다.
애들 공부로 학교 가까이 나가 산 적은 있지만
비워두었어도 한 번도 다른 이가 산 적이 없는 집 ㅡ작은 마당이 딸린 집이다.
부분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고 ...
그 전에 비워내는 게 더 어려운 관건이었다.
막내네가 마음먹고 주말, 1박2일로 와서 책부터 내다버리기 스타트했다.
책장 세 개 버리는데 1개당 만원씩 3만원
현재 버린 것만(폐기물) 십만원 넘게 들었다.
헌 옷과 책등은 고물상에서 트럭으로 가져가고...며느린 내가 책에 미련둘까봐 정신없이 서둘러 묶어 내보냈다.
이사가는 게 낫지 짐을 이방으로 옮기고 또 저방으로 옮겼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까지가 얼마나 힘드는지.....심지어 쓰다남은 벽지가 있어서 부분 땜빵도 직접 해가며....
정말 돈은 얼마 들지 않았다.
결단을 내는 마음만 들었다.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돈주고 시키라지만...
우리 죽기 전 마지막 정리를 해두는 것처럼 버릴껀 포기하고 쓸껀 새로 씻고 닦고...
5월 23일 시작한 버리기운동이 지금 한 달을 넘어서도 야금야금 나온다.
아직 못다읽은 책도 버렸는데 뭔들 안버리리 ~
와중어 ㅡ당신 버킷리스트처럼밭도 장만해놓고 . 집안 대청소하고 겹치자 그만 낡은 허리가 종내는 사단이 났다.
허리 협착증이란다.
텃밭은 이미 풀밭이 되었고 장마비 며칠 쏟아진 다음날 ㅡ 부슬부슬 비 맞아가며 텃밭 정리를(반대하던 마눌)내가 해내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수확기도 지나 비 맞고 그저 툭툭 떨어지는 살구를 망연히 바라보는 할배.할매!
늙으니까 이런거구나!
그 와중에도 현관옆 창고를 비우고 물놀이 하는 손자들 ㅡ
바깥은 비오고 모기물고 온수 퍼다나르기 뭣하고...비가오니 내버릴 물건이라도 아직은 창고행 ㅡ
냉장고랑 소파등등은 아들 둘이 와서 옮겼다가 제 자리로 옮겨주었다.
먼지 날리니까 (어린 손자들이 넷이니)그 일도 주말에 옮기고 다음 주말에 복원하고...
아침이면 둘 다 구부정 ㅡ
남편은 75, 난 72이다.
둘은 매일 식사 후 진통제등 약을 디저트로 먹고있다.
어찌보면 지금 우리는 둘이 의지가지 해 나갈 요양병원을 정리정돈 만드는지도 모른다.
우리 둘 만의...마지막 휴식처!
다 내버리고 진정한 안식처가 되어서 마음에 안정을 줄 것 같다. 이 일을 감행하기전 난 늘 뭔가 모르게 불안했다.
아무리 부지런 떨어도 갑갑한 집!
다 버리니까 뭔가 짓누르던 거에서 벗어났다.아이들이 더 좋댄다.
두 논네의 집에 외로울라치면 아이들이 가끔 찾아오고....
누군 늙어서 집을 지을 때 이층을 올려 아들네방 딸네방 만들어 두었더니 ㅡ막상 이런저런 핑계로 훌훌이 제날로 돌아가더라는...
나는 여태 나머지 방들도 아이들이 편히 누울수 없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되레 애들이 불만이었었다.
오늘 할 일은?
영감 할멈 둘이서 낑낑대며 뭐든 하겠지 ㅡ어젠 마리가 긁어서 까진 곳 페인트도 칠하고...
놀이삼아 두 논네가 그렇게 여름을 맞이했다.
허리가 아파 살구수확도 놓치고 매실은 조금 따두었다. 흡족하다.
도자기 화분이 예뻐서 아무케나 다육이 떨어진 잎들을 붙였더니 ㅡ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가니 볼만해졌다.
그래 이것처럼 인생도 눅진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기다리면 아름다운 결실이 오리니...
우리 부부도 마지막 여정을 꿈꾸며 오늘을 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