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항을 떠난지 50여 분

바다를 숨차게 가르고(10월15일)

 오전 8시 49분 청산도 선착장에 도착하다.

선착장서 시작되는

슬로길 안내표지가 정겹다.

 

 

 

느림을 통해 행복을 일깨워 주는 섬, 슬로시티 청산도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되었으며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서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둘장논, 돌담장, 슬로길 등 느림의 풍경이 가득한 곳입니다.

느림을 통해 삶에 쉼표를 그릴 수 있는 섬, 청산도에서 건강과 행복의 충전을 기대하는 여행을 했습니다.

 

 

 

 

 

 

청산도에는 특이한 구둘장논이 있다. 물이 귀한 섬에서는  천수답의 귀한 물이

빠르게 바다로 빠져나가는 아쉬움에 구둘장을 놓 듯 돌을 놓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논을 만들었다.

 물을 쓰고 모아서 다음 논에 대고 또 모아서 그 아래 논에 대고..

그렇게 천천히 물을 사용했던 것이다.

 

어쩌면 청산도는 까마득한 그 이전부터 급하게 흘러내리는 물에게도 

이미 slowly를 가르친 건 아닐까?

 

슬로길....

이런 길의 이름도 구비구비 곡선의 섬을 천천히 돌아 천천히 머물다가

가시라는 배려가 아닐까?

 

2006년도 처음 왔을 때는 완도에서 일찌감치 넘어와도 정오 ....

 

4륜구동 택시를  타고 한바퀴를 도는 소요시간 2~3시간을 다 돌아도 막상 중요한 두어군데는 빼 먹어지고

동네 한가운데로 가르마처럼 난 길은 가 볼 엄두도 못 냈다.

다음에 오면.....막역히 다음에 청산도를 찾으면 걸어봐야지 막연한 생각만하면서 돌아갔다.

저녁을 전복으로 먹고 하룻밤을 묵었지만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청산도를 벗어나야 서울로 올라오기 수월했다.

.

그런데 이젠 ▲투어(순환)버스가 생겼단다.

타고는 구경할 곳에 내리고 둘러보고는 또 버스가 보이면 타고...또 내리고 타면 된단다.

5 년만에 마치 소원풀이라도 하듯..마을길을 걷고 해안길을 돌아나오고 산길을 걷고 전체 다는 아니지만 일부라도 청산도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는 이 뿌듯함!!

 

아름다운 청산도 ....산을 걷다보면 이내 파도소리 들리는 바다가 나오고 자갈이 구르는 해변이 나오고 ...마을이 나오고~~

자연의 소리는 치유의 소리라 했던가? 파도가 와서는 자갈사이로  스쳤다 다시 빠져 나가는 소리!

읍리앞 갯돌짝 위에  드러누워 바다의 소리를 듣는다. 차르륵거리는 갯돌 구르는 소리를 듣는다.

해변 자갈위에 모자를 덮고 누웠다. 그 어떤 소리보다 듣기 좋다!

.....차르륵...차르륵.....

회색의 도심 그 속에서 바쁜  일상, 그 찌든 때가 그렇게 차르륵 소리를 들으면서 뇌속에...가슴 속에 찌든 매연을 씻어내고 있었다.

깨끗하게 ..갈피 갈피 찌든 묵은 때와 앙금들을 시원하게 청산도 자갈 해변에서 씻어내고 그렇게 두고 왔다.

잠깐이지만  아득한 저 세상에서 블랙홀로 빠트리듯 내버리고 온 내 정신적 치유는 햇살 받아 반짝대는 갯돌처럼 말그래졌다.

코감기로  내내 찡찡대다가  뻥- 뚫리는<상쾌한 해맑음>이다.

 

천천히 건고 생각하는 청산도 슬로길....

높은 산만 무작정 바라고 오르던 송곳같은 욕망의 본능이 슬로길을 걸으면 여기저기 둘레둘레 둘러보면 마음이 참으로 편안하게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쉼 이라는 것,  살아가는 일상에서 쉼표 하나 찍고 slowly~~

 푸른 잎 하나 가슴에 달고  큰  숨 한 번 내 쉬고 뒤도 돌아보고 옆으로도 보며 놀망쉴망 어린아이처럼 걷자! 걷자!   

 

빨간 선 그어논 슬로길을 걸었다.

파란선은 되돌아 온 길!

 

 

 

서편제 언덕길을 올라 '봄의왈츠'로

코스모스 가득한 가을속으로...풍덩

고개 하나 넘으니 바다가 보인다.

 

 

슿로길 걸으며 만나본 예쁜 모습들

논에서 흘러나온 우렁이까지...

 

 

계속 걸어서 바다에 다다랐다.

청산도 읍리앞 갯돌

 

        문득 만나지는 그리움이요조

 늘,  가슴 한 켠에 그리움을 묻고 사는 사람은 흐르는 물처럼 그리워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언제나 흘러내리는 물처럼 흥건한 그리움의 멀미로 한 번쯤은 꿈 꾸어도 좋을 일탈의 가뭄자리,

          물처럼 흐르고 흘러~ 보내고... 또 흘려 보내도 ...

            끊임없이 솟아나는 이 근원은 대체 어드메서 오는 것일까?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유월 등산길에 마주친 주홍색  하늘나리, 물 가를 맴맴 도는 까망 물잠자리, 단 물이 송송 배고 있을 청머루 알에서나
            비개인 뒤 푸른 하늘 깊은 끝자락에서나 가을걷이 끝난 빈-들녘에서

          자갈 해변을 차르륵~ 거리며 드나드는 파도소리,  또는 겨울 바닷가에 저 혼자 소스라쳐 뒹구는 돌멩이 하나,

            여름날..종아리 시리도록 차가운 시냇물 속에서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포말의 작은 물방울에서도

   문득 문득 만나지는 내 안에 그리움.      

 

내가 쓰고도 내가 젤 좋아하는....예전에 써 둔 내 詩도 되뇌어 보고

갯돌 구르는 소리~

자연의 소리로 치유의 시간을 가지려 자갈 위로 들어누워도 보고...

그 소리가 가슴 속에 들어 와  지금도 눈만 감으면 들리는...

 

 

또 다시 슬로길을 걷는다.

 

걷다가 되돌아 본 길!!

느림을 통해 행복을 일깨우는 섬!

슬로길은 그렇게 우리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청산도에서.....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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