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에 대하여
논어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가여언이불여지언(可與言而不與之言)이면 실인(失人)이요, 불가여언이여지언(不可與言而與之言)이면 실언(失言)이니" 그 뜻은 다음과 같다.
"더불어 말할 만한 사람과 말하지 않음은 사람을 잃음이요,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 사람과 말함은 말을 잃음이다."
옛 가르침이 그윽하면서도 구체적이다. 구체적이면서도 그윽하다. 고전이 갖는 멋과 맛은 그런 것이지 싶다. 세상이 변해도 변함 없는, 세상이 변할수록 변함 없는 가르침, 고전을 읽는 맛과 멋은 그래서 남다른 것이리라.
말할 사람과 말하지 않음은 사람을 잃음이요, 말하지 말아야 할 사람과 말을 함은 말을 잃음이라, 쉽게 읽히지만 생각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 삶에서 사람과 말을 빼면 무엇이 남게 될까.
말해야 할 사람과 말을 하지 않아 사람을 잃을 때가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서도 때로는 주저함으로, 어떤 땐 교만이나 자격지심으로 말을 하지 않아 사람을 잃을 때가 적지 않다. 좋은 만남을 놓쳐버리고 두고두고 후회할 때가 있다. 참된 삶이란 참된 만남,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만큼 좋은 배움이 어디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그런가 하면 말을 잃을 때도 있다. 말할 만한 사람이 아닌 사람과 말을 하는 것은 결국 말을 잃는 것이다. 많은 말을 하면서도 허전할 때가 있고, 많은 말을 했지만 오히려 오해가 쌓이는 경우가 있다. 진실 어린 말까지 소용없게 여겨질 때가 있으니 결국은 말을 잃을 때가 적지 않은 셈이다.
사람과 말, 살아가며 우리들의 삶 속에 빠뜨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말 할만한 사람과의 만남을 놓치지 않으며, 말 할만하지 않은 사람이거들랑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는 것. 그것을 구별하는 것이 삶의 용기와 지혜일 것이다. 나부터 말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지만. 말은 많고 참다운 사람은 드물어 좋은 만남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삶 속에서 사람과 말을 너무도 쉽게 잃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 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생각 없이 잃고 있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2003.6.2)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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