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를 시작한지 여러달 째,

컴텨를 조금 멀리하고 그림그리는 시간으로 할애하려니 그 것도 ...뭔가 어렵다.

어느날은   포스팅도 안되고 그림도 안되고...도저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날들도 부지기수,

바깥마루를 그림방 공간으로 대충 꾸려놓은지....한달여~

마음대로라면 묻혀 살겠는데...뜻과 달리 뒤적거리다 보니 어지럽혀지기만 한다.

 

 

 

카메라로 찍어온 선생님의 채본을 모니터에 불러내놓고도 .....미진하다.

선생님의 그림은 살아있는데....내 그림은 모든 게 어색하다.

그림도, 그 무엇도 맘대로 되지않을 때는 자연을 찾아 훌쩍-떠나는 게 제일 낫다.

불현듯 자연의 품에 절실히 안기고 싶어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간단한 소지품들을 챙겨서 소요산을 찾았다.

 

 

소요산!

도봉산보다는 자주 찾는 산이다.

첫째 인적이 뜸하고, 산세가 험한 반면 골도 깊다,

등산로로 접어드는 산책로 부근은 아기자기한 자연미가 요소요소 살아서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온갖 새소리가  청아하게 깊은 골짜기를 울리며  들린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비가 온 후라 ....산책로위로 물이 시내처럼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가 젊다면 신발 벗어들고 물위를 맨발로 걷겠는데,

나이가 뭔지 ....타인의 이목이  먼저 떠오른다.

 

도로가 이정도니....계곡 물인들 오죽할까? 물소리에 귀가 다 얼얼하다.

새들은 폭우에 피신을 갔는지 울음 소리가 영판 사라졌다. 물소리에 묻혀서일까?

풋풋한 녹음이 습기를 잔뜩 머금고 초여름 산내음을 .....짙게, 짙게

산과 계곡이 만들어낸 자연의 페르몬 냄새에 나는 홀리듯 도취되어 힘이 든 줄도 모른 채 산 속으로 점점 깊숙히 들어갔다,

 

 

그림을 시작하기 전에 사진은 그저 여행과 요리 위주의 사진들이었는데...이젠 스케치를 위한  여행을 떠나야한다.

그림그리기 좋은 풍경을 찍어와야 한다.

서양화도 아닌 한국화,  문인화이다보니....산수가 대부분~ 자연을 찾아 나설 수밖에 별 도리가 없잖은가?

눈대중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보곤 셔터를 눌러 메모리칩에 자연을 가두어 담는다. 

 

 

초록이 눈부시다.

낱낱이  살아서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저 잎새들을 하나 하나 일일이 붓으로 찍어 내야만 한다.

창조주가 된 듯...건축가가 된 듯...기와를  정성들여 올리고....

 

 

수초가 너무 우거졌나?

하여튼 석조다리....석조물을 나타내는 화법에도 공부가 될터이다.

사진은 초여름이지만...채색하기에 따라 가을빛도 낼 수 있을터~

 

 

하늘, 장마철 먹빛 하늘도 농담으로 표현할라치면....자세히 봐두어야 하겠다.

예전하고는 또 다른 시야가 요구된다. 그저 지나친 소나무가 줄기를 당장 관찰해서 알아야겠고....

 

 

솔잎을 자세히 관찰해야겠고

소나무 등걸과 가지의 흐름을 유심히 살펴봐야겠기에,

 

 

지금 그리고 있는 소나무와 같은 종이다.  가지가 옆으로 어떻게 뻗었는지....

식물을 유심히 관찰해야 그릴 수가 있다.

사군자의 국화꽃을 그리되 꽃봉오리가 맨 위에 오고 그 다음 만개한 꽃이 ,,,있다는 순서처럼~

 

 

자재암은 바로 좁은 마당앞이 폭포계곡인지라 전경을 찍으려면 한 샷에 들어오기 어려운 사찰이다.

대웅전이 아니라 종무소인데 아주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대웅전은 종교적인 냄새가 짙지만...종무소라  한옥의 우아한  선을 한껏 보여준다.

 

 

같은 사진인데도 시선의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보인다.

다같이 스케치를 떠나도 앉은 자라마다 다들 느낌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솜씨도 있지만...보이는 시야의 위치도 중요할 것이다.

 

 

미처 단청을 하지않있는지.... 바람벽과 담장....모두가 눈에 익듯  자연 황토빛 그대로다.

몇 개 뺄 건 빼고 정리하면 무척 친근한 그림이 될 것 같다.

 

 

 

아마도 이 곳은 스님들의 도량을 정진하는 곳인 모양인데 늘 닫겨져 있다.

담장안의 심겨진 옥수수는 바깥세상이 뭐가 그리 궁금한지 키를 늘여 담장밖 경치를 살펴보고 있다.

처마끝이, 코를 약간 치켜세운 처마끝이 당당한 듯 날렵하고 ... 막  비상하려는 새의 날개처럼 우아한 모습을 하고있다.

왼쪽 위의 나무 잎새가 빛에 의한 채도를 달리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든다.

먹으로 이런 빛에의한 농담까지  표현하자면....아!  되든 안되든 한 번 시도해 보고픈 재밌는 호기심도...머리에 쥐나는 혼돈도

함께 뒤얽힌다.

 

 

역시 석조계단과  돌축대 담장, 그림의 좋은 소재다.

 

 

윗 그림이 어두워서 조금 밝게..그리고 시야를 조금 넓혀보았다.

 

 

자재안입구, 역시 정면에서 사진 찍을 공간은 없다. 측면에서 잡아 본 구도만이....기와와 담장의 한국 건축미의 아름다움이 있다.

 

 

조금 다르게...

 

사각에 따라 빛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사진들,

 

 

종무소의 느낌이 또 달라 보인다.

댓돌이나 축대가 좀 더 보였으면 좋았을텐데....

 

 

소요산 폭포위에 서다.

 

 

내가 과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마치 폭포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싫으면 나오면 될테고......아니면 미친듯이 물처럼 폭포가 되어 낙차할 수 밖에,

뭐든 시작이 어렵지....한 번 빠지면 열정을 다하는 나,

<그래...흐르자!! 흘러보자~ 강이 될지...바다로 나갈지.....가보는 거다!!>

 

 

 바위도 물도....폭포도 모두 잘 그려내야만 한다.

농담으로도 멋진 표현을 나타내야만한다.

아래 사진과 윗 사진 역시나 같은 곳인데...그 느낌은 다르다. 스치는 붓의 먹물 농담에 따라 그 느낌 역시 다를 것이다.

 

 

빗물이 땅에 떨어져 샘물이 발원되고...냇물로 흘러 폭포도 만들다가....계곡물로  강물로 너른 바다로 나가기까지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산도 들도 돌멩이도 그려내야하고....물의 하얀 포말도 그려야하고...

  

 

더 낮은 곳으로 흘러 흘러서 가도록  물은 얼마나 숱한 바윗덩이에 그 몸을 부딪치며 나가야하는가?

 

 

물은 마치 서둘러 꼭 가야할 일이 있는 것처럼 흐르고,  나도  命이 다하기 까지 서둘러 가야하겠지?

 

 

한시도 쉬지않고 묵묵히 그러나  쉬지않고....흐르고 흘러야만 바다로 나갈 것이다.

 

 

 

쭉쭉 뻗은 나무가지도 눈여겨 보다가,

 

 

이렇게 좀은 엉뚱한 나무들 눈에 들어 온다.

마치 부등켜안고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멋진 입맞춤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다 이리도 묘하게 얼키듯 자라났을까?

 

 

등산로 입구엔 그 이름에 대해 숙연한 생각이 들게끔하는 속리교(俗離橋)가 있다.

이 다리를 건느면 세상을 잊게 되는건지....

아니면 세상일을 다 잊으라는 건지....

그 다리 한 켠에 허리 깊게 숙여 인사하는 나무 한 그루!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나무등걸이 원숭이가 그네를 타는지?  억지를 부리는중인지, 재롱부리는 듯한  모습도 있다.

그림에 응용하자면....너무나 어색해서 아무도 믿기지 않을 재미난 모습으로.....별의별 나무 형상이 다 있다.

관찰의 눈이 예전과는 달리 그 폭이 좀 더 넓어졌다.

 

 

 

그다지 水量이 많아 보이지도 않은 물이 절벽을 만나 엄청난 낙차로 멋진 폭포를 연출해 낸다.

 

 

 

 

깍아지른 절벽의 물줄기가 가슴을 터억 가로막는다.

폭포도 빼 놓을 수 없는 ...산수화의 조미료, 아니 화룡점정인즉,   벌써 갈등의 폭포가...

산넘고 또 산이로다.

 

 

스케치여행에서  사진을 찍으며..그림을 생각해가며 찍어 온 사진이지만, 셔터 한 번 누르면 얻을 수 있는 풍경을

애써 붓으로 그림을 그려 나타내려는 나,  어찌보면 무척 진부하다못해 답답하다.

그러나 내 마음에 평정(平靜)을 불러올 수 있다면야  내게 있어 道가 따로 있으랴~

 

흔들리는 세상, 그속에서 따라 흔들리지 않고 의연히...

그저 물 흐르듯이 살 수만 있다면....

나는 붓질을 천 만번 스쳐서 바위를 만들고 물을 만들어 폭포를 그릴 수 있다면 ...있다면...

더 이상 욕심 내지 않으리...

내가  그림 속으로 자연 속으로 뚜벅뚜벅...미망(迷妄)의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들어갈 때까지~~

 

 

의진 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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