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석모도 연안여객터미널에는 여객들에게 보여지는 갈매기들의 무대가 있다.

연극배우들은 배가 떠나면 공연시작을 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그 무대에 새우깡이 뿌려지면 커튼콜이 시작된다.

배를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기에 딱 좋다.

악역을 자처하는 늠, 힘없고 애처로운 역활로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늠

우리가 살아가는 무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른 봄, 햇살 한 줄기에도 고마워하는 갈매기들은

물이 빠져나간 갯벌 언덕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갈매기를 보고 자꾸만 비둘기라고 반복하는 내 기억력을 주관하는

해마들의 무료함은 뭘로 깨우면 되나?

지금 자판을 두들기다가도 자꾸만 비둘기라고 찍어대는 내 머리 한편에서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봄을 맞아 해토하듯 바스스 무너져 내리나보다.

 

 

 

 

석모도 에서 강화도로 나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갈매기들의 무료함을 1,000원짜리 새우깡으로 싼값에 흔들어 깨운다.

갈매기들은 새우깡을 먹는 게 아니라 자세히 보니 그림자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한 낮 조용하고 햇살 따스한 곳을 찾아가 오수를 즐길만한 길냥이도

무료함 대신 새우깡을 택했다.

너무 맛있어 눈을 뜰 수가 없단다.

자꾸만 불러대자 귀찮다는 듯...잠시 떴다가 다시 감는다.

 

 

 

 

 

배가 들어오면 봄 햇살 한 줌과 무료함 한 배낭을 걸머지고 배에 오르면

석모도를 향하던 설레이던 여행의 추억들이 춘곤증을 못 이겨

저 개펄 위에서 조느라고 못 따라 오는건 아닐지...

노곤하다.

여러 번 속았던 봄이 이제 진짜로 오려나?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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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에 석모도는 가지 못했지만 이 부근까지는 왔던 기억이...그 때도 횟집은 무수했고

나름 번성했지만...거의 제 자리 걸음 수준이다.

강화도 땅값은 다락같이 솟았다는데...군사지역이라 그런지

어찌 강화도도 무료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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