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 일기예보는 강원도 산간지방에 눈이 약간 내리겠단다.
아직은 11월, 입동이 지났다지만 아직은 여운이 덜 가신 만추 분위기!
11월 중순이라기에도 뭣한 날짜라~ 설마...강원도가 가깝다지만 그래도 충북인데~
일기예보는 건성 듣고는 충북, 제천 여행채비를 했다.
출발 할 당시 서울은 날씨가 맑았는데 점심나절 제천(충북)에 도착하니 비가 살짝 지나간 날씨였다.
삼한시대 때 만들어진 장구한 역사속의 농업저수지 ‘의림지’를 한 바퀴 돌며 생각보다 꽤나 쌀쌀한 날씨가 의림지에 고여있는 시퍼런 물 탓이려니 여겼다.
점심식사 전 가벼운 워밍업이라지만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마뜩잖아 다들 등이 굽을 정도로 춥다.
점심 식사하러 의림지를 지나 제 2의림지도 지나고 산속으로 접어들었다.
이전 여행길에 제천에서 원주로 넘어가던 길목이었다.
비온 뒤 날씨가 꽤나 좋았는데 점심식사는 능이버섯을 넣은 닭백숙에 귀한 산야초에 감동하며 식사 중이었는데 내가 앉은 창가에서는 저 멀리 산등성에서 뭔가 여름 소나기 같은 게 점차 묻어오는 게 보였다.
여름소나기가 내려오는 건 외갓집에서 여름방학 때 보아왔지만 눈이 묻어 내려오는 건 처음이다.
일행들은 모두 <와.....눈이다.> 탄성을 질렀지만 그 누구도 렌즈에 담을 생각을 안 한다.
그 양의 눈발이면 사진에는 나와 봤자 별 의미가 없을뿐더러 이내 그칠 눈이겠거니 한결같은 생각을 했다.
그 건 우리들의 기우였다.
눈이 겨울 함박눈처럼 펑펑 내리기 시작하고 모두는 얼추 채워진 점심에 수저를 놔버리고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단체보다 호젓한 연인이거나 절친 몇몇이 좋긴 한데....
이 때 누군가가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 몹쓸~~...씰떼읍는 감성이 찌르르르 혈관을 돌아 꽁꽁 말아있던 똬리를 풀고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아직은 11월 12일인데 벌써 연말 분위기가 나다니..이 나이의 나도 묘한 감성에 푹 젖어들었다.
모두들 함박눈을 찍기도 하고 그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나는 요즘 몸이 좋지 않은
핑계로 식사 후 빈 테이블에 혼자 동그마니 앉아 있으려니 주인이 건네주는 카푸치노같이 거품이 하얗게 인 더덕 생쥬스 한 잔!!
심산유곡 산장에 앉아서 눈이 펑펑 내리는 바깥설경을 바라보면서 향 짙은 더덕쥬스를 마시니 ...
이런~ 입가에 흰 거품이 가득 묻어난다.
순간 생뚱맞게 갑자기 왜 키스가 생각나는 거지? 거품키스~~ ㅋ ㅋ
더덕같이 쓰지만 깊은 향이 배일 듯 말 듯한 미소를 혼자서 씨익 쓰게 웃었다.
아는 게 병이라던가?
그 때,
<캐나다에서 오셨어요?>
눈을 보고 강아지처럼 반겨하지도 앉고 자리 보존하는 내게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툭 던지고 바삐 눈 온 뒤 촐랑이는 강아지 같은 일행들 속으로 섞인다.
,,,,,,,그리고 보니...눈은 미국 동북부 뉴욕 로체스터에 사는 딸아이 집에서 눈이 시도록 보아왔다. 집 앞 창가에 메이풀(사탕단풍)나무가 큰 게 한 그루 있는데 여름에는 햇볕을 가려주고 겨울에는 앙상해져서 햇살을 맘껏 끌어들이다가 눈이 오면 그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앉는 모습이라니~~
겨우내 오는 눈은 바람이 불면 눈바람을 일으키며 거리를 안개처럼 굴러 다녔다.
그랬으니 당연 눈경치엔 조금 시들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감성은 늙었다고 뭬가 다르랴!!
나도 드립 커피 한 잔을 들고 한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눈은 거의 멎어가고 있었다.
아!!
그런데 ....
갑자기....
큰 함박눈꽃송이가 내 입술위에 똑 떨어졌다.
화들짝 놀랐다.
눈이 차가워서가 아니라...좀 전에 생각한 내 속내를 들킨 것만 같아서....
.
.
.
.
.
.
<나 첫 눈하고 키스 해바쓰~>
글,사진/이요조 2012, 11월 1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