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장마권은 벗어났다지만 이런저런 태풍의 영향권으로 추적추적 끝도 없이 올 것만 같았던 비만 그쳤다 하면 금세 슴막힐 거 같은 습도로 후텁지근하다.

선풍기 바람을 쐬고 앉았다가 바람에 귀 뒷머리가 흩날렸다.

 

깜짝 놀랐다.

늘 거울로 내 모습을 봐왔지만 그렇게 내 눈 아래로 희끗한 회색 머리카락이 스치는데 소스라쳤다.

이게 뭐지?

난데없는 마귀할멈의 희고 뻣뻣한 머리카락이 뺨을 펄럭이며 스쳤다.

 

노상 자주 만나서 마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머리가 검다. 그래서 나도 으례히 그 무리속 인줄만 알고 있었다.

 

흰 머리카락이 칠할인 나는 외출시 거울을 잘 살펴보곤 별일 없어했는데 불현듯 오늘 ㅡ

바람에 날린 오늘의 내 머리카락은 영 아니다.

내 몰골이 이렇게도 흉측했을까?

 

조금이나마 비참한 기분에서 벗어나려 헤어샵으로 달려왔다.

선풍기 바람에 날리는 내 머리카락에 두 번 다시 놀래지 않기 위해서....

 

......나이가 나이인지라 헤어샵 보다는 아무래도 미장원이란 말이 편타!

미장원에서 염색 바르고 물들기를 기다리며 몇 자 긁적여 둔 글을 소환해 봤다.

...

...

 

그랬던 게 바로 며칠전인데 ... 오늘 밤,

창 밖에서 밀려오는 풀벌레 소리!

추석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네~~

벌써 가을이 오려나? 그러려나?

 

늦더위가 양허리에 두 팔을 턱 올려놓고 버텨서서 날 째려볼 것 같아!

어림택도 읍겠찌? 그러겠지? ㅋㅋ

암튼 지금은 비 온 뒤 엄청 시원하네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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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장독대 상사화가 슬프도록 곱다.

그러더니 비에 다 녹아졌다.불쌍한 것!

해마다 둘이서(잎과 꽃) 서로 그토록 간절하게 그리면서도 만남 ㅡ 그거 하나 옳게 딱딱 맞추지 못하는 등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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