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좀비
은둔/ 세상일을 피하여 숨음
칩거/ 나가서 활동하지 아니하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음
은둔이 맞을까? 칩거가 맞을까 헷갈렸다.
구정 쇠고 마지막 연휴에 손자들하고 번개맨 공연을 보러 간 날도 관객 대부분 마스크 바람이었다.
아이들 땜에 어쩔 수 없이 왔지만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나는 공연이 끝나고 화장실을 갔다가 손도 못 씻고 나왔다.
엄마들이 다들 아기들을 세면대 위에 올리고 손을 씻기느라 선 줄이 더 길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우환 바이러스는 이름을 거듭 바꿔가며 코로나가 되었고 마치 산불의 기세로 번져나더니
종내는 재택근무에 아이들 입학식 개학이 늦춰지기를 반복,
코로나의 불씨는 세계로 번져나더니 아이들 개학날까지 <2주간 멈춤> 꼼짝 말고 집에 더 있어
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뜨는데
우리는 이미 그러고 있는데....
오늘 뉴스에 일본은 꽃놀이에 올림픽 성화 구경에 K2 구경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마스크도 안쓴 이도 많고 ....우씨 뭐냐? 니네들? 무슨 자만감이냐?
유럽 쪽은 사재기 열풍으로 난리도 아니고,
마스크를 쓴다는 자체가 환자 취급을 한다는 문화 .....
사재기 열풍에 심지어는 화장지가 왜 동이 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 차이다.
은둔? 칩거? 창문도 거의 닫고 살다 보니 갑갑하지만 어느새 적응이 되어가나 보다.
식료품은 인터넷으로,
꼭 필요한 건 운동 다녀오는 남편에게 부탁,
바깥세상에 나가면 곧이라도 코로나 좀비가 나타나
물어뜯길 것만 같은 생각에...
아니다 길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좀비가 아닌 척하고 다니는 것 같은 공포감에
특히나 천식 증세가 있는 나! 겨울이면 찬 공기 알레르기로 더 심한 나는 좀비들의 좋은 표적이 된다.
햇살 좋은 날 마당에 나가기도 꺼려져서 남편이 빨래를 널고 걷어주었다.
모든 걸 아끼기 좋아하는 남편은 늙어지더니 그 증세가 더 심각해졌다.
그 걸 보고 비아냥거리던 나도 은연중 살다 보니 조금씩 따라가고 있다.
바깥 마루 계단도 불을 켜지 않고 짐작으로 더듬더듬 내려가질 않나
대문 등도 아이들이 저녁 먹고 갈 때나 켜는 걸로 .....
대문 벨도 언제 적부터 고장인데 어차피 열쇠 가지고 다니면 되지 뭘 그러냐고,
아차 하는 날엔 전화로 <문 열어줘~~>
벨이 죽어버려 통화가 안되지만 개페는 잘 되므로 아이들도 <저희 도착했어요~~>
그렇게 원시인으로 살고 있었다.
그랬는데 코로나가 나쁘지만은 않네,
늘 집안에만 있는 엄마를 위해 아들 녀석들이 공기청정기도 들여주고 대문 벨도 화면이 있는 걸로 바꿔주었다.
대문은 멀고ㅡ 택배나 우체부 오면 그냥 비대면으로 두고 가라든지.....대문안으로 투척을 부탁하든지 하랜다.
가능하면 대화만하고 절대 나가지 말란다.
이건 뭐 아빠 엄마를 감금하는건 아닌지.....?
마당에 쏠라 등도 군데군데 설치, 그나마 사람 사는 집처럼 만들어 주었다.
코로나가 좋은 점도 있긴 하네!
나이들어 혹여 외로울 부모님 잘 챙겨드리기!
코로나는 효도를 부추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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