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사돈!  우리 저승길에 함께 가시게나~]

 

 

 

 

내게 있어 두 할아버지는 멋지셨다.

친할아버지는 점잖으셨고 외할아버지는 자상하셨다.

외할아버지는 내게 있어 친구나 별반 진배없었다.

약주를 좋아하시고...학문을 좋아하셨던 외할아버지, 내 이름도 '요조숙녀'로 자라라고 지어주신 할아버지,

 

중2 때, 수학여행을 하룬가? 이틀인가?  앞둔 어느 날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지금은 부산이지만 당시는 시골인 사상, 큰댁으로 갔다.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나도 아! 슬픈 일이구나.....따라 슬퍼했다.

 

사돈이 돌아 가셨는데...외할아버지께서 문상을 오셨다.

그런데 이상하다. 외할아버지가 부축되어서 오시는 게 아닌가?

오시다가 낙상을 당하셨단다.

외할아버지는 예전부터 영이 맑으신 분이셨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인정하는, 당신에게 닥칠 일을 대충 알고 계시는....

 

지금은 김해시(당시 김해 읍)에 버스가 잠시 정차할 때 화장실을 가시려는데...

웬 낯 선 장정 두 놈이 획 끌어내리더란다. 해서 땅바닥에 패대기치듯....엎어지시고,

중간지점이지만 집으로 되올라가려니 그렇고 그냥 도로 버스를 타고 상가까지 오셨단다.

나는 특별 외할아버지의 심부름꾼이 되었다.

 

그런데 내겐 기분이 좀 그랬다.

하필이면 친할아버지가 운명하셨던 별채람,

친할아버지의 시신은 본 채 안방으로 운구 되었기에....별채 할아버지 방이 제일 한적하긴 했다.

 

어린 나는 방학이면 늘, 외가행을 당연히 고집하던 아이였는데...

외할아버지는 시냇가에서 고동도 잡아 삶아 주시고.... 화장실에 가면 휴지를 염려해서

시멘트 푸대 종이 같은 걸 모아두었다가 곱게 잘라 부드럽게 비벼 놓곤 하시는 분이셨다.

농담도 얼마나 잘 하시는지...오뉴월에 늘어져서 곧 떨어질 것만 같은 황소 거시기를 보시고,

"에따 그 넘....붕알 늘어진 거 봐라.... 문도령아(머슴) 저 붕알 뚝 잘라라 우리 요조 국 끓여주게~~" 하시던,

 

겨울방학이면 할아버지는 민화투를 치자고 그러셨다.

난 싫다 그러고....

내가 이기면 옛날 이야기 하나씩!

나는 지면 한 판 더 하기 ....나는 자꾸만 지고 또 질 것 같으면 판을 엎어버리면 된다.

 

그 때 들려주던 할아버지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효자효부를 살린 산삼이야기.... 마을을 살린 산삼이야기, 용이 못된 깡철 이무기 이야기..등등

그러다가 출출하면 고구마나 무도 깎아 먹고 ..막내 이모에게 동치미에 국시도 말아 달라던....겨울밤

나는 그랬던 유일한 큰 친구를 잃게된다.

 

드디어 선산으로 출상하는 날,

트럭에는 친할아버지의 꽃상여가 실리고 뒤따르는 버스 맨 앞좌석에 외할아버지가 앉으셨는데..

나는 툭 튀어나온 본니트에 걸터앉아 여전히 외할아버지를 지키고 있었다.

 

사돈끼리 고향이 같다하지만...산을 넘어야는데...외할아버지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셨는지는 기억에 없다.

 

아무튼 한 열흘 뒤...외할아버지가 많이 편찮다는 바람에 어머니는 눈물바람으로 친정으로 달려가셨다가 친할아버지의 상망이라 돌아 오셨다.

(상망이란/ 탈상 전에 초하루 보름마다 지내는 제사)

또 다시 위독하시다 는 급보에 엄마는 허겁지겁 친정 행이셨고,

 

다음이야기는 엄마의 전언에 의하면

외할아버지는 차차 깨어나시더란다. 해서 다시 오려고 하니 외할아버지께서 엄마를 부르시더란다.

 

"야야....갈라고?  나도 함께 갈낀데...같이 가구로 쫌만 지둘러라~~"

멀쩡해 보이시는데도 뜬금없는 그 말씀에 깨달음이 온 엄마는 외할머니께 준비를 하자고 하셨다한다.

콩나물 시루에 앉히기....베옷 장만하기 요즘 같으면 돈만 들면 하지만...예전에는 그 게 아니었다 한다.

엄마는 아무래도 그 날이 꼭 그 날이 될 것 같아 말없이 바삐 서두셨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외할아버지는 친할아버지와 같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 에 운명하셨다.

 

왜 같은 달이었냐면 그 해에는 음력으로 윤달이 낀 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기억에 남은 어머님의 애절한 통곡소리~~큰일을 다 치시고 집에 오신 울 어머닌 두 다리를 뻗고 우셨다.

 

"내가 불측해서  우리 아버지...평생에 제사도 한 번 못 가보게 됐으니...이 불효를 어이할꼬~~"

 

왜냐면 우리 어머닌 출가외인인즉....시집 일이 우선이 아니고 무어랴?

 

......

 

그런데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우연의 일치겠거니 할텐데....

외할아버지의 하관(묏자리에 관을 내리는 일)이 시작되고 지관(풍수쟁이)은

무어라 큰 소리를 외치는데...

 

예를 들어 "갑자생은 보지 마시요~~" 하고 큰소리로 외친다.

 

그런데....우리 이모의 시어른이...그 소리를 듣고 당신이 해당되는데도 아니 보면 안되겠더란다.

사돈이 가는데...마지막 길을 꼭 봐야 되겠더란다.

 

그 어르신이 집에 오신지 시들머들 편찮으시더란다.

그런지 한 달만인지? 두 달만인지? 그만 이내 운명하시고....

 

소문은 번지는데....삼사돈이 친구래...저승길 친구래~~

 

 

그리고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뒤늦게 발견한 사진 한 장,

삼사돈이 모두 다 흰 두루마기를 곱게 입고...한 분만 갓을 쓰지 않은 하이칼라 모습으로

진해 벚꽃구경을  가셔서 찍은 사진이 나왔다.

 

나는 몇 번이나 티뷔에 이야기 소재로 내 볼까 그러다가  그러구러 세월만 흘렀다.

 

벌써 40년도 더 지난 이야기네~~

 

 

 

 

 

* 우리 이종사촌 숫자는 현재 정확하게 나도 모른다.

외할아버진 하나 외삼춘을 두셨는데,  진즉에 월북을 하였고 나머지 딸만 여덟이다.

그 딸들이 적어도 평균잡아 적게는 다섯 이상은 손을 보았으니.....

어림잡아도 쉰여나므명은 되지 않을까?

 

그 외손들 .....신부, 수녀, 스님, 암튼 골고루 다 있다.

우리는 만나면 외할아버지 이야길 곧잘 한다.

특히 수녀인 동생.....자기 피에도 외할아버지의 피가 흐름을 느낀다나 뭐라나~~

그 중 몇 몇,  남 다른 예시몽에 대한 느낌을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가능하면 무디게 하려들 애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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