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인실로 옮겼다.
2인실에 있을 때 함께 있던 아이도 따라왔다.

이왕 옮길꺼면 함께 있게 해 달라고...

"정아"
예쁜 얼굴이다.

아이는 수술전 멀쩡하게 입원했다.
'왜왔을까?'

세상에!! 키를 늘리러 왔단다.
7cm만 늘리는 게 소원이란다.

147cm의 정아....귀여운 모습이 조화로워 괜찮은데...
수술전날 두려움에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알지 정아야?
언니는 다리는 길지만...아프고
넌..건강하지만...수술해야한다는 것?

얼마나 아픈지...각오 단단히 되었겠지?
그렇담 됐어.
믿어봐...잘 할 수 있으니까...의료진에서
하겠다는 것 아니야? 걱정마"

그러나
요즘 의료진은 다르다.

암도 암이라 바보스레 말하진 않지만...
당연한 다음단계 이야기로 스스럼없이 접어들고 만다.

아마도 의료법 보호 차원에서 스스로 방어하고자 내린 결과리라.
어쩌면...
그 게 더 바람직 할른지도 모르겠으나..
암튼 그랬다.

불안해 하는 정아에게 다가와

"이 수술은 뼈를 늘이려는 단시일의 수술을 요하므로
하루에 1mm를 키우는데...
다리는 각각 두 군데 씩 네 군데를 절단합니다.


그리고 '이자로프'를 끼우고
매일 자기 손으로 하루에 네 번 나사를 돌려 늘여 줍니다.

뼈는 당연히 늘어나고
근육도 늘어납니다.

근육은 중간 중간...끊어주면 되지만
신경이나 아킬레스건,핏줄이 함께 늘어나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중도에 포기 할 일도 생깁니다.

심하면...하반신 마비가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아이는 이틀밤을 쫄아서 지내는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요즘엔...
씩씩하게 혼자 해내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소독할 때...손이 닿지 않는 부분은 내가 도우고...

그 아이의 엄마?

그러실만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유난히 키가 작으신 분이셨다.
더구나
아버진 당뇨 합병증으로 한 쪽 다리를 절단하신 환자셨다.
아직... 완쾌가 더디 되는 바람에 의족도 끼우지 못하고 간혹 오셨다.

그 아버지가 병원에 계시면서
딸아이와 당신의 심리적 고통을 아마도 합쳐서
이 일을 감행하시는 게 아닐까?

나 혼자 생각해 보았다.

어머닌 양쪽...환자와 집안일 때문에 잠간씩만 병원에
들리셨다가 가시지만..
작은 키로 종종걸음만 바쁘게 치다가 가시곤 했다.

정아는 아주 꿋꿋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

나도 첨에는 "이자로프'기가 무서웠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그냥...신체 일부에...'피어싱' 한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으니...

참...사람의 마음이란...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두 아가씨가 서로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리며

키들되고 있다.

정아는 일년을 없는 세월인냥 포기하고 살아야 한단다.

기억 뒷편으로 묻어두어야 할 시간들...

아릿다운 두 젊음이..
아카시아 향 풍기는 들녘을 어찌 내다르고 싶지 않으랴....

오늘은 정아의 생일...

난 밤새 식혜를 정성껏 달였다.

냉동실에 넣어둔 식혜를 들고 또 달려가야지...

가서는 얼음이 설겅거리는 시원한 식혜라도

아이들에게 먹이고 와야겠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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