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김상훈
빈 술잔에
한낮의 허무를 부었다
바람이 머물던 유리성에
길 잃은
전설이 채워졌다
노릇하게 구워진 욕망이
허기진 몸을 뒤척인다
수캐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암내를 풍기는
하루를 겁탈한다
릴케는 죽었다
보들레르가 혀를 타고 춤을 춘다
술잔 속의 수평선마다
취한 꿈들이 철썩이며 부서졌다
저물지 못하는 미증유의 하루
빈혈 같은 한낮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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