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씨가 막바지를 치닫는지. 기승을 부린다.

잦은 洗手만으로는 무더위를 당최 감당해 낼 수가 없다.

얇은 이불 빨래 두어 개와  두꺼운 요, 바깥에 널어놓곤....

따가운 햇볕에게 임무를 내 맡긴 채, 너무 무더운 오늘은 잠시 주부직 휴무(休務)다. 

별달리 취미생활도 없고...뭐 별 게 있는가?

슬슬 심심한 김에...쉬엄쉬엄 쉬운 한자 공부나 좀 해볼까나?

.......................................

 

"요조야 인자 그만 자고 인나서 소세해라~"

어릴 때 자주 듣던 외할아버지 말씀이다.

그 당시에 나는 당연 의심치 않고 세수로 알아들었었다.

방학때면 여름방학이면 으례껏 꼭 가고 말았던 시골 외가,

외할머니는 먹을꺼리도 그리없고 모기는 뜯는데..겨울에 오라셨지만 난 여름이 좋았다.

솔직히 푸른 숲이있는 산과 들, 그 자연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어린 내겐 실로 참다운 여행이랄 수 있는 여행,

혼자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아마도 십 수km를 걸어갔으니…….

외할아버지 내, 중학2년 수학여행 갈 즈음에 돌아가셨으니 그 때까지 늘 귀에 익도록 들은 말,

아마 그 해 여름도 필시 다녀왔으리라~

 

한마디 말씀으로  날이 밝았으니...

몸가짐 단정히 준비 하라는 할아버지 말씀이셨을 게다.

 

소세의 참 뜻을 안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냥 세수의 옛말 정도로만 알았다.

머리까지 빗으라는 재미있는 뜻을 알아내었다.

세수는 그저 낯을 씻는 것을 말하지만

소세란 빗소(소/梳)가 들어있다.

(梳洗)[명사][하다형 자동사] 머리를 빗고 세수를 함.

세ː수 (洗手)[명사][하다형 자동사] 얼굴을 씻음. 세면(洗面).

 

이 세(씻을 洗)라는 글자는 우선 맑은 물에 씻음을 내포한다.

 

여수 '선소'엘 갔더니(2002년 10월)  洗劍亭이 있었다.

 

*선소는 고대부터 배를 만들던 곳으로

충무공 역시 이곳에서 군선을 조성했다 전해지는 곳이다.

선소에는 세검정, 군기창고, 대장간이 있으며 선박 및 거북선을 대피시키고

수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굴강이 있고

입구에는 석장승 비슷한 벅수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사전 지식이나 안내자 없이 그저 잠깐 둘러본 것이라 굴강이 뭔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굴강에 철책이 처져 있어서 철책 앞에 남편을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는데,  찾질 못하겠다.

분명 안내 팻말은 읽은 듯 싶은데, 이순신이란 한 편의 드라마로 치열한 해전을 관전~ 그 이후, 느낌이 사뭇 달라졌다고나 해야겠다.
청맹과니 겨우 면한 짧은 실력에 세검정을 읽고는 풀뭇간도 있어 칼을 만들던 곳인데도  멋진 이름을 붙였다고 그저 감탄, 감탄만!  해댔으니~~

 

그리고 보니 서울에 있는 세검정도?  아니나 다를까!

서울의 종로에 위치한 이 정자는 조선 영조 때 서울과 북한산성의 수비를 담당하기 위해 총융청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군사들의 휴식을 위해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인조반정 시 광해군의 폐위를 논하고 칼을 갈아 씻었다는데서 유래한 정자라는데~

 

자, 그럼 이제 좀 생뚱맞지만 발음이 비슷한 소쇄원은? 혹자는 소세원으로 알고 있기도 하고

대충 한글로 표기되어서 그 뜻을 잘 알 수가 없었던, 그 유명한 담양, 선비의 정원으로 잘 알려진 소쇄원의 원 뜻을 찾아 보기로 하자.

 

潭陽 瀟灑園

강이름 소(瀟) /뿌릴 쇄(灑) 瀟灑園

소쇄원의 '소쇄'는 공덕장(孔德璋)의 〈북산이문 北山移文〉에 나오는 말로 깨끗하고 시원함을 뜻한다. 양산보는 이 정원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호도 소쇄옹(瀟灑翁)이라 했다.

 

"소쇄' ....뜻글자와는 조금...아리송하지만 더 깊이 '북산이문'을 찾아내 읽어야 하겠거니~

어쨌거나   '깨끗하고 시원함을 뜻한다니'  일단은 여기서 접어두고, 

 

또 하나,

내가 아는...이름이 정겨운 곳,

소요산, 자재암 들어가는 두 군데의 다리 이름이다.

첫 다리는 속리교(俗離橋)

세상과 이별한다는...뜻인 즉은 속된 세상을 잠시 잊으라는 다리인 듯

아니면 이 다리를 건너가면 속된 세상을 잊게 된다는 뜻인가?

.

자재암으로 들어가는 두 번째 다리를 이름이다.

세심교(洗心橋)

마음을 씻고 건너는 다리!

이 어찌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씻어지지 않으리오.

세심교!

그 아래로는 면경지수 같은 맑은 물이 졸졸~흐름은 물론이다.

다리만 건너도  온 몸과 온 마음이 제절로 다 씻어질 듯....,

 

우리네 고유의 예쁜 한글을 찾아 즐겨 사용하는 것이야  당연지사지만,

한자를 배우다가 폐지하다가 어정쩡한 교육의 귀로에서 자라 온 쉰세대인 내가 뒤늦게나마

이렇듯 뜻글자를 떠듬떠듬 맞춰보는 재미도 내겐 에븝(제법) 쏠쏠하다.

 

 

무더운 막바지 여름날,  이요조

2005,08,17


 
*洗劍亭(여수)/임진왜란 당시 칼을 만든 대장간인데...맑은 물에 칼을 갈고 씻었다는 표현에 반했다.
/사진은 일행들

*굴강*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사진만 찍었다.
선박 및 거북선 수리를 한 곳, /여수

                                

소쇄원
 
 

 
[생활한자] 洗 手(씻을 세, 손 수)
전광진·성균관대 중문학과 교수·www.ihanja.com
입력 : 2005.05.18 18:39 17'

‘나는 그가 쌀을 씻기 전에 그 물에 먼저 세수를 했다’(박완서의 ‘도시의 흉년’)의 ‘세수’는? ①世守 ②稅收 ③洗手 ④歲首. 답은 ③. ‘洗手’에 대해 낱낱이 풀이해 보자.

洗자는 ‘씻다’(wash)는 뜻을 위해 ‘물 수’(水)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先(먼저 선)은 발음요소다. 이 글자의 원래 음은 [선]이었다. 옛날 중국의 한 지역 방언에서 유래된 [세]라는 발음이 득세하다 보니 [선]이란 음은 잊히고 말았다.

手자는 ‘손’(hand)을 나타내기 위해서 다섯 손가락과 손목의 모양을 본뜬 것인데, ‘손수’ ‘(솜씨가 능숙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도 쓰인다.

洗手(세:수)는 ‘손이나 얼굴을 씻음’을 이른다. ‘洗手’의 독음을 쓰라는 시험에서 [선수]라 답한 학생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아무튼, ‘사람이 마음을 씻어 악한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은, 마치 미역을 감아 때를 없애야 하는 것과 같으니라!’

(人之洗濯其心以去惡, 如沐浴其身以去垢 - 朱熹)

 

 

 

(人之洗濯其心以去惡, 如沐浴其身以去垢 - 朱熹)주희

인지세탁기심이거악, 여목욕기신이거구-주자

주희(朱子), 작자 미상의 수묵화
 
중국 남송(南宋) 때의 유학자.
주자학을 집대성하여 중국 사상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자는 원회(元晦)·중회(仲晦), 호는 회암(晦庵)·회옹(晦翁)·운곡노인(雲谷老人)·
둔옹(遯翁). 존칭하여 주자(朱子)라고 한다.



해운대 장산 계곡에서 세수를 하고~

지난밤 여독은커녕 새벽에 눈도 채 못 뜨고 끌려나간 띵띵한 할매 얼굴,

물기도 닦지 않은.... (푸석해도 내 딴에는 세수 후, 쪼메 칼클케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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