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민속박물관의 솟대/네이버
청송 가는 길1
정다운
간밤엔 잠을 설쳤다.
행여 깊은 잠으로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여 산행에 차질이 생길까봐서.....
소파에서 자는 둥 마는 둥 겨울산행이라 조금은 여러 겹으로 중무장을 했다 .
집합장소는 서울, 시간은 여섯 시, 조금 일찍 도착 선두 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늘상 나는 1호 차를 탄다.
새벽공기는 차가웠고 선두 차를 운전하시는 기사님은
예정보다도 훨씬 늦은 여섯 시 15분에 도착
나는 서늘한 아침공기에 30여분을 옹송거리며 기다리다 차에 올랐다.
출발 6시 25분.
새로운 기대감에 눈은 더욱 또렷해지고 여명이 밝아오는 도심의 아침은
붉은 구름을 안고 먼 곳에서부터 서서히 밝아온다.
한강 둔치..부지런한 이들은 이 신 새벽에 건강을 위하여 달리기를 하고
강가엔 하얀 갈대들이 바람결에 일렁이며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하늘도 맑고 날씨도 쾌청
차내 공기가 서서히 따스해질 무렵 나는 곤한 아침잠으로 빠져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두 번째 휴게소인 단양휴게소에서 눈이 떠졌다.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아름다운 단양의 높은 산들의 나무들은
거추장스러운 옷들을 훨훨 벗어버리고 빈 몸으로 가볍게 서있다.
산은 빈 듯 하면서도 왠지 모를 충만함으로 가득했다.
난 겨울 산을 좋아한다.
가감 없이 자신의 나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 좋다.
빈 들판은 하얀 무서리가 눈처럼 희고 맑게 반짝였다.
차는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청송 가는 길2
안동을 지났다.
여기서부터는 국도로 진입했다.
청송.... 청송 가는 길은 안동부터는 국도를 타고 간다.
가을걷이가 끝난 빈 들판엔 아직 겨울 김장을 위하여
남겨둔 배추들이 밭에서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며 오도카니 앉아있다.
통통하게 속이 꽉 찬 부른 배를 지푸라기에 매인 채...
얼마쯤 갔을까....
들판에 두 팔을 넓게 펼치고 하늘 향해 서있는 사과밭들이 길 양 켠에 즐비하게 그득하다.
이제는 온몸 가득하게 매어 달려있던 분신들을 수고한 농부님들에게 다 내어주고
가벼운 몸으로 고단한 몸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마지막 남겨 논 까치를 위한 두어 알의 분신과 함께 넉넉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산길로 접어들면서 나지막한 산과 높은 산등성이에
그리고 산아래 에 가득한 사과밭 봄이 오면 저 산야에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하얀 사과 꽃들이 온산과 골짜기에 가득하리라.
얼마나 아름다운 장관일는지...
강원도 같은 산길은 험했다.
굽이굽이 돌아가며 차는 산 속으로 들어간다.
높은 산을 넘자 내리막길엔 계곡 물을 막아놓은 작은 호수와 천수답과
고산배추밭이 보였고 햇빛은 너무도 포근하고 따스하여 마치 봄날 같았다 .
작은 산을 하나 더 넘으니 작은 터널이 나온다.
청송터널...
이윽고 나타난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으마한 산골읍내 청송읍..
그리고 우린 다시 마지막 종착지인 주왕산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주왕산과 대전사/네이버
아...주왕산!
우리의 종착지는 주왕산이었다.
우리는 아름다우나 험한 산길을 굽이굽이 넘어 마침내 먼길을 왔다...
주왕산 주차장에서 첫발을 내디디고 바라본 그 산은 정말 멋졌다 .
바위산...매끄러운 회색 빛 거대한 암산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위풍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혼잡하지 않은 주차장과 등산객을 위한 진입로의 주점과 음식점들
투박하고 정겨운 어느 아낙의 인사말...
아직은 구수한 인심을 잃지 않은 청송의 인심이 고마웠다.
특이한 것은 대전사.....
오래된 고찰이 산 중턱에 있지 아니하고 입구를 막 들어서니 보였다.
그 이유를 알았다.
대웅전인 보광전의 등뒤에 기암인 연화봉이라는 아름다운 기암연봉이 있었고
그리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불사가 있기에 충분한 좋은 자리였다.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맑은 계곡과 나무와 바위들은
나의 입에서 등산객들의 입에서 연이어 탄성을 자아냈다.
바위들은 특이했다
붉은 바위, 짙은 회색 빛, 옅은 회색 빛, 검은 바위, 흰 바위,
그리고 파스텔 톤의 은은한 색채의 바위...... 문양이 있는 아름다운 바위.
울퉁불퉁한 모양, 매끄러운 고운 모양, 심한 균열로 다양한 형채의 모양,
거대한 바위 ,작은 바위...
고운 조약돌로 이루어진 계곡
계곡은 투명하고 맑은 옥색의 물빛을 띄우며 조용하게 흐르고 있었다
주왕산2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30여분....거대한 바위가 높은 산허리쯤에
깎아지른 듯 급경사를 이루며 하늘에 걸쳐 있다.
이름하여 급수대
그 아래에는 주왕굴 입구가 나무 사이로 언뜻 보인다.
주왕굴은 마장군의 군사를 피하여 주왕이 숨어살았다는 굴
그 아래 낭떠러지의 계곡 물을 올려 먹었다 하여 그곳을 급수대라고 한다 하였다.
계곡을 돌아드니 연이어 보이는 두개의 암산 하나는 학소대고 또 하나는 시루봉이다.
학소대는 오랜 옛날에 그 바위산에서 청학과 백학이 의좋게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지금은 상서로운 까마귀들이 그 수십 길 천혜의 절벽 위를 제 집 인양 놀이터인양
유유자적 노닐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시루봉의 얼굴이 보였다.
측면에서 바라본 그 거대한 바위는 흡사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정면의 모습은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 하여 시루봉
사실 그 아래에서 불을 때면 실지로도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그 거대한 바위를 연기가 감싸안고 피어오른다고 한다.
그리고 천혜의 바위산이 요새를 이룬 듯
신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문인 듯이 바위산과 바위산 사이로 길이 나있다.
협곡사이 그 좁은 길 안쪽은 계곡 물이 바위를 돌아 하얀 포말을 이루며
바위에 소를 만들고 아름다운 폭포를 만들어 흐르고 있었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앞쪽은 작은 모래밭과 자갈밭이 형성되어 있다.
제1폭포이다.....
천년이끼가 두텁게 끼인 바위산 바위틈에 자생하는 구부러진 나무들.
바람마저도 숨을 죽이는 바위산을 올라서니 그 위엔 아름다운 평평한 계곡이다.
들판이나 강가에서나 봄직한 그런 나지막한 계곡
흐르는 물은 고요했고 낮은 나무들이 그 물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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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네이버
주왕산 3
주왕산은 신비롭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도 만날 수 없는 바위와 계곡, 독특한 산세와 산형..
약 4키로의 긴 계곡을 끼고 걷노라면 마치 중국 무술영화에나 나옴직한
엄청난 제1폭포의 협곡과 부드러우나 높이가 엄청나서 위압적인 힘을 느끼게 하는
기암적벽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천하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변화무쌍한 암석들....기기묘묘한 풍광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비경과 신에 대한 외경을 절로 느껴지게 하는 명산이었다.
태백산맥의 지맥 수많은 암봉과 깊고 수려한 계곡
그리고 옷을 벗은 나목들 사이에 독야청청 푸른 청송들
그것은 한 폭은 거대한 동양화였으며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자연의 도도함이었다.
주왕산 4
산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다.
길은 돌길이라 울퉁불퉁 했지만 길은 가파르지 않았다.
오르막 산길에서 나는 길가에 즐비한 나지막한 수달래 무리들을 보았다.
봄이면 이 산에만 지천으로 피어난다는 진달래를 닮은 꽃
수달래...이름도 예쁜 꽃.. 꽃은 보지 못했지만 반가웠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갈 때마다 변화무쌍한 절경 앞에
숙연해지는 마음과 경이로움 바위산 나목들 사이에 우뚝우뚝 서있는
푸른 소나무들은 푸른 하늘아래 더없이 청정했다.
절개와 소신을 꺾지 않는 군자의 모습이랄까...
위풍당당한 기암연봉과 푸르고 곧은 소나무들 물감을 풀은 듯한 로얄블루의 하늘빛
청송은 이름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다.
산길을 오르다 우리는 다시 제3의 폭포를 만났다.
높은 산 정상에서 조용하지만 힘있게 흐르다 수십 길 아래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는 쑥빛 깊은 소로 잠수한다.
여름의 폭포와는 대조를 이룬다.
군자의 도량처럼 조용하고 심연 깊은 곳으로 침잠하다.
조용히 흘러가는 폭포수....
내원마을/네이버
내원마을..
제3폭포에서 30여분 끊기지 않는 계곡을 따라 산허리를 몇 번 돌아가니
길은 돌길에서 질퍽한 흙길로 바뀐다.
평평한 분지다 산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조용히 흐르는 계곡 물가에 너른 분지가 보인다.
심산유곡...소나무 숲과 갈대밭 사이를 지나니 그곳에 작은 분지마을
화전민들이 살았음직한 작은 마을..
9가구 15명이 산다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내원마을이다.
가장 큰 건물이 오래 전에 세워진 분교 학교 안에는 졸업생들의 사진과 난로.. 풍금도 있었다.
이제는 배우는 학생이 없어 폐교이지만 소나무 껍질로 만든 아름다운 분교였다.
등산객들에게 민박과 식당업, 약초를 캐어 팔아 근근히 살아가지만
그분들의 자유스러움이 부러웠다.
징검다리와 함석집..
소나무장작...그리고 광솔의 향내음...소나무 장작 안에서 처음 본 굼벵이..
낙엽송 타는 냄새, 다래순 나물, 쌉싸름한 도토리. 감칠맛 나는 시원한 동동주..
무지랭이 배추로 담근 시큼한 김치의 맛...양철로 만든 바람개비..
옥수수찐빵...맑은 약수...뒷다리가 하나 없는 커다란 순둥이 흰 개...
내원마을에서 내가 만난 이름들이다.
지금도 내 눈과 마음속에 가득히 그려지는
청송....
그리고 주왕산...
하산 길...
학소대의 기암적벽에 유유자적 나르던 까마귀들.
시루봉 꼭대기 늙은 고사목 위에
독수리처럼 의연한 모습 멋진 포즈로 앉아있던 까마귀들.
그곳은 오염되지 않은 우리 땅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아름다운 조국의 금수강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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