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고(Largo)란 '느리게'라는 빠르기 악상 기호로 쓰이지만, 여기서 계속 언급될 라르고는 헨델 작품으로서 고유명사일 뿐이다. 헨델(Georg F. Handel)의 라르고는 19세기 후반에 유명해진 곡이다. 그가 작곡한 희극적 오페라 『크세르세스;Xerxes』(1738년 런던에서 처음 공연)에 나오는 아리아 한 대목이 라르고 선율의 원전이다. 라르고의 원래 곡명은 『옴브라 마이푸 : Ombra mai fu(그리운 나무 그늘이여)』로서, 오페라 제1막이 시작되자마자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쉬고있던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세스가 부르는 이 아리아는 "귀엽고 사랑스런 푸른 나무 그늘이 이렇게 감미로웠던 적은 없다."라는 가사로 되어 있는데 남쪽나라의 더위와 노곤함을 표현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를 칭찬하는 내용이다. 이 노래의 가락이 뒤에 『헨델의 라르고(사실은 라르게토;Larghetto이지만)』로 알려지게 되었고, 이 곡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그 가사와 기분을 떠나 기악곡 형태로 새롭게 편곡하여 연주되면서 부터이다.
이 곡과 관련된 음반을 소개하자면, 우선 피아노반주에 의한 프랑스 첼로 연주자 모리스 장 드롱의 묵직하고 품위 있는 연주(동화출판공사의 세계 대음악 전집-LP)가 우뚝 선다. 실내악으로 편곡된 것으로서는 헝가리 프란츠 리스트 실내악단(야노스 롤라 지휘)이 연주한 바로크 소품집(서울 Teldec라이선스-LP와 CD)에 실려 있고, 그 밖에도 영국 실내악단의 연주(EMI-CD) 등 몇 가지 음반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빠트릴 수 없는 한 장이, 지난 해 11월 공연차 우리나라를 찾아와 개런티 문제로 화제가 되었던 세기의 가수-플라치도 도밍고가 비엔나 소년합창단, 비엔나 심포니와 함께 협연한 연주(RCA-CD)를 들 수 있는데, 굵직한 테너목소리와 뒤를 받쳐주는 보이 소프라노, 관현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연주되는지 들어보시면 어떨는지.
연주자에 따라 3분 안팎으로 연주되는(불려지는) 짧은 곡이지만, 곡(노래)의 성격이 고귀하고 숭고하며 종교적인 기품을 지닌 것이라, 어떤 형태(또는 악기)로 연주된다 할지라도, 헨델의 음악을 이해하는 한 단면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곡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