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자 : photo_nc2u  (2006-10-23 16:29)

 

카메라와 사진 이야기 <똑딱이와 DSLR>

 

'제가쓰는 카메라는 XXX의 ○○○입니다. 사람은 또렷하고 배경은 흐리게 찍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좀 알려주세요' 라는 쪽지를 자주 받게 된다. 나는 ○○○을 한번도 써보지 않았지만 명확하게 대답해준다. '○○○으로는 불가능 합니다.'라고. ○○○은 똑딱이 이므로.

 

움직이는 피사체 또는 어떤 상황을 순간 포착해서 촬영하는 사진을 '스냅사진' 이라고 한다. 스냅사진은 연출되지 않은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느낌을 잘 살리는것이 좋은데, 그런 스냅사진을 찍기위해서는 이것저것 설정을 한 후에야 찍을수있는 수동 카메라나 SLR 카메라 보다는 셔터만 누르면 찍히는 자동 카메라가 좋다. 흔히 스냅사진용으로 좋은 컴팩트 사이즈의 자동 카메라를 '똑딱이'라고 부른다. 이 글을 쓰다말고 문득 궁금해져서 메신저에 있는 친구들 여러명에게 쪽지를 날렸다.

 

"컴팩트 사이즈의 자동 카메라를 왜 똑딱이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냥 똑딱 하고 찍히니까 똑딱이 아니냐 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뭐 틀린 대답은 아닌데, 사실 이 별명은 사전적인 의미에서 따온 것이다. 'snap'은 민첩하게 움직이다, 딸깍거리다 라는 뜻과 함께 빨리 채우거나 풀수있고, 똑딱거리는 '똑딱단추'라는 뜻이 있다. 스냅사진용 카메라를 똑딱이라고 부르는건 바로 그 이유다.

[snap - 똑딱단추]

 

사람은 또렷하고 배경은 흐린 사진이란 흔히들 '아웃포커싱'(잘못된 표현이다)이라고 말하는 얕은 심도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DSLR로 촬영한것인데 모델이 "요즘 얼굴에 뭐가 많이 나요" 라고 해서 일부러 초점을 약간 흘렸다.

 

아웃포커싱 : 'Out Of Focus'를 잘못 부르는 말이다. 올바른 표현은 '얕은 심도' 또는 '배경이 흐린' 등이다. (예문 : '나 아웃포커싱으로 찍어줘.' -> '나 배경이 흐리게 찍어줘.')

 

똑딱이로 왜 이런 얕은 심도의 사진을 찍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하려면 기술적이고 어려운 내용까지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가장 큰 이유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CCD(필름역할을 하는 부품)가 작아서' 이다. 단, 책상위에 건전지 몇 개를 일렬로 세워놓고 첫번째 건전지는 또렷하고 나머지는 흐리게 찍은 사진을 제시하면서 '똑딱이도 아웃포커싱 된다!'라고 말하면 할말없다. 계속 건전지만 찍으라는 말 밖에.

 

건전지 보다 조금 더 큰 내 자전거를 길위에 놓고 찍은 사진이다. 왼쪽은 똑딱이로 오른쪽은 DSLR로 찍은 것이다. 최대한 같은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섰다. 두 사진 모두 조리개 값은 3.5 이다.

이 두 사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피사계의 심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피사계의 심도란 초점이 맞는 범위를 말하는데, 왼쪽의 똑딱이 사진은 사진의 모든 영역에 선명하게 초점이 맞았는데 이를 '피사계의 심도가 깊다' 라고 말하고, 오른쪽은 사진의 주제에 해당하는 자전거에만 초점이 맞아있고 이를 '피사계의 심도가 얕다' 라고 말한다.

 

사진에서 대상을 표현하는 방법과 기술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주제를 부각 시키기위해 가장 많이 쓰이고, 또 효과적인 방법중의 하나가 피사계의 심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닐우산' 이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사진속의 모델은 친한 언니에게서 예쁜 비닐우산을 선물받았다며 좋아했다. 인물의 얼굴(눈)과 비닐우산에 맺힌 빗방울까지 초점이 맞도록 해서 주제를 부각 시키고 싶었다. 만약 이사진을 똑딱이로 찍었다면 뒷배경에 있는 자동차, 약국, 행인들의 모습들까지 선명하게 나와서 산만한 느낌의 사진이 됐을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똑딱이는 SLR에 비해 안좋은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것 같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 그래도 똑딱이로 인물 사진을 찍을때 배경을 흐리게 하고 싶다면?

1. 줌기능이 있다면 최대 줌으로 당긴다.

2. 조리개값을 임의로 설정할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가장 낮은 숫자로 맞춘다.

3. 카메라와 인물은 최대한 가깝게, 인물과 배경은 최대한 멀게 보이는 위치를 정하고 찍는다.

 

똑딱이의 얕은 심도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단점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장점일수도 있다. 만약 위의 자전거 사진에서 오른쪽의 DSLR로 찍은 사진을 왼쪽처럼 먼 배경까지 선명하게 찍고 싶다면 조리개를 최대한 조여야 한다. 그러면 어쩔수없이 셔터스피드가 떨어지게 되고 삼각대 같은 장비가 없으면 사진이 흔들릴수도 있다.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관계, 그리고 조리개와 심도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얘긴가 싶겠지만 원래 어려운 개념이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자.

 

아무튼 그렇다면 주제와 배경을 모두 선명하게 찍어야 하는 상황은 어떤경우가 있을까? 대표적인 경우가 여행지에서의 풍경사진이다.

 

별로 일본의 느낌을 주는 배경은 아니지만 일본 우에노 공원이다.  똑딱이로 찍은 사진이고, 똑딱이 답게 인물과 배경이 모두 선명하게 나왔다. 똑딱이는 개방 조리개에서도 심도가 깊은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노출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DSLR보다 유리할수도 있다.

 

적절한 예제 사진이 없어서 좀 아쉽지만, 예를 들어 수학여행을 가서 해질무렵에 단체사진을 찍는데 친구들이 옆으로 늘어선게 아니라 앞뒤로 길게 늘어서서 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고 가정을 하자. 이 친구들 얼굴을 모두 선명하게 찍고 싶다면 똑딱이로는 그냥 찍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DSLR이라면? 삼각대를 펼쳐놓고 친구들에게 "움직이지마!"라고 말해야 할것이다.

 

똑딱이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휴대성이다. 작고 가벼우니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큰 가방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렌즈를 갈아끼워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에 반해 DSLR은 일단 무겁다. 렌즈가 여러개일 경우 튼튼하고 무거운 가방도 필요하다.

 

똑딱이의 한계(?)를 느껴서 결국은 팔아치우고 DSLR을 샀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똑딱이로 찍을수 없는 사진에 욕심낼게 아니라 똑딱이의 특성을 잘 살릴수 있는 사진들을 찍으려 노력한다면 더 좋은 사진들을 많이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아, 똑딱이도 하나 갖고 싶다!(글|사진 잠든자유)

 

끝으로 위에서 언급했던 디지털 카메라의 CCD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기위해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센서(CCD)의 크기를 보면 저렇게 1/1.8 처럼 소수와 분수를 섞어서 쓰는 이상한 표기를 볼 수 있다. 이것은 CCD의 대각선 길이를 inch로 나타낸것인데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표기 방식이다.  이렇게 표기하는 이유는 자기들 나름대로 뭔가 할 말이 있을지는 몰라도, 내 생각에는 사용자가 잘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CCD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고, 화질, 해상도, 렌즈의 크기, 초점거리 등 여러가지 중요한 요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CCD의 크기는 클수록 좋고, 클수록 비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작은 CCD의 똑딱이는 꽃, 곤충, 건전지 같이 비교적 작은 피사체의 배경만 흐리게 할수 있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photo_nc2u/70009727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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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사전에 등록되었습니다

 

*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용 추가합니다. 딴지의 내용은 대부분 아래와 같습니다.

 

Q.심도는 조리개와 초점거리하구 상관 있지 CCD는 아니라구 보는데, 그럼 필름똑딱이와 SLR 카메라하고는 어떻게 설명 하실껀지요?

 

A. 심도는 조리개와 초점거리와 상관있는게 맞습니다. 똑딱이 디카도 조리개 2.0정도의 밝은 렌즈를 장착한 기종도 있습니다. 그럼 남은건 초점거린데, 결국 CCD가 작아서 초점거리도 거기에 맞춰 짧아진 것입니다. 그리니까 CCD가 작아서 얕은심도 표현이 안된다가 맞는 얘기입니다.

필름 똑딱이와 필름 SLR카메라에 대해 설명하자면, 필름 똑딱이는 스냅사진용으로 선명한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조리개값이 8.0 또는 그 이상의 값으로 고정되어 있고, 초점거리 35mm정도의 렌즈가 달려있습니다. SLR 필름 카메라에 35mm 렌즈를 달고 조리개를 8.0으로 맞춰놓고 찍어보세요. 필름 똑딱이와 비슷한 사진 나옵니다. 어떤 분은 렌즈 구경이 크면 얕은 심도가 나온다고 하시는데, 이 경우 렌즈구경이 아무리 커도 마찬가지 입니다. iso 200 또는 400등의 고감도 필름에 '자동카메라용'이라고 써있는 이유가 바로 자동카메라는 조리개 값이 크기 때문에 감도가 높은 필름으로 적정노출과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위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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