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된 외손자 마이키와 이별하며*
눈에 밟힌다는 거?
자꾸만 사람들이 그렇다기에.....안해봐서 모르겠다고 능청을 부렸다.
나는 겉으로 나타내는 표현이 부족해서, 뉴욕, 죤 에프 공항 게이트 앞에서 50일을 붙어있다시피 함께 한 마이키와 헤어지고 내 좌석에 앉아 휴대폰 전원을 끄듯~
마이키 숨소리, 울음소리 하나에도 촉수를 곤두세우던 안테나를 모두 접어 봄에 겨울 옷 정리하고 가을에 여름옷 수납하듯 그렇게 정리해 들여넣었다. 그런데...내가 온전한 내가 아닌갑다. 갑자기 세포분열을 일으킨 것처럼 사지에 힘이 쪼옥 흩어지면서 뭔가 허전하다.
두둥~~ 빈껍데기만 허위적 허위적 풍선인형으로 떠서 출렁이는 것 같다.
<이게 눈에 밟힌다는 걸까? 에잉,,아닐꺼야~>
14시간의 비행,
두어 시간이 지나자 기내에는 벌써 어린아기를 안은 사람들이 셋 서성댄다.
마이키도 몇 달만 자라면 저만큼?....가서 몇 개월인가 물어볼까? 어우,,쟤처럼 저렇게 무거우면 지 에미가 힘 들겠는 걸...
누가 머래나~ 나 혼자서 별별 상념에 다 젖어본다.
(참고로 외손자의 본명은 마이클 정원 박이다. 어차피 영원한 미국시민으로 살아가자면 영어이름은 가져야 모든 게 용이하단다.
사위는 마이클의 애칭 마이키라고 부르기를 즐겨한다. 아직은 애기라 이름은 모아 불러야만 한다는 데 중지를 모은다.
태명/동동이, 마이클/마이키, 정원/박정원, 세례명/미카엘=마이클)
머릿속이 냉냉해지며 잠이 전혀 오질 않는다.
한국에서 출발한 아시아나는 쌈밥도 맛있고 밥도 좋았었는데, 뉴욕에서 출발한 기내식은 영 다르다.(내 컨디션도 영 다르다)
차라리 간편한 양식으로 주던가? 한국에서 공수한 비빔밥의 햇반은 몇개의 멍울진 덩어리밥들이 잘 풀어지지도 않아 포크로 일일이 푸며 비비는 장난만했다.
또 다른 끼니의 치킨, 비프 덮밥도 쌀알이 안남미라....여엉 머뜩잖다. (외국인들은 찰진 밥보다 다 선호한다지만..)
가져오는 선물보다 내 등에 지고있는 감기가 더 무거운 한 짐인데, 밥맛이 있을 턱이나 있나?
옆자리 남편은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심술이 나서 깨워서는 이것도 재밌다. 저것도 재밌다면서 직접 비디오를 골라 주면서 같이 놀자 깨웠지만...별루^^;;
사위도 현재 13살까지 기른 마르티스 <구피>란 늠을 키우고 있고 나 역시나 9살 난 마르티스 <마리>를 키우고 있다.
내가 키우는 아주 못되먹은 마리뇬 키우기는 구피에 비하면 말 그대로 거저먹기 또는 호리뺑뺑이~~
미국에서 개 키우기가 쉽진 않다.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 아파트존에 살아야 하고......카페트 바닥이라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 잠옷위에 방한옷을 껴입고 바깥으로 나가 용변을 뉘어야 하고
퇴근하면 바로 뉘이고 자기전에 눈바람 휘몰아치는 바깥으로 용변산책을 나간다.
그 짓을 묵묵히 13년을 해 왔다는 ...그 게 바로 애견사랑이다. 하물며 구피에게 눈 한 번 부라리지 않는데...(구피도 그에 걸맞는 영국신사형 맞춤 애견이었다)
즈이 아들 마이키에게는 오죽할까?
장모와 사위의 통하는 점은 동물을 좋아하며 TV프로 동물농장을 즐겨보는 그런 공감대를 갖고 있다. 자연과 동물의 이야기 그 이상의 진실한 이야기가 또 어디 있으랴!!
결국은 14시간을 눈 한 번 붙이지 못하였다.
이것저것 채널을 돌리다가 다큐멘터리 자연을 보니 <바다표범(물범의 종류중 1)이야기가 나온다>
영하 40도를 견디는 가장 혹독한 추위의 빙하위에서 사는 동물, (난 여태껏 북극곰인 줄로만 알았다) 포유류라 숨을 쉬기 위해서는 얼음위가 휴식처며 침대역활만 할 뿐!
바다밑은 놀이터며 집이며 먹이사냥터고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아주 즐겁고 재미난 곳이었다. 바다 물밑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얼어죽는다.
아기 바다표범을 낳았는데....<헉, 이 대목에서 난 왜 마이키를 떠 올리는지....오호라! 이 게 눈에 밟힌다는 건가?>
얼음위로 올라와야 하기에 얼음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늘 치아로 갉아 충분한 ,,입구를 열심히 만드는 엄마,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아기를 기어이 물에 입수하게 만든다.
엄마 등위에서 곁에서 늘 그림자처럼 따라 유영하는 아기바다표범! .....또 마이키가 밟힌다.
또 채널은 바꾼 게 삿뽀로 마루야마 동물원의 쌍둥이 백곰탄생!!
백곰이 이렇게 동물원에서 새끼를 낳는 건 희귀한 일이라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백곰 부부가 아주 특별나게 사이가 좋아서 그렇지 않은 가 싶다. 이 번이 (작년 11월경 출산) 3번째 출산이라는데 쌍둥이란다.
아주 예민해서 특별히 준비된 캄캄한 산실로 인도되고 카메라만 비치되었다.
쌍둥이가 둘 다 무사히 태어난 게...겨우 카메라의 체열 빛으로 감지 될 정도~~ 엄마와 작은 새끼 두 마리가 꼬물꼬물 하는 것만 확인!!
3일 뒤 드디어 에미 백곰이 나타났다. 바깥 세상을 처음 구경하는 날!! 쫄랑쫄랑.....새끼 한 마리가 눈이 쌓인 바깥으로 나오자....한 마리는 나오기를 꺼린다.
엄마가 들어가더니 물어서 눈밭으로 데리고 나오자 눈구덩이에서 미끄러지기도 아장아장 걷기도 한다. <에혀... 마이키가 눈에 또 밟히네 그랴~>
사흘이 되니까 바깥세상으로 데리고 나오는 백곰에미, 동물원 측에서는 쌍둥이 백곰의 인기가 치솟자 쌍둥이 백곰의 풀장 데뷰를 선언하고....케메라꾼들이 몰려 들었다.
물을 아주 얕게 받은 풀장에 에미는 들어가지만....새끼는 발에 물이 닿자 달아난다. 에미는 물에 들어오게끔 애기들을 유혹하느라 나뭇가지도 가차이 놓아주며 꼬셔보지만 실패!
그러다가 또 사흘 채 되는 날, 에미는 쌍둥이들의 등을 떠다밀어 물에 빠트린다. 두마리도 처음엔 어푸거리다가 이내 적응!
참으로 사람이나 짐승이나 모성애 가득한 에미들의 양육은 위대하다 싶다. <마이키 母子의 행진도 주욱~~ 계속되겠지?>...딸과 마이키가 눈에 밟혔나? 그랬나?
그 다음은 단편선 이야기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에서 대상을 수상한(2010-11-09)몸 속에 흐르는 음악 (Music In The Blood, 2010)
***11살의 아들 로버트가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믿는 페트레.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하나뿐인 아들이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유명한 프로듀서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로버트에게 예쁜 셔츠도 사 입혔다. 로버트 또래의 수많은 아이들이 몰려온 오디션장.
페트레와 로버트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프로듀서를 기다리고 드디어 로버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18분간의 영화 줄거리는 이랬지만 정작 오디션에 실패한 父子!
낙심할만도 하건만 집에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며 벤치에서 아버지가 옆에 앉은 아이의 작은 얼굴에 그 크고 듬직한 손으로 짖궂게 다 덮으며,,,하는 말!
<오늘 네가 정말 잘 한 거 알지?> 아이는 아버지의 품에 와락 안겨 한참을 얼굴을 묻었다가 고개를 든다. 씻은 듯 위안을 받은 해맑은 얼굴로....<예, 아빠!>
바로 이 대목에서 코 끝이 맹맹..고추먹고 맴맴......
<마이키 父子가 생각났다, 마이키와 사위가 내 눈을...밟았나?>
버스에 오르자 돈을 받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악사를 아버지가 오라고 부른다. 지폐를 건네며 밝은 음악을 주문했다가 이내 아들의 노래 반주를 부탁한다.
아들은 제목을 몰라 대충 콧소리로 음을 내자 거리악사는 알겠다며 반주를 시작한다.
<내 이름은 렐레> 짚시음악이다. 아마도 짚시음악산업이 침체된 것을 보여주는 듯도 한데,,,, 음악은 역시나 몹시 경쾌하다.
아이는 무척 자신있게 부르고 거리악사는 <이 돈은 내가 받을 게 아니라 네가 받아애 될 것이라며 아이에게 도로 건넨다>
다시금 버스안은 온통 ....아이의 해맑은 렐레 노래로 다 함께 손뼉치며 부르며 마치 파티장 분위기처럼 된다. 버스 승객들에게서 제 모자 가득히 돈을 받아 든 아이~~
아빠와 아이는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기다리던 여동생과 엄마는 ,,,,오디션은 잘 받냐며 물으며 무슨 돈으로 이 걸 다 사왔냐고 묻는다.
아빠는 씨익 웃으며...아이를 불러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아이는 기쁘게 다시 <내 이름은 렐레>를 부르고 어린 여자동생도 함께 부른다.
내 이름은 렐레란 노래는 아마도.....우리노래를 억지로 비유하자면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런 뜻을 가진 아이들 노래가 아닌 듯 싶지만 짚시 음악이라
아주 경쾌하며 제절로 몸이 흔들리는 묘한 느낌이 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 모습으로 디엔딩~~
.....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산다는 것에 대한 ... 삶의 소중한 한 단면으로도 이렇게 가슴 촉촉해 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미리 느껴보는 사위의 마이키 사랑에 가슴 뭉클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기껏 공항 게이트에서 이별하고...
14시간도 채 못되어 뗄래야 뗄 수 없는 징한 ,
에혀 몹쓸 웬쑤들...
<내 아들!! 내 아들!!>해싸며
큰 키에 크은 손으로 한 번 안으면
어찌나 강렬한 키쓰세례를 퍼 붓는지...
마이키는 이제 아빠 품에만 가면
<맘대로 하세요~>거의 포기상태더니
어쭈 이젠 즐기기까지 아빠 입이 오면 제 입을 쫑긋 벌리기까지~
아빠의 듬직하고 진한 애정 공세를 받아들일 줄도 아는 마이키는 효자다.
아버지의 뜨거운 포옹과 키스에 안정을 찾고
하루종일 운전에도 참아내며 지칠 줄도 모르는 아이다.
<아들아 네 아버지만 믿고 따라라!>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ㅎㅎㅎ>
아버지가 떡을 주실 때 까지 믿으므로....울지 않고,
<예, 아빠가 이끄시는대로 무조건 따라갈께요>하는 듯
잘 참아내는...차칸 아기, 마이키!!
기침감기로 할미 낮에 마이 잤더니...
요러고 앉았다.
눈에 밟히는지 안 밟히는지... <한국 가봐야 알지/하던 할미가>
이상 보고 끝!!
1월30일 찍었다고 올려진 사진~(57일차)
짜식이 제법 카메라를 의식까지? 하도 어려서 부터 팡팡 찍어대니 알만도 하겠다.
할미(목소리 잊기전에)전화를 바꿔 마이키~ 하고 부르니 첨엔 눈이 똥그래진다더니
요즘엔 응...아....하는 응답이....나 거진말쟁인가??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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