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맛조갯살 이야기


 

 

맛조개는 잡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맛소금만 가져가서 구멍에다가 솔-솔뿌리면 짠 바닷물이 들어 온 줄 알고는 쏙 기어 나온다.

그 때 바로 집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자월도에 갔을 때,

얼마나 많은지 맛조개는 숨관을 빨대처럼 내어 놓고 숨을 쉬고 있었다.

맛조개 전용갈퀴만 있으면 쏙 뽑아 올리기만 하면 지천이겠다.


아이는 그 걸 끄집어내겠다고 한 번 힘겨루기를 하다가

하다가 그만 조갯살이 중간에 툭 끊어지고 만 것이다.

몇년 전 일인데...아직 마음에 접혀있으니 아이인들 그렇지 않을까?

맛조개는 기실은 별 맛이 없다.  꼭 먹지 않으려면 호기심만으로 잡지 말아야 할 일이다.


맛조개 아니라도 조개를 싫어하던 나는 젤로 탐탁찮고 맛없는 조개 1위가 맛조개였다.


어느 봄날인가?

그와 나는 여전히 섬지방(대부도로기억)을 구석구석 훑듯이 유람을 다니는 중이었다.


좁은 골목을 돌아돌아  동네인가로 접어들자 시멘트 담벼락에 ‘조개팝니다.’

라고 써 붙인 글씨를 보게 되고

바닷가에 얼쩡거리다 보니 차들이 부르릉 들어와서는 그 집 조개를 사가고 또 사가는 게 아닌가?


오천원, 만원, 다가가니 맛조개를 닮았는데... 크기나 태깔이 다르다. 참맛조개란다.

주인이 잠시 집안으로 들어간 사이 손님에게 물어보았다.


“이게 맛이 좋아요? 어떻게 해 잡숴요?”


“아유..얼마나 시원한데요. 술먹은 담날엔 이 거 이상없어요~”


순간 바라본 남편 눈빛을 감지하고 아주머니가 나오자 우리도 좀 달라고 그랬다.

이제 냉장고에 둔 것도 다 떨어졌단다.


두 시간만 기다리면  이집 아저씨가 잡아 오신단다. 그때 오라는 말에 그러마고 돌아 나왔다가 영영 그 곳에 가지 못했다.


맛이 끝내주게 시원하다는 그 맛을 그만 못 보게 된 것이다.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그 참맛을 오늘 시장에서 만났다.


10개들이 한 묶음에 5,000원이란다.

그 때 그 바닷가의 집보다야 두~세 배나 비싼 편이다.


그 맛조개를 해감을 빼느라고 뺐는데도 모래가 지분거린다.

껍질 채로 요리사진들이 있기에 나도 나름대로 해감을 빼고는 통째로 요리를 했다.

애주가인 남편이 없으니 맑은 조갯국을 끓여봤자.  먹을 사람도 없을테고~

나도 조갯맛을 알기엔 그저 그런데 아이들이 잘 먹을 리 만무하고 꽃게와 함께 된장에다 넣었으니 맛조개 고유의 그 시원한 맛을 채 알기도 전에...낯살부터 찌푸려졌다.


맛조개를 꺼내어서 다시 배를 가르고 물에다 씻고(아까워서) 접시에다 뉘였다. 

야채랑 함께 쥬스 한 잔에 나만의 런치메뉴가 된 셈이다.


사모해오던  참맛조개에 보기좋게 한 방 얻어채인 기분이다.

얼마전에는 꼬막사진을 올렸다가 참꼬막이 더 맛나다기에 가슴에 담아 두었다가

어물전에서 참꼬막을 구입 대량 삶았더니 내 바보스런 입맛에는 (아리송송!!)

순하디 순한  부드러운 양식 꼬막이 만만한 게 훨 낫다. 껍질도 하얗고 깨끗하고, ㅎ~

참꼬막은 외관상으로도 껍질뿐 아니라 조갯살까지 두껍고 시커메서 원~~


 

이런 얼뜨기 반풍수 입맛을 가지고 무슨 조개 맛을 논하랴~~

냉장고에 있는 머스타드소스와 초고추장소스에 버무려 쏘스맛에 잘 먹긴 했지만 

이제 겨우  조개구이 먹기 시작한지 두어해~~ (정확하게 4년차네~)

어느날은 조개구이가 그립기도 하니 그나마 장족의 발전을 꾀한 것이다.


웰빙이라는데 이 나이에 뭘 가릴쏜가?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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