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안팍으로
눈만 홀겨도 찢길 엷은 화선지 한 겹 발랐을 뿐인데....
창문에 맺히던 결로도 사라지고 마음도 푸근!!
실제도 ...방풍 보온효과 100%!
한 번 시도해보세요!!
문인화를 그리겠다고 준비한 화선지...
이제 겨울 창문을 발라봅니다.
그랬더니 화선지 저 혼자서 보란듯이 그림을 담습니다.
이렇게 사실적 묘사로 잘 그려진 그림 보셨나요?
수수꽃다리(라일락) 나뭇가집니다.
문풍지,
요즘 스폰지로 된 것 보다는 웬지 바람이 새면
파르르르 소리를 내며 떨리던 창호지로 붙인 옛, 문풍지가 생각났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종이를 문틈에다만 바르려고 했는데...
밀가루풀 넉넉히 끓여 두었겠다. 화선지 넉넉하겠다.
그만 일을 치고 말았습니다.
단지 보온의 의미로 문풍지만 바르려다가 유리문에다가 한지를 덧바르고 나니,
기분이 그럴까요? 포근하고 편안한 안정이 옵니다. 마치 사찰에 든 듯.....
너무 유리창이 많아 노출된 시야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막는 방법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줄 이제사 알았습니다.
세상도 너무 많이 환히 바라보노라면 골머리가 아플 듯 합니다.
적당히 차단하고 사는 게 스트레스 덜 받을 듯 합니다.
바라지창
중간 두 칸을 바깥을 살피려 바르지 않았더니
아들왈...맨 아랫쪽에 마리창도 하나 내어주라는군요.
그 말 듣고보니 약간 양심이 찌르르~~
아들에게서 작고 아름다운 배려를 배웁니다.
이 곳을 찢고 세상에서 제일 낮고 작은 창을 냈습니다.
강아지창
막내아들 말대로 작은 마리(강아지)창을 내었습니다.
다시 찢어내고 덧 붙이려니 쭈글쭈글 해졌지만
마음은 환히 펴졌습니다.
덧 대어 낸 바깥마루
겨울엔 천연 냉장고~ 제가 좋아하는 감도 두고 익혀먹고...
ㅎ 예전에는 White Wine을 여따다가 두면
겨울에 따악 마시기 좋았는데...요즘엔...그냥 창고! *.*);;
등나무 지지대와 등걸 그림자가 어지럽습니다.
여름엔 창을 열면 햇살 가려주는 초록 지붕이 되지만...
창턱에 화분을 올려두니 묵묵히 실루엣 정물화에 동참합니다.
포근한 겨울 풍경 속으로 들어 앉습니다.
허균의 '누실명'이 갑자기 떠오르는....
허균의 '누실명'
방넓이는 스므자 가웃인데
남쪽으로 두 문이 열려서
낮 해가 들어와 비치면
밝고도 따뜻해라
집이래야 겨우 바람벽이나 둘렀을 뿐이지만
책만은 4부서(四部書)를 갖춰 놓았네
남은거라고는 쇠코잠방이 하나에다
사랑하는 문군(文君)이 함께 있을 뿐
차를 반 사발 따라 놓고
향도 한 자루 피웠어라
하늘과 땅, 옛일과 요즘의 일을
벼슬에서 물러난김에 생각해 보네
남들은 누추한 방이라고
누추해 살지 못하리라 하지만
내가 보기엔
하늘위의 신선세계만 같아라
마음이 편하고 몸도 따라 편하니
누추한 곳이라고 어찌 말하리요
내가 누추하게 여기는 건
몸과 이름이 함께 썩는 것
원헌(原憲)은 쑥대로 엮은 지게문에 살았고
도연명도 울타리만 휑한 집에 살았다네
군자가 이 곳에 머물러 사니
어찌 누추하다 말 할 수 있으리요
외풍차단이 잘 되고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할 것 같습니다.
창호지를 발랐다고 어둡지않을까 염려했는데...
흰색이 빛을 받아들여 마치 바깥에 눈이 온 것처럼
눈부실 정도로 화안하게 밝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바르고 살 걸...
다음글에서 <한지스텐드만들기>가져 온 이미지
http://blog.daum.net/yojo-lady/13746214
강아지가 할켜서 붙이고 다시 붙였습니다.
아이들이 있어 창호지에 구멍을 내면 색(한)지로 나무나 꽃을...
나란히 날아가는 새도 여러마리 오려붙이면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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