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이 맛있을 때다.

애호박 가격도 착하고, 애호박을 채로쳐서 볶아도 먹다가  끓는 물에 살푼 데친 후 무친 담백한 나물로도 먹다가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찌개로 먹든 어쨌거나 한참 맛날 때다. 요즈음 매번 국을 끓이기도 뭣할 때 호박찌개가 아주 그만이다.

부재료로는 조개, 새우 고기도 있지만....부재료 넣지 않고도 새우젓간만으로도 아주 시원하고 달큰한 찌개로 변신~

한 끼니를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단다.

늘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호박으로 만든 찌게나 나물이다.

 

엄마는 어렸을 때 호박을 먹지 않았다.

물컹하고...별 맛도 없고, 그랬는데 나이들자 호박나물이 왜 그렇게 좋아지는지 모르겠다.

이제야 맛에 대한 늦철이 드는게지~~

 

얼마전 TV에서 명란젓갈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언제나  식욕을 돋울만큼 붉은 빛깔로 인식돼온 명란젓!

그 명란젓이 좋지않은 색소로 착색이 되더구나.....그 방송이후....남은 명란젓을 내 놓기가 꺼려졌다.

유통기한을 보니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아깝지만 바글바글 끓여서 먹기로 했다.

 

이제 명란젓도 못먹고 뭘 먹고사나?

무조건 솜씨는 없지만 내 손으로 일일이 만들수 밖에 없다.

고만고만한 장독대 항아리들(방금 세어보고 들어왔음) 12개에 뭔가 다 들어있다.

김치냉장고에 든 장아찌...또는 그 것 말고도 바깥 프라스틱통에든 여러가지가 있다만....이러다가 식료품상 차려도 되겠다.

대충 연륜이 묻어나 항아리마다 가득가득인 이 엄마도 이럴진대 무조건 사먹는 맞벌이 주부들은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

마트나 백화점 식품부에서 들었다 놨다할 난감해하는 주부들을 생각해본다.

 

그런 나쁜 착색료에 하룻밤을 담궜다다 빨개진 다음 만들어내는 명란!!

우리는 여태 먹어왔다.

그치만....차마 버리긴 아깝고  오늘 호박에다가 넣어서 조치를 끓여내기로 했다.

조치란 바특하게 만든 찌개나 찜을 말하는데, 왕실에서 임금님 수랏상에도 자주 올랐던 음식중에 하나이다.

 

 

엄마 요리는 레시피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눈대중 손대중이다.

뭐 얼마, 뭐 얼마를 가르치다 보면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하고는 잊어버리게 된다.

엄마 것을 보고 요렇게 조렇게 나름대로 응용하다보면 아주 좋은 음식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데 말이다.

명란젓이 모자라면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면되고 새우젓이 없다면 간장이나 소금간으로 맞추면되고....

그러다보면 뭐든 척보면 응용을 잘 하는 고수가 되긴 누워 떡먹기다.

 

 

청양고추가 없으면 고춧가루로....더 매운 걸 원하면 더 맵게...

파가 없으면 양파로 대신하고,

기름은 식용유도 참기름 들기름도 올리브오일, 포도씨유도 뭐든 다 좋고 맛난다.  뭐가 없어서 맛을 제대로 못냈다는둥

절대로 안반 나무라지 말아라!!

 

 

멸치다시마 육수를 썼다. 그 것도 재탕...모자라서 뜨물도 좀 넣고...

 

 

 올리브오일에 나는 볶다가 국물을 워낙에 좋아하는지라....조금 넉넉하게 부었다.

 

 

명란젓도 넣고

 

 

끓였다. 명란젓갈 빛이 이래야 정상인데.....

 

 

마늘 고추 파를 썽둥 썰어 넣고 마지막 간을 본다.

 

 

이 재료에서는 오래토록 끓일 게 아무것도 없다.

호박이 너무 무르지 않도록 유의한다. 그 게 팁이라면 TIP!!

 

 

 

다 됐으면 따로 덜어 담아낸다.

이 때 명란을 썰어서 담아도 좋지만 밥위에 그대로 놔두어도 잘 잘라지니.... 알아서 세팅하면 되겠다.

 

 

호박을 가지고 요리조리 궁리를 해서 상에 올리는 것도 부재료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다.

싸고도 맛있게~~

식탁위 음식의 질을 주관하는 그 역활은 주부몫이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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