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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 살  대  행  진*  

 

 


지난주는 그에게 다녀왔다.
벌써 한달 전인가?  급하게 제주도 여행에서 오는 대로 거처를 옮겨놓고는 마무리도 제대로 못하고 왔었다. 불청객 손님 감기로 인해,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지만..주말에 집에 오지 않을 때나 내가 간혹 가게되니까 김장김치를 담아서 갔다.

이번 김장 일만 해도 그랬다. 절은 배추를 치대는 중, 피곤이 몰려 지쳐서 대충 그냥 물 부어서 넣어둔 게 보쌈도 아니고 백김치도 아닌 것이 웬걸 맛이 무척 신통하다.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키고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더니]
일하다가 말고 너무 아파서 치대지도 못하고 양념에 물을 타서 그냥 부어 두었더니, 아마도 보쌈김치 맛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이는 김치 한 포기(쪽)를 국물까지 다 들이킨다. 너무 너무 시원하고 맛있단다.
배도 들어가긴 했지만 배추김치 양념이라...굴도 들어있기에 나는 백김치가 비린 듯해서
좀 그랬는데,


그가 적적할까봐 겸사겸사   분위기를 돋우려 양초 4개 사서 3개는 집에다 쓰고 한 개 남은 것을 가져가서는 돌멩이 사이에 빨간 초를 끼우고 보니..1개의 초가 너무 외로워 보인다. 거울을 덧대었더니..ㅎㅎ 두 개가 되었다.  '음..이젠 외롭진 않겠군'
빛깔고운 리본 끈이라도 있었으면 금상첨활 텐데,


언제나 돌아오는 길은 딸네 오피스텔에도 들러 봐줘야 한다.
냉장고를 보니 딸애도 김치가 시었다.
해서 오늘 다시 김치를 갖다주고  나간 김에 동대문시장에 들렀다.
오늘은 나를 오직 나만을 위한 쇼핑을 해보기로 했다.
겨울옷이라고는 베이지, 블랙, 그레이, 아니면 없다보니...기분이 무겁게 더 가라앉는다.
제주도 가기 전에 머리 결을 살리느라..가능하면 하지 않는 파마를 하려다가 집에서 젤 가까운
(그 때도 감기기운에 귀찮아서) 미장원에 가서 싼 파마를 했었다. (이제 내 평생에 파마하나 봐라~)
일주일 뒤에 염색을 할 생각에, 웬걸 내 앞머리는 파마 약에 녹아 부스러지고 염색은 할 수도 없었다.
새치는 있는 대로 내비치지만..그대로 감기와 함께 동거하기를 허락했다가 마음마저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것 같아 무겁게 우울하던 차에 어슬렁거리다 나하곤 전혀 뜻밖인 얼척없는...... 알록달록한 자수가 놓인 패딩 점퍼와 빨간 바지를 샀다.
털모자와 분홍빛 벙어리 털장갑도 샀다. 어쨌거나 기분이 디게 좋다. 한 달 넘게 앓은 기념으로 내가 내게 소녀 같은 아니지 산타할머니 같은 옷을 사다니....머칼은 새치로 희끗해져가꼬,  무슨 재롱을 부리려는지,

혼자서 ' ' 기분을 내고 있다.
집에 오니..모 님이 전화를 했다. 춘천, 데이트를 아니 1박 여행을 가잔다.
"나야 좋지요 모......무조건 콜!"
"아팠다믄서 의외로 목소리 밝네요~"

'언제부터지? 내가 영감 승낙 받기도 전 내 맘대로 외출 결재를 하다니?'
마침 옷 사고나니.. 여행도 가자 그러고, 지난 밤 꿈이 좋더라니 흐~
감기가 나으려는지 입맛도 돈다.
밤참으로 국수도 말아먹고,
왜 나이가 들어 아프게 되면 살은 안 빠지고 얼굴만 수척해지는 걸까?

큰바위 그 얼굴도 이제 내일 아침이믄 제대로 정상이겠다. ㅎㅎㅎ~~

 

 

 

지지난 해 오월에  시시한  갑상선 수술받은,  내가 측은해 보였던지,

당신, 그 때..거제도 여행 처음으로 허락해 주었잖어? 

이번에도 나 무지 오래 아프고 났는데....

"여보! 나 놀러가도 돼?"

 

"나..김치도 당신 입맛에 따악 맞게 담아 놨짜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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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니..제가 생각해도 닭살입니다.

것따다가 데이또 신청도 야리꾸리 남자처럼 써 놓았으니....흐흐흐~~

뛰어바짜 벼룩이라꼬요.  새치머리로 지가 뛰믄 어데까지 뛰겠능교?

"누가 지 꿈 쫌 깨 주이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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