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치면 해초가 맛있어지는 계절이다.
요즘 물미역이 많이 나고 있다.
마른미역과 물미역의 차이는 그 향기에 있다.
물미역을 사서 부엌 싱크대에 두고 마당에 잠깐 나갔다 들어오니 온 집안이 물미역 향기다.
그만큼 생미역은 향내가 강하다.
요즘 미역을 줄기는 떼고 가공해서 나오는 건미역은 물에다가 불리면 바로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건미역도 조물조물 잘 씻어주면 맛이 한결 좋아진다.
물에 불기 전에 재빨리 힘주어 조물거리는 게 미역 본연의 짠 내를 확실히 빼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역을 빨래처럼 빤다는 표현을 잘 쓰는 것은 그만큼 미역은 힘주어서 치대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산모용 미역은 줄기도 그대로 있고 포장도 큰데, 시장에서 살 때도 산모용 미역은 꺾어서 사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산모용 미역은 가격이 비싼데 비해 미역을 태양 건조했고 물에 잘 붇지도 않고 맛도 좋다.
산모용 미역은 경남 기장 산이 덜 퍼지고 맛이 훨씬 낫다.
며칠을 두고 먹을 양을 많이 끓여도 끓일수록 맛 나는 게 산모용 미역이다.
산모용 미역은 불려서 씻을 때 길이가 길어서 칼이나 가위로 잘라서 써야한다.
다른 미역과는 달리 줄기가 두텁고 길지만 버리면 안 된다.
미역을 잘 먹는 사람은 줄기에서 맛을 안다고 한다.
미역줄기에는 요오드가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걸리기 쉬운 산모에게 더 없이 좋다.
당나라 유서(類書) 『초학기(初學記)』에 "고래가 새끼를 낳고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미역을 뜯어먹고 있는 것을 본
고려(高麗)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 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오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식용하였다.
미역은 산후회복을 빠르게 하며 젓을 잘 돌게 하고 산후 탈모예방에도 아주 좋은 식품으로 인정되고 있다.
산모용미역은 요즘잘라져 나오는 미역과는 달리 잘 치대듯 빨아야 한다. 그래야만 맛있다.
외할머니는 그러셨다. 미역국을 먹어보면 그 주부의 손맛이 얼마나 매운지 안다고 하셨다.
너희들 어렸을 때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갔는데, 식당에서 아침상에 미역국이 나왔는데....아무도 못먹었다.
미역을 대충 씻어서 아주 갯내와 비린내가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요즘엔 세상 살기 좋아져서 요즘 미역은 2차 가공가지 거친 후라 물에 불려서 두어번만 휑궈내도 그런 냄새는 전혀 없다.
그래도 깨끗이 씻는만큼 미역국은 맑고 맛난단다.
일본여행에서 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때 일이다.
밥을 푸고 바로 옆에 있는 국솥 뚜껑을 여니 그저 건더기 하나 없는 맑은 국이다.
국을 뜨고 그 옆자리에 보니 김가루 같은 게 있어서 조금 뿌린 후 들고 와서 식사를 하다말고...
<엥? 내가 언제 미역국을 떠왔지?>
그랬다. 김가루가 아니라 미역가루였다.
뜨거운 육수에 김가루같은 미역 건더기를 넣고도 그 맛은 정말 깔끔하고 담백했다.
생선을 주로 먹고 사면이 바다인 섬사람인 일본인 그들은 바다식품을 잘 알기에 맛을 알고 가공을 잘 하나보다.
물미역 이야기를 더 하자면 바다식품은 바닷가 사람들의 조리 방법을 따르는 게 가장 맛있다.
경기도로 이사를 오니 여기 사람들은 모두 물미역을 물에다 파랗게 데쳐내어 나물로 먹고 있었다.
예전의 마른미역은 빨기(?)도 힘들었지만 물미역도 그에 못잖게 힘들다.
소금을 뿌려 바락바락 치대어서 미역안의 간 끼를 삼투압으로 빼어내는 일이다.
물미역은 얼음이 얼 때 먹는 겨울식품이니 뜨거운 물은 금물, 겨울 추운날씨에 찬물에 소금이라니....미역을 맛있게 먹으려면 치뤄야 할 일이다.
도저히 장갑을 끼지 않고는 못할 노릇이다. 조개로 말하자면 해감 시키는 일이다.
여러 번 헹구고 또 헹구면 미역이 해감내를 다 토해낸다.
날미역일 때 떨떠름한 맛도 다 빠져 나가고 날미역 본연의 향긋한 냄새만 남는다.
날미역을 대충 씻어서 뜨거운 물에 데쳐내면 멋진 향은 단번에 감소해 버린다. 미역의 멋진 향을 없애는..미역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직접 맛을 음미 비교한 비율로는 물미역의 향은 잘 씻은 날미역 5: 1 데친 미역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구나. 대통령 후보 부인들의 인터뷰에서 대선 날자가 2번 후보자님의 생신날이라는데 미역국을 못 끓이고 저녁 때 케이크, 촛불이나 켜 드려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시험일에 미역국을 먹지 않는 걸까? 흔히 낙방을 미역국을 먹었다고 표현한다.
미역성분의 미끈한 점액질은 알긴산, 푸코이단 등 복잡한 다당류로 만들어져 있어 당분의 소화 흡수를 예방하므로 이는 자연히 식사 후 급격하게 혈당이 오르는 것을 막아 주며 식이 섬유가 풍부해 식욕을 조절하고 장을 깨끗이 하는데도 도움을 주는 좋은 식품인데...
단순히 미끈거린다는 그 점을 들어서 너무 폄하하는 거는 아닐까~
미역이 들으면 섭섭할 만치 ㅎ`
현대 영양학에서 보면 미역국을 평소에 많이 먹은 아이들은 성적이 우수해서 시험에 낙방하는 일이 적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몇 해 전 나는 갑상선 결절 수술을 받았다.
평소 미역을 즐겨 먹는 나는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미역을 즐겨 먹었기에 평생 약을 먹을지도 모르는 갑상선 수술은 피한 게 아닐까 하고...
정확한 과학적 이유야 잘 모르지만 막상 갑상선에 걸린 환자들은 요오드를 피해야 한단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평소 요오드가 많이 든 음식을 멀리한 사람들이 갑상선에 잘 걸리고 걸린 후 요오드 식품을 금하는 건 아닐까 싶다.
결절이라 다행이지 만약에 내게 미역 먹기를 금한다면 아마도 더한 형벌이 없지 싶다.
미역, 많이 먹고 건강해지자!
요즘 많이 쏟아져 나오는 생미역
줄기까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엄마가 이야기 해주마!
생미역은 뿌리만 빼고 다 먹을 수 있다.
미역 두 줄기에 990원 주고 샀더니 위에 보이는 음식을 다 하고도 1/4 가량 남았구나
미역줄기 TIP
잎부분과 줄기부분으로 나눠 자른다.
뿌리에 붙은 줄기를 가위로 잘라낸다.
줄기는 씻어서 그냥 맹물에 담궈둔다.
이정도 얇은 것은 한 시간, 두꺼운 것은 2~3시간 맹물에 담궈두면
신기하게도 떫은 맛이 깜쪽같이 사라지고 부드러워지며 맛있어진다.
호염(굵은소금)을 뿌리고 바락바락 열심히 치댄다.
그래서 미역을 빤다 라는 말이 나올만큼....
맑은 찬물로 다시 바락바락~ 여러번
그리고는 찬물에 헹권낸다.
미역을 끓는 물에 데쳐내면 초록색으로 파랗게 된다.
골고루 뒤적여서 전체가 파란빛이 돌면 꺼내면 된다.
미역에는 파마늘을 넣지 않는 법인데...
미역향을 느껴야 하므로 아주 조금 넣었다.
미역은 기름을 만나면 영양이 좋아지므로 참기름은 필수~
미역나물은 소금에 무치지말고 청장(집간장)이나
맑은 액젓에 무친다.(바다식품은 바다소스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보면 된다)
해초 그대로도 간이 있으니 간장은 조금만 넣는다.
싱겁게 해서 많이 먹는 게 관건이다.
초고추장으로도 무쳐내었다.
당근은 날로도 좋지만 기름에 살짝 볶으면 그 영양가는 두 배!
쪽파와 함께 돌돌말아 미역초강회를 만들어 낸다.
대신 문어나 오징어를...넣으면 더 좋다.
부드럽고 맛있어진 미역줄기를
초고추장에 찍으면....아주 맛난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역줄기만 찾는다.
미역, 1,000원어치의 만찬이다. (더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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