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내리는 날, 실내로 들여 온 고추화분

 

      나물 이야기   

 

끝물고춧잎

 

들판에 가을걷이가 끝났다.
휑한 들판~ 어떤 이들은 농작물을 거둔 가을들판도 설거지하듯 깨끗이 치워 두었다.
엄마도 늦었지만 뜨락을 청소했다.
화단 빈 곳,  볕 바른 곳에 심어볼 요량으로  고추모종 열 개를 사와서는 빈 화분에 건성 하나 꽂아둔 고추모종이 땅이 아닌 작은 화분에서  질긴 목숨만 구차하게 부지하다가 웬걸 찬바람이 불고나서야 고추답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화단 빈자리 여기저기에 눈치보듯 심어두었던 고춧대는 다 뽑았는데, 지난여름  물도 잘 주지 않던 잘못에 차마 뽑지를 못하고 현관 계단에 들여 놓았다. 고추는 꽃만 피면 달린다던데 정말이지 세어보니 스무나므 개가 조로롱 달렸다. 아직도 꽃이 더 필 것 같구나!
배배꼬여서 시들어 죽으려다가 물 한 모금 얻어먹고 겨우 허리를 피고,  목말라 죽을라치면 야속한 쥔장대신에 하늘에서 내린 단비로 다행히도 지탱해온 잡초같은 고추였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던, 아니 살아있던 늦둥이인 셈이다.

어디, 화초만 예쁠쏘냐?
초겨울 고추모를 들여 놓고 이리도 사랑스러움이 충만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뽑아낸 고추대에서  훑은 고춧잎이 이렇게나 많이 나왔다.

 

 
기껏 요늠들을 훑어 수확해 놓고는 미장원에 머리 손질하러 갔다가 엄마 또래의 아줌마들에게 물었다.

<고춧잎은 어디다 무쳐야 제 맛이 나나요?>
1,<간장이지요!>
2,<나는, 고추장!>
3,<고추장은 아니죠, 액젓에 무치는 게 제일 나아요.>

시험 칠 때 아리송한 문제의 객관식 답은 제일 긴 걸로 찍으라고 했냐?
끝물 고춧잎은 삭혀서 김치도 담는다. 무말랭이랑 함께 무쳐두어도 별미김치가 되지~
주부경력이 꽤나 됨직한 중년 아주머니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액젓으로 무치기를 마음 굳혔다.
양이 적으니까 삭힐 것은 안 되고 소금 약간 넣은 팔팔 끓는 물에 데쳤다가 맑은 액젓으로 마늘, 다진 파, 고추 썰어넣고 무쳤더니 반은 나물이요, 절반은 고춧잎김치 같은 맛이다. 저장성도 좋아서 다른 나물처럼 곧 쉬지도 않고 고대로 있구나! 한 스무날 정도 맛을 잃지 않으니 밑반찬으로 너끈하더구나! 짭짤하니 입맛이 제대로 돈다.

 

 

 

  여행지 나물  

 

울릉도,명이와 삼나물(볶음과 초무침)

 

 

정선 곤드레나물

 

.

 

 

강원도 정선장에 가면 나물을 사오너라!
곤드레 나물은 엉겅퀴 과에 속하는 구황식물이었다 한다.
엄마는 지천으로 널린 나물구경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장터에서 맛난 고장의 별미 군것질도 해보고 곤드레밥도 사먹었다.
곤드레밥과 곤드레 된장국은 너무 맛있었는데, 왜 곤드레 나물만 사 오질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
아마 배부르게, 맛나게 먹은 후라, 만푸장해져서는 사갖고 올 마음이 사라졌나보다.
좀체 만나기 어려운, 여행지에서 만난 지방색 있는 나물은 사가지고 오는 게 정석이었거늘...산더미 같은 푸른 푸성귀의 곤드레를 보고는 이내 먹지 않으면 시들어 버릴 것만 두려워했었다. 풋나물이 아니라면 말린 나물로라도 사가지고 올 걸 그랬구나!
언제 또 정선 여행을 다시 하랴?

만약에 가게 된다면 말린 곤드레를 필히 사와서  곤드레 밥을 지어서 지인들과 나눠 먹으면 참 좋겠구나!

 

 

 

울릉도 명이나물

 

한 묶음에 천원(명이)

 

울릉도에서는 정선에서 못다 사온 나물 한 풀이를 했나보다. 여태껏 그 나물들의 잔재가 있는 걸 보니,
울릉도 명이나물, 산마늘 종류인 명이는 봄에 나서는 5월 말이면 끝물인데 그 향이 아주 독특하다. 명이나물 역시 구황식물이다.
명이나물은 제철이 아니더라도 피클처럼 약간은 새콤하게 절인 명이지로 사오면 두고두고 먹을 수가 있단다.
명이지 그대로도 새콤하면서 마늘향이 나는 게 육류를 구워 먹을 때  쌈으로 싸먹으면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집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 간혹 내어 놓던 그 나물이다.
시중엔 왜 없냐고?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것이기에 그리 양이 풍족치 못하단다.
그 명이지를 씻어서 꼭 짜내고 고추장 참기름에 조물거리다가 냈더니 이 또한 별미더구나!

 

 

삼나물

 
울릉도 삼나물 역시나 처음 먹어보았다.
식당에서 나물로 먹어보니, 고사리도 아닌 것이, 쇠고기도 아닌 것이 무척 색다르고 맛났다.
말린 나물을 사갖고 와서 탕에는 아까워 넣질 못하고 조금씩 나물로 아껴서 먹는데,
불려 놓으면  쇠고기 장조림의 결 찢어 논 건 아닌지 다시금 확인해 보는 고기를  닮은 아주 맛나는 나물이다.

 

여행지에서는 산지의 특색 있고 귀한 나물을 구입하는 것도 신토불이 중에 신토불이가 아닌가 싶구나!
山野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나물들이 쌔고 쌨다.
이 작은 우리 땅에서도 곳곳에 따라서 자라나는 나물들이 다 다르고 향도 다르단다.
진정한 여행객이라면 그 지방에 가서 어찌 맛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갈까!

그 고장을 확실히 알려거든 그 고장의 맛을 먼저 음미해 보거라!
그 곳의 맛을 알게 되면 그 고장에 대한 애정과 정감이 새록새록 솟아날 것이니~~


여행의 맛을 전하고 싶은 엄마,

 

 

 

...

 명이나물과 명이지

 

삼나물초무침

양파,마늘, 고추장, 설탕혹은 물엿,식초등,각종 양념과 함께 무친다.

..,

 삼나물볶음

양파,마늘,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반 정도 익을때까지 보다가 마늘.간장으로 간을 맞춘 뒤 완전히 익도록 볶은 후 깨소금을 뿌려낸다.

   

삼나물조리법

*끓는 물에 20분정도 삶아 미지근한 물에 담궈 우려낸 후 물기를 꼭짠다.

*쇠고기국, 탕류 / 나물을 찢어 밑간(참기름 간장)을 한 후, 국물이 끓으면 넣어서 한소끔 끓인다.

기타 비빔밥,제수용나물 김밥 잡채,꼬지, 산적,등 각종요리에 다양하게 쓸 수 있다.

 

 끝물 고추나물과 삼나물초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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