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가 흰 아름다운 나무들 이야기      

 

 단양 대명리조트에서 바라본 전경

 

 

 

              건너 자작나무숲이 눈에 띄었다.

꽁꽁얼어 하얗게 변한 강처럼 낙엽을 다 떨구어 내고 서있는 수피가 하이얀 나무!

한겨울 살을 에이는 바람에 한데 엉겨있는 측은한 모습에 천사가 그의 흰 옷을 벗어 입혀 주었다는, 그래서 수피가 흰 자작나무~

추워서 서로가 가지를 부딪치듯 서았는 자작나무 군락은 가지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겨울에 더 아름답다.

자작나무는  제 몸을  불에 태울 때 '자작 자작'소리를 내어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다. 

자작나무껍질은 그 수피가 젖은상태에서도 불이 잘 붙으므로  먼-길 떠나는 나그네에겐 필수품이었단다.

 

자작나무 수피로 러브레터를 쓰면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은 이제 모르는 사람  없을 터이다.

자작나무 수피는 종이처럼 수평으로 돌돌 벗겨지므로 옛날에 껍질를 종이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경주에 있는 천마도는 벽화가 아니다.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를 천마도장니라 부른다.

장니는 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말의 배 양쪽에 늘어뜨린 자작나무 판이다.

우리말로는 '말다래'이다
장니를 자작나무 껍질을 붙이고 또 붙여서 천마를 그리고 채색했다. 그게 천마도다.

천마는 천 오백년 여년이나  긴-잠에서  깨어나고저 기다리고 있었다.

상상의 동물 유니콘처럼 외뿔이 돋은 천마는 아마도 죽은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실어 나르지 않았나 생각하는 회화적 의미를 띄고 있다는 의미의...

신라(新羅)의 화적(畵蹟)이 전혀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신라회화(新羅繪畵)의 중요한 사료(史料)가 된다. 

           

♠ 자작나무 수피는 희고 광택이 나며 가로줄무늬가 많은 걸 볼수있습니다

 

 

 

 경주 천마총에 전시된 천마도장니 

천마총에 나타난 천마도장니는 자작나무껍질을 여러 겹 겹치고 맨 위에 고운 껍질로 누빈 후,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만든 것이다.

 

 강원도 화천군의 곡운구곡의 자작나무, 자작나뭇잎

자작나무 껍질에는 여러가지 유용한 성분이 있는데 이것을 이용한 것들 중에서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자이리톨껌이다.

 

 

 

       수피가 희어서 더 고고해 보이는 나무들    

 

태백의 자작나무 종류는 고지를 따라 올라가면서 물박달나무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 순으로 자생하고 있다 한다.

눈 쌓인 태백을 오르면서  만난 눈에 쌓여서 미처 몰라보았던 사스레나무!

바위가 거의 없고 경사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겨울철이면 흰 눈으로 뒤덮인 주목 군락지와 수피가 희어서 눈빛에 더 빛나는 사스레나무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했다. 그러나 서리꽃으로 뒤범벅이 된 사스레 나무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는데...의외로 사스레나무도 설화를 보석처럼 매달고 뽄새를 자랑하고 섰다.  사스레나무는 외따로 혼자 고독하다가 눈 쌓인 겨울에는 모두가 하얗게 친구가 되어주는 설원에 어우러 서 있었다.

자작나무는 키가 하늘로 향해 곧게 쭉쭉 뻗었다면 사스레는 우리네 큰 감나무같은 가지형태로, 그 수피는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희다

 

군락지를 이루는 자작나무와 은사시 나무는 둘 다 수피가 희고 그 모양새가 비슷해서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북쪽에는 자작나무가 많아 백두산에서 남하하여 태백으로 이어 생장한다는데,  남쪽지방에서도 간간이 만나지는 자작나무 군락은 수종이 아름다와 일부러 심은 것이라 한다.  러시아 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자작나무 숲이 정말 태백이 가까울 수록 점차 눈에 띄었다. 설원과 흰 자작나무, 서정시적인 아름다움과 서사시적인 전개의 닥터지바고가 연상되어...산행중에 현재 내 눈 앞에 펼쳐진 설원과 자작나무가 서정적이면  긴 등허리로 묵묵히 엎디어 있는 土山 태백은 서사시적인 존재라 생각하며 한 발 한 발을 꾹꾹- 내 딛었다. 

 

 

화가"이수동'씨의 그림에는 자작나무가 많이 등장한다.

설경과 자작나무를 빼버리면 뭔가 서운한 그의 그림~~  인사동 그린 전시회에서 만난 그는  흔쾌히 사진 찍기를 허락해주었다.

쭉쭉뻗은 자작나무의 아름다움을 그는 미리 알아 아름다움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를 회화적소재로 다양한 표현을 하시는 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작나무숲 그림이다.

 

 

 

5월의 산에서 가장 자지러지게 기뻐하는 숲은 자작나무숲이다.
하얀 나뭇가지에서 파스텔톤의 연두색 새잎들이 돋아날 때 온 산에 푸른 축복이 넘친다.
자작나무숲은 생명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늘 흔들린다.
자작나무숲이 흔들리는 모습은 잘 웃는 젊은 여자와도 같다.
자작나무 잎들은 겨울이 거의 다 가까이 왔을 때 땅에 떨어지는데,
그 잎들은 태어나서 땅에 떨어질 때까지 잠시도 쉬지않고 바람에 흔들리면서 반짝인다.
그 이파리들은 이파리 하나하나가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바람을 감지하는 모양이다.
그 이파리들은 사람이 느끼는 바람의 방향과는 무관하게 저마다 개별적으로 흔들리는 것이어서,
숲의 빛은 바다의 물비늘처럼 명멸한다.
사람이 바람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때도 그 잎들은 흔들리고 또 흔들린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은 멀리서 보면 빛들이 모여사는 숲처럼 보인다.
잎을 다 떨군 겨울에 자작나무숲은 흰 기둥만으로 빛난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의 기쁨과 평화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들일 만하다.
실제로 북방민족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자작나무숲에 깃들이는 것으로 믿고 있다.
자작나무숲으로 간 혼백들은 복도 많다.
 
[김훈에세이... 자전거 여행] 

  

 

       은사시나무    

 

 

이정하 시인의 은사시 나무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오는 간이역,그리고 젖은 기적소리.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 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은사시나무는 시나 글 쓰는 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수피도 흴 뿐더러 잎새의 뒷면도 희어서 바람이 불 때면 잎 하나 하나가 반짝이는 모습이 어린 아이 손바닥마냥 어여쁘다.

아래 그림은 타블렛으로 그린 그림인데....강남 일원동 병원에서 창을 내려다보며 그렸던 그림들이다.

병원에서 일원역 방향으로 내려다보면 숲이 있는데, 은사시와 아카시아가 어우러진 봄이면 아름다운 도심 속에 숲이다.

 

오늘, 창밖 풍경은 참으로 진기했습니다. 눈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게 아니라 땅위에서 쏟구쳐 올라왔습니다.
이 곳은 은사시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입니다. 14층까지도 수월하게 거꾸로 날리는 눈이 되어 산도 넘고 바다도, 강도 넘을 것 같이
가벼이  훨-훨~~몸을 날리는 꽃 가루......오늘 왜.....은사시나무의 꽃가루 솜털이 제 맘에는 그다지도 부러워 보였는지요
...마구 봄 햇살이 번져 나는 허공을 아래에서 위로...위에서 옆으로, 군무하듯  날으는 자유.... 나도  어디론가 훨~~ 훨~  날아가서는 

볕 바른 곳에 뿌리를 내리고  비 오는 날,  이름없는 간이역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어느 시인의 은사시나무 한 그루가 되고 싶었습니다.
꽃가루가 날리는 어느 봄날/ 글:그림 /이요조

 

 

은사시나무 수피와 잎

 

 

 

은사시나무는 수원농진청에서 잘자라는(병충해도 없고) 나무를 개발해내라는

박정희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발 연구한 수종입니다.

더 자세한 이름은 수원은사시나무인 셈입니다.

 

은사시도 등걸이 희긴 하지만  자세히보면 점점이 마름모처럼 박혀있습니다.

얼핏보면 자작나무의 수피와 거의 같아 보이지만,

 자작나무의 가로줄이 그어진 듯한 수피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잎새 뒷면이 하얘서 바람에 잎새가 나부끼는 모습을 보고 은사시나무라는

이름을 달았다지요.  

햇살에 바람에 팔랑팔랑 제각기 반짝대는 아름다운 잎새들을 가졌지요. 

생각해보세요. 이름이 은사시나무이니...어련할라구요.

마치 은빛으로 사시나무떨듯...떠는 모양, 바람이 불면 잎이 뒤집혀지면 하얀빛으로 반작거리지요.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서 쑥쑥 잘 자라나는가  싶었는데 미처 결점을 몰랐던거지요.

 

봄이 오면 솜처럼 큰 꽃가루가 아스팔트위를 구르며 날리는 걸 보고 사람들은 그 꽃가루를

 (원흉은 은사시가 아닌데도) 모두들 싫어라했지요. 봄이면 차창문을 열고 달릴 수 없을 지경이니까요.

그래서 은사시는 억울하게도 가로수로는 다 베혀졌지요.

은사시 나무는 요즘 저절로 산에서 자라는 거 외에는 거리에서 도시에서는 그 자취를 감추었지요.

단지 시인이 읊은 詩로... 글 잘 쓰는 이들의 글줄에서 우리들의 심금을 적셔줄 뿐입니다.

         

♠ 은사시 흰 수피에는 마름모꼴 모양의  쩜쩜의 무늬가 많습니다.

 

 

 

 

은사시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또 미루나무가 있습니다.

왜그런지 그건 한국에서는 미국산 은백양(P.alba)과 수원사시나무(P.glandulosa) 사이에서 생긴 천연잡종을 은사시나무(P. tomentiglandulsa)라고 하며 이것을 실험적으로 만든 것을 은수원사시나무 또는 현사시나무라고 도 부르니 당연 비슷해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미루나무포플러나무 그 역시 두 종류에 사람들은 모두 헷갈려 합니다. 백양목과이긴 한데 ...

제가 왜 나무에 이다지 관심을 갖게됐냐 하면요.

daum blog가 초창기엔 칼럼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 제 칼럼명이 <미루나무에 걸린 바람>이었습니다.

미루나무가 제가 생각하는 그 미루나무와 다른 수종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부터입니다. 미루나무와 포플러.... 

언제 생각나면 자작나무와 은사시나무처럼 확실하게 자료 모아서 정리해서 올려봐야겠어요!!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강변의 포플러나무,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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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조

 

 

검색글:  쌍떡잎식물 버드나무목 버드나무과 사시나무속에 속합니다.
사시나무속은 사시나무절(節)·황철나무절·흑양나무절·당버들절 등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흑양나무절에 속하는 것을 포플러라고 하고 이 계통의 나무를 미루나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1. 미루나무(cottonwood/P. deltoides)는 미국산
2. 양버들(lombardy poplar/P. nigra var. italica)은 가지가 곧게 서서 빗자루 같은 수형으로 되며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로수종이다.
3. 포플러흑양(black poplar/P. nigra)은 유럽과 아시아 서부에 분포하며 가지가 둔한 각도로 벌어져서 원뿔형 수관을 이름
4. 미루나무가 유럽에 건너가서 유럽산 흑양나무와의 사이에 많은 천연잡종이 생겼는데 이것을 캐나다포플러(P. canadensis)라고 함
5.캐나다 포플러를 개량한 이태리포플러(P. euramericana)
6. 미국산 은백양(P.alba)
7. 수원사시나무(P.glandulosa)
8.미국산 은백양(P.alba) 수원사시나무(P.glandulosa)사이에서 생긴 천연잡종이 은사시나무(P. tomentiglandulsa)

9. 은사시를 실험적으로 만든 것을 은수원사시나무 또는 현사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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