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오래 쓰다보니 별 이야기가 다 기록으로 남는다.

생생하게 느꼈던 감동의 도가니가 소롯이 쏟아진다.

새삼 블로그 기록에 감사하며 흐믓한 마음을 오늘 아침 다시금 느끼는 쓴 8강 고배의 잔에 양념으로 곁들이시길 바라며....

 

 

8년 전 스포츠도 내 몰라라하던 나 마저도 이런 그림을 그려대며 염원했으니....

이번8강 탈락은 내 탓인게야~ 응원역부족인 게야~

 

 

 

축구를 외면한 감동의 날!  (2002년 6월22일)



지난 2월 28일서부터 시작한 오페라 유령  6월 26일 200회로 막을 내린단다.

6월 22일 한 달전 예약한 오페라 유령,  아이의 입원 퇴원 반복으로 미뤄왔던  그 게 왜 이렇게 날짜가 겹치는 것일까?

하기사 22일 토요일 그 날..   시청앞 부근에 예식장을 예약해 둔 신랑 신부도 더러 있다는데,

시간 PM 3시00분,

뷔이아피석 오페라 유령을 포기 할 것인가?

4강을 겨루는 대한민국 대염원을 기릴 것인가? 하지만  모성강한 이 에미 군말없이 역삼동으로 차를 몰았다.

오페라 유령,

책은 읽다가 재미 없어 엎어버렸지만...내용은 익히 알고 있다.

음악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어부지리로, 헌데...딸아이 운전중인 엄마에게 씨디를 틀어줘가며...노래를 찾아가며..

 

시놉시스와 노래와의 줄긋기로 상세하게도 일러준다.

"이 노래는요....유령에게 끌려가며..안개낀 강, 다리위에서 크리스틴이 부르는 노래예요"

"이 노래는요..노래 속에 유령과 크리스틴 두사람의 사랑을..몽환적으로 나타낸 노래예요."

"이 노래는요 크리스틴에게 배역을 주지 않고 무시하는 단원들에게 본때를 보이고자...칼로타의 목에서 두꺼비 소리가 나게 만드는 것이구요"

이 나이에 상상력은 풍부해서리...영동대교를 막 건느며  "걍 집에 갈까? 내 상상력이 더 근사할 것 가토" 두 모녀는 웃는다.



아...엘지 아트센터엔...맨 여자들 뿐이다.

제 1막이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한결같이 눈이 반짝반짝해서 안내원들에게 묻는다.

"어떻게 됐어요?"

너 나 할 것없이 한결같은 질문에  출입구에 서 있는 안내원들의 이어지는 앵무새 멘트,  "0:0 입니다."

2부를 보는 순간에도 오페라 유령 머리가  축구공으로 보인다.

'으이그... 괜히 왔네 그랴'  '아까운 돈!!'  근데 이상한 것이 오페라 관람하러 오면서도

다들 붉은 악마옷을 입었다. 흐~~

뭔가 마려운 듯한 기분에 빨리 끝나기를 고대하는 기다리던 관람 종료!!

역시 고마운 멘트..."아직 0:0 입니다"     " 곧이어 연장전 들어 갑니다."

순간... 건물이 무너지는듯한 함성?  오잉?? 한 꼴 넣었나?

사람들은 두리번 거려도 소린 어디서 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갈아 타는 곳...

왁자지껄한 함성이 들리던 곳, 티브이 앞에...진을 치고들 있었다.

역시 그곳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도 붉은 물결이 넘실댔다.

선동자도 없는데...그넘의  "대애한민국"이다.

누가 지었을까?

아마 학생이랬지?  처음엔 다들 '이게모야' 면서 비웃었댔지?

맞어!  대애한민국... "愛" 자 하나 더 들어 가는거야.

그러면 응원가가 되는거야. 가슴이 후끈하다. 늙고 낡은 내게도 그 열기가 옮겨붙나보다.



차에 앉자마자 라디오를 켰다. 이런,~~~  소리가 끊긴다.

지하주차장을 나오며....유턴에 또 유턴을 해야하는 테헤란로,

6시 6분?10분?경...

아니...이럴수가?

차가 하나도 없다.

사람도 없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어쩌다..정말 어쩌다 나 같은 차량이

빈-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유턴이 아니라 바로 좌회전 ,  또 좌회전...

혹 이글을 읽는 분...

나를 나무라지 마시기 바란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도로니까...

비스듬한 비탈도로를 미끄럼타듯  신나게 코엑스까지 왔는데...

이젠 응원물결과 차들이 간간이 있었다.

좌회전이 안되므로 피턴으로 차를 돌려오며..

그 시간에...패널드킥으로 승부를 가리는 순간이였나보다.



길거리 가로수들 조차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다시 거리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였다.



나도 덩달아 천천히 차를 몰고 있는데

기름 계기가..빨간 금으로 하락하고 있어..자동차 기름을 넣어야 겠고..

아무도 가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다.

영동대교 남단 마지막 주유소에다 차를 살그머니 갖다 댔다.

바깥에 티브이를 내어놓고 10여명 앉아서 호흡마저 죽이고 있다.

고맙게도 한 청년이 쫒아왔다.

난 미안해 하며...기어드는 작은 목소리로

"좀 있다 넣어요"

"괜찮아요"

바로 그 때 였다.

스페인의 4번째 꼴을 이운재가 막아낸 순간이였나 보다.



"와아~~~~~~~~~~~~~~~~~~"

젊은 아이넘들 댓명이 박차고 일어나더니...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 한대 없는 빈-거리를 뛰쳐 나간다.

태극기를 마구 흔들었다.

언제 준비한 건지 패트병을 탁-탁-탁- 맞부딪치며.. 마구 강아지들처럼...빈차도를 겅중겅중 날뛰며 뱅뱅거리기를....

아~~ 덩달아 치솟는...터져나오는 이 희열~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축구경기 티브이 화면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딸아이도 벙싯 벙싯 웃고 앉았다.

그때사 보니 아이의 빨간 쉐타가 눈에 들어온다.

"야 너 옷 벗어... 창틈에다 끼우고 달리자."

"엄만,,ㅎㅎㅎ"



뻥 뚫린 동부간선도로를 달려오며...상계동 쯤 오니...차가 슬슬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말 멋진 날이였고  멋진 드라이브였고  멋진 경기였다.



나에겐...

그 텅-빈 거리의 광경이  잊지 못할 역사적 찰라였다.



내가

머리가 하얗게 세고  보행마저 불편할 지경의 파파할머니가 되면...우리 손자들에게 전설같은 얘기를 전해 줘야지

오늘,  내 눈으로 본  텅빈..거리의 느낌을.    그 전율들을....


글/이요조 (2002년에 그린 그림들)

 

 

 

우리의 소망은 터네이도 처럼 휘몰아서 몽땅 그렇게 쓰러졌다.

그러나 4년 뒤에는 다시 더 강해져서 돌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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