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도 아니고 이게 뭐람!*

 

 

자정이 넘었는데..속이 쓰리다.

연 사흘을 약을 먹고나니 속이 쓰린데도  이 식탐이는 속 쓰림을 배고픔으로 인지하고는 뜬금없이 웬 전어가 먹고싶은지...

검색을 해본다. 눈팅이가 밤팅이가 되었으니 외출은 불가하고..

택배라도 보내줄 데가 어디 없을까 하고....

내 사진이 아니니께 아주 콩알만하게 축소했지만 ...누가봐도 정말 먹음직하게 썰어논 전어회다.

전신을 내 던져서 온 몸은 깨박쳐져서 엉망이지만....

복부지방 속에 안전하게 잘 숨겨졌던 위장만은 무탈하게  건재하신 모양이다.

.......

 

남편은 혼자서 추석전 주말을 기해 선산이 있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영감이라 불러 마땅하나 나 스스로가 다운되는 것 같아 UP시켜주기로 했다

예순이 넘어서도 영감이 없다는 해방감은 어찌나...홀가분하고 약간은 상기되는 이 기분은 또 뭐지?

별일도 아닌 일로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쌍방이 생각하며 사는 건 아닌지 모르지만

전날 받은 쓰나미급 스트레스로 토욜 아침 자고 일어나니 목이 이상증세를 보인다.

잠 잘못 자고 난 목 통증보다는 훨씬 심각하다.

주말을 그렇게 낑낑거리며 파스만 붙이고 지내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침을 맞아보겠노라 예약까지 해 놓고는갑자기

산을 올라야겠다고 생각했다.

등산에 중독된 것도 아니요. 산을 잘 타는 것도 아닌....그것도 나홀로 산행을 꿈꾸는 것이다.

산을 오르면 위로 보다가 아래로 보다가 좌우로 보는 목운동이 저절로 될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엉뚱한 발상은 적효했다.

예약시간은 지나가고 산위에 머물며 계속 상하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내 목은 놀랍도록 부드러워졌다.

정말 잘 한 일이다. 집에서는 아파서 목운동을 못하겠던데...

 

남편은 여자 혼자서 산에 가는 걸 언제나 마뜩찮아 했다.

얼른 남편 오기 전에 내려가야지 했지만 초보산행치고는 오전 10시에 올라서 오후 6시나 되어서야 하산을 할 수가 있었다.

등산이 아니라....산에서 나무하고 벌레하고..대화하며 노닥거리다가 오는 셈이다.

집에와서는 두 아들들에게 산행한 것을 의기양양하게 자랑하고 있었다.

<곧 저녁 차려줄께..잠깐만 기다려~>

김치냉장고는 다용도실에 있는데 다용도실은 문턱이 현관보다 30cm쯤 낮다.

그래서 계단으로 돌다듬잇돌 하나를 둔 곳에....아들의 큰 슬리퍼를 신고는....신발에 걸려서 그만 철퍼덕 넘어지고 말았다.

양손에 글라스락 두개를 들었다. 오른손에는 김치 왼손에는 오징어 삶아서 썰어둔 것!

우엉과 함께 졸이는 걸 좋아하는 남편의 입맛을 고려, 오늘 오면 만들어 주려고 지난 밤에 큰 오징어를  5마리나 삶아서

잘라두고 모양이 반듯하지 못한 것, ㅎ 실은 내가 좋아하는 쫄깃거리는 오징어 삼각형 머리,  그 부분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걸 제일 좋아해서 별도로 남겨서 썰어둔 것을 ...꺼내오던 참이었다.

현관에서 큰 댓짜로 넘어졌다. .....사고다!! 싶은 순간....떠 오르는 생각은 <나 오늘 죄지은 거 없는데....>

숨도 쉬지 못하겠고 말도 나오지 않는다. 꽈당하고 분명 소리가 났을텐데.....귀가 밝은 강아지 마리도 ...

문 닫고 제 방에들 들어가 있는 아들 둘도 아무도 모른다.

왼손에 든 그라스락이 왼쪽 눈과 이마를 쳤나보다. 어느새 두 손은 자동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있었다.

.........두려웠다. 피가 흐르는 건 아닐까 ..하고 느껴보니 손에 그 어떤 끈적임의 느낌은 없는 것 같다.

불행중 다행인 것 같다. 그러나 아마도 눈부근이라 심한 멍이 든 것 같은데.....이 일을 어떡하나?!!

그렇게 5분간은 조용히 누워있었던 것 같다. 발은 다용도실 댓돌에 걸려둔 채...키대로 자빠진채...너부려져서는...

정신을 차려보니....김치 그릇은 그대로인데...오징어숙회는 쏟아지고 내 손으로 내 얼굴을 냅다 친 그라스락은 멀쩡하다.

오른쪽 허리가 휘청했는지 둔한 통증이 온다.

만산창이가 된 몸을 살금살금 깨어진 그릇 들어 올리 듯  추스려서  일어나 본다. (정말 불행중 다행이다!!)

 

 

 

분명 유리그릇 부딪치는 탱~ 소리도 났는데..안깨졌으니 얼마나 다행인지....머리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이 게 깨어졌더라면 ..눈을 찔렀다면....아니 이마나 뺨이라도 찢어놨다면....

난 이 밤에 응급실행이었을테고 우리집 추석은 거꾸로??

거울을 보니....밤톨만한 혹이 눈위 이마에 도깨비마냥  톡톡 볼그라지며 부어 올랐다.

눈아래....코 옆에도 작은 혹과 멍이 배어 나온다.

두 아들은 병원 가자는데...괜찮다 괜찮다고 하자....막내 아들은 좀 늦은 시간이라 당번약국을 찾으러 부리나케 나가고...

나는 큰 아들에게 당부했다. <니네 아버지 오시면 엄마 산에갔단 말 말아라...다리 힘풀려 그랬다고 난리 날테니...>

약 사러 나간 막내가 오기도 전 이내 고향갔던 남편도 돌아왔다.

말만 그랬지 거짓말 못하고 술술 다 불었다. 놀랐는지...혼자 산에 올랐다는 그 말은 그냥 패쑤~~

<에이그.,...우째 나만 없었다 하믄 사고를 치노!!>

오잉? 내가 언제....내가 언제 사고를 쳤다고??

 

 

얼음팩을 얼굴에다 붙이고는....개앤히 웃음이 피식피식 나온다.

입맛도 달아났는지...밥도 먹기 싫다가...아들들이 채려 준 밥을 몇 숟갈 뜨고는 컴텨 앞에 앉았다.

한쪽 눈을 가렸으니...보일리 만무 얼음수건을 뗐다 놨다하며 여유있게 댓글에 답글도 달고...

<천만다행이다......이런 행운이 어디있냐?  눈도 안다치고 찢어진 데도 없으니....>하며 감사해 했다. 

그날 저녁은 좀 흥분했을까? 아니면 정신적 엑스터시 현상일까?  웃음만 삐실삐실나오고 그다지 아픈 건 못 느꼈다.

 

엑스터시..하고 쓰고보니 예전에(삐삐시절) 허리디스크로 119에 실려 응급실 간 기억이 난다.

집엔 아무도 없었고....허리가 아파 며칠 병원에 다니던 나는 전화가 오자 그 전화를 받지도 못할 정도로 몸을 운씬할 수가 없다.

어찌 전화를 받고는...때마침 전화를 준 지인이 119에 대신 신고를 해 주고..

응급실로 간 나는 응급실 베드에서 레지던트가 와서 내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기도 곧추세우기도 하며 <아파요?>를 물었지만

나는 도리질만쳤다.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이다.

응급실이라 바빠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의료진들.....한참을 혼자 내버려두다가 내게 와서

오늘은 토요일 오후니까 어차피 아무런 처치도 안되니 월요일날 다시 올란다.

가족들은 모두 연락이 잘 닿질 않고 애들은 학원으로...남편은 지방 출장 시어머님은 ,,,집에 계시지만.....

혼자 높은 응급베드에서 어찌 내려오긴 했는데...당췌 움직일 수가 없다. 베드에 상체를 구부린 채..말도 나오지 않는다.

<여보세요~~ 여기요~~> 말은 개미소리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겨우 침대에 다시 올려졌던 그 때 그 상황이 떠 올랐다.

 

산에 갔다 온 피로감과  넘어지면서 놀란 심신에 그런대로 잘자면서도 왼쪽 귀도 아리고 정수리도 찌르르 찌르르 아파온다.

아마도 병원 갔다면 머리도 찍어보고 난리였을텐데..

밤새 찬 물수건을 얼굴에 올리고 다음날..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생각보다 덜 부었다. 멍도 보이지 않는다. 약 탓일까?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글을 써봐야지....아마도 웃기는 글이 될꺼야~~ 그렇게 생각은 생각으로 그친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 아파오고....기분은 슬퍼오고 ...

글은 무슨.....비참한 생각만 자꾸만 들고.......재밌는 이야기는 개뿔!! ㅠ,.ㅠ

 

맞아!! 이 모든 건 내 불찰이야!  물론 막내 아들의 큰 슬리퍼를 신은 탓도 있지만

모처럼 산에 올라 8시간을 지낸 후윳증으로 다리에 힘이 풀렸던게야~~

지금도 머리도 아프고 귀뒤로도 약간 부은 듯 하지만.....약을 남용한 속이 위장이 더 쓰리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은 시장 봐다 놓은 저 재료들.....추석명절 음식만들기를 시작해봐야겠다.  

얼굴에 멍꽃이 이제사 슬슬 돋아나더니  흐르듯 남하하기 시작한다.

이로써..내 골다공증 테스트는 확실하게 치뤄졌다.

............아직은 쓸만한가보다.  아흐다롱디리~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빈객님들께 명절 인사를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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