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작은 마당에는 큰 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해마다 얼마나 잘 자라는지 너무 그늘이라 마음으로 은근한 투정을 했더니 예민한 늠들은 알아차리고 성장을 멈추고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늠까지 있습니다.
그러나 전나무란 늠은 꿋꿋하게 잘 자라나 주는군요.
언젠가 전나무 한 그루를 길 지나다니는데 거치적거린다고 칼로 가지 하나를 잘라냈더니 거기로 균이 들어갔는지 나무 한 그루가 시들시들 말라 죽어버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잘라버리고 싶으면 손으로 가지를 꺾어주었지요.
나무그늘이 있으니 당연 새들이 찾아옵니다.
일부러 새를 기르고 모이를 주지 않아도 새소리를 즐겨 즐을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덩치가 큰 직박구리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걸 의식했습니다. (전국적으로...ㅎㅎㅎ 어딜 가나 직박구리가 많이 흔해졌습니다)
오히려 까치나 까마귀는 줄어든 듯 잘 보이질 않고 ...아마도 그 자리를 작박구리가 채우는 듯합니다(어디까지나 제 생각)
................
하루는 참새 한마리가 공중에서 툭 떨어지듯 나무 아래 어두운 숲 그늘로 찾아들었습니다.
웬일인가 싶어 주위를 살펴보니 직박구리 두 늠이 합세해서 참새를 괴롭힌? 것입니다.
참새는 이내 떨어져서 직박구리 치한들의 시야에서 몸을 숨기려했지만....
직박구리 두 마리는 얼른 제가 비켜주기라도 하면 결딴을 낼 기세입니다.
얼른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서 참새를 찍어봅니다.
사람은 이미 참새의 두려운 존재가 아니더군요, 얼마나 놀랐으면.....
참새를 손으로 만져봅니다.
<너 여기 있음 계속 위험해!
내가 다른 곳으로 숨겨줄게 아님 나랑 집으로 잠깐 들어갈래?>
했더니 그 건 싫은 모양입니다. 포르르 2m 정도를 제 앞에서 날아 보이는 군요.
<나 괜찮아요!> 하듯이...
직박구리는 전깃줄 위에서 계속 노리고 있고 대문을 열어보니 참새 떼들이....10여마리가 몰려서 난리가 난 듯...우왕좌왕
아하! 참새도 그 가족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중 누군가가 사고를 당하고 걱정하는 모습들이 역력했습니다.
벽에 붙은 참새가 기운을 한 번 더 차리더니 포르르 날아서 등나무 숲에 몸을 숨겼습니다.
이젠 됐다 싶어 안심을 하고는 저도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모든 이유를 알았습니다.
전나무 사이에 직박구리가 둥지를 틀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 둥지를 보호하려고 철없이 얼쩡대는 참새를 공격한 것입니다.
둥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아! 우리집 마당에 경사가 났구나 싶어 내심 흐뭇해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끼가 자라나는 가 봅니다.
엄마 아빠 직박구리가 먹이를 부지런히 물어다 나릅니다.
둥지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아는데도 사람이 쳐다보면 먹이를 물고 와서는 능청을 떱니다.
그리고는 그 나무 아래를 지나가면 새끼에게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먹이를 입에 물고도 말입니다.
엄마가 먹이를 물고 주변에 있다는 걸 아는지 유조(새끼)는 빼빽거리며 울다가도 엄마의 말씀을 고분고분 따라서 일순 침묵을 지키는 게 너무 신기해 보입니다.
안보는 척하면 둥지로 들어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또 날아갑니다.
엄마아빠가 먹이를 물어오는 횟수가 부쩍 잦아지고 아마도 다 자라지 않았나? 생각에 그 궁금증은 부쩍 더하지만...좀 참습니다.
괜한 내 작은 호기심에 직박구리 부부는 새끼를 보호하려 목숨에 견줄 스트레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랬는데...
부쩍,,,,어미아비가 번갈아 가며 먹이를 나르기 바쁠 요즘 다 키워가나 보다 했더니....
마당에 나간 남편이 황급히 절 부릅니다.
세상에나 못 볼 걸 보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다 자란 새끼를 비행 연습시키려다가 그만 고양이에게 변을 당한 것 같습니다.
직박구리 어미 아비 심정은 어땠을까요?
저도 하루 온종일 우울했는데.....
직박구리 영영 떠난 어느 날....제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보았습니다.
텅-빈 둥지!!
그 며칠 뒤 참새들이 괜시리 들락날락 이며 살판 난 것처럼 즐거워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큰 새가 사라졌으니....
근간에 찍은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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