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담그기
<딸에게 쓰는 엄마의 요리편지>
얘야~
오늘은 반지김치를 담는 날....
배추를 절이고 재란이 아줌마 카톡이 와서 반지김치 담는다니
목걸이 김치는 없냐며 묻는말에 아픈 허리를 잊고 한동안 웃었다.
나 스스로는 半김치라고 이름짓곤 혼자 담가왔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나보다.
매운 걸 잘 못 먹었던 엄마 덕분에 너희들도 성장기엔 매운 걸 못 먹고 자라났다.
그러던 것이 매운 음식의 여세추이 때문인지 나도 너희들도
점차 매운 음식에 발을 빠트리게 되었구나!
이제는 너희들이 <맛있게 매워요!>가 요리에 극찬이 되어버렸으니~~
▲지난해 담궜던 반지김치
엄마는 한 이십년 전부터 백김치를 즐겨 담갔는데, (그 때는 김치 냉장고가 없었구나)
매운 것을 못 먹는 너희들을 위해서, 그런데 우리 가족들 량으로 먹어내기엔 백김치의 저장성은 떨어졌다.
이내 군등내가 나고 그리고 이차적인 요리를 할 수 없는 게 제일 흠이었다.
거기다가 백김치 본연의 노르스름한 빛깔 고대로 있어주면 좀 좋으련만 흰빛도 아니요 누런빛도 아니요. 한 눈에 보기에도 식상한 그런 빛깔과 냄새를 띄우기에 대형식당에서 음식이 대량 회전되는 곳에서나 적당한 음식이란 걸 알고는 백김치를 포기하는 대신 반김치를 담기 시작했었다.
우리 집 반지의 역사는 할아버지 가시고 더욱 노쇠해지신 할머니를 위해서 우연히 만들어 본 김치였다.
눈으로 보기에 만족감도 주면서 실제로는 덜 매운 그런 김치가 뭐 없을까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매운 김치를 못 잡숫는 할머니께서 물론 좋아하셨고 아마 집안에 환자가 있다면 좋을 것 같은 반김치!!
엄마는 반김치에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을 위한 김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더구나!
우리는 예로부터 부모는 물론 이웃어른을 공경해 왔으며 이러한 효에 대한 의식은 생활 전반에 강조되어 왔다.
특별히 음식문화에 있어 이러한 배려가 김치에도 반영되었는데, 젊은이와는 달리 노인이 되면 치아가 성치 못하여 음식을 잘 못 드시는 점을 고려하여 효도용 김치를 개발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그 한 예로 숙깍뚜기, 숙섞박지 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나이 들어 잇몸이 약해진 노인들이 드시기 쉽게 무를 살짝 삶아서 무르게 한 후 새우젓을 곱게 다져 고춧가루 등의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란다. 살짝 삶거나 데치는 방법으로 익혀서 무르게 만들어 김치를 담는 방법등이 있단다.
후루츠 믹스가 든 반지김치 (2013년 11월 21일 담다)
11월 18일경 배추를 30포기 구입했다.
주말에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면 김장을 담고 가야는데....도저히 무리다.
우선 반지김치 10포기만 담고 다녀와서 나머지 해야지 그랬는데...이런!그만 허리를 다쳐서 돌아왔구나~
남은 배추 20포기로 매운 김치를 담아야는데 큰일이다. 반지김치를 오늘 맛을 보고 레서피를 작성하려니 메모를 해 둔 것도 없고 그냥 사진으로만 ....
그 양을 가늠해보자면
배추 10포기 슴슴하게 밤에 절여서 다음날 아침에 씻었다.
양념재료로는 집에 있는 후루츠믹서를 넣기로 했다. ㅎ 특별히 맛 있으라고 반지김치가 약간 지룩하게 변했다.
12일만인 오늘 뚜껑을 열고 약간 지룩해지는 국물에 놀랐지만..그러나 맛은 있다. 다음번에는 절대 모험은 하지 말아야겠다.
이제 나머지 20포기 김장을 슬슬 해야겠다.
완전히 남도식 김장 시즌에 맞춘 것 같다. 따뜻한 아랫녘은 이제 슬슬 김장 시작일테니까~
재료
배추 10포기, 배 2개, 쪽파 단, 무 반 개, 생강, 마늘, 보라색 양배추 반개, 청홍고추 반대접 다져서,
말린 표고버섯 1컵 다져서, 새우젓 2큰술, 생새우 3주먹(갈지않고 그대로) 포도효소 2컵, 고춧가루 2컵, 소금 , 물 3리터
(X 후루쓰믹스 1캔) 이 것은 좀 생각하고 사용했으면 한다.
배추가 적은양이고 어린아이들이나 단 것을 좋아하는 어르신이라면 무방하다.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런대로 별미 맛김치로는 뭐 괜찮다.
아마도 포도 효소까지 넣었으니 그 영향이지 싶다.
절인배추 물을 빼고, 배추 꼭지를 다듬기 전~
너덜거리는 배추뿌리를 칼로 저며내는 손질을 한다.
해산물의 젓갈 냄새가 싫으면
멸치 다시마 육수나 닭발 육수 또는 쇠고기를 삶아 그 육수를 이용해도 좋다.
속을 넣고는
국물을 슴슴해지도록 원하는 만큼 부어준다. (3리터)
다 버무려진 김치는 국물과 함께 잘박하게 통에 담아둔다.
완성!
다용도실에 12일 내싸두었더니 폭 익었다.
아들네 각 1통씩 주고 2통이 남았다. 멀리 있는 네 생각이 간절하구나!
딸아!
아직은 어린
마이키와 리지가 무척 잘 먹을텐데...
너도 이대로 꼭 담아보렴!!
맵지않고
시원하고 아삭하고...
어린이나 환자, 어르신들에게 따악 좋겠다.
요 며칠 이 김치 먹고 입
맛 살리네요.얘 없었음 어쨌을까요?
내년에는 역시나 전 후루쓰 칵테일 꼬옥 넣을거에욤!!
첨엔 약간 국물이 지룩해서 놀랐는데...온 식구가 다 잘 먹어요.
아들네 며늘아기들도~
대박!
김치 담그기 날짜 오류가 있어 정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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