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 막내가 와서 감을 수확했다.

단감도 아니요, 대봉시도 아닌 아름 없는 잡감이다.

그냥 지인이 지팡이처럼 생긴 나무 하나 꽂아주고 간 그 자리에 그대로 자란 것이다.

지금 그 사람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감나무는 잘 자라고 있다.

 

 

감을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는?

감은 효를 뜻한다.

그 이유는 오래된  감나무는 속이 시커멓단다. 그리고 골이 빠져 푸석푸석해서 감나무에 올라가면 쉬 부러져서 크게 낙상할 염려가 있다.

감나무가 흡사 부모의 속과 같이 닮았다고 해서 제사상에 오른단다.

감나무는 많은 열매(자식)을 맺느라 얼마나 애가 탔으면 속이 저리도 까매졌을까?

감을 보면 부모님의 그런 은공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 있다 한다.

 

두 번째 이야기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나 감만은 그렇지 않다. 감 씨앗은 심은 데서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난다. 그래서 3~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 가지를 잘라 이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의 예지를 이어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손을 낳고 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자손들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우리 조상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제사상 하나 차리는 것도 그냥 차리지 않고 거기에 반드시 후손을 가르치기 위한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거나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고자 했었다

 

 

 

그런데 우리 집, 이 작은 감나무의 모성을 보았다.

2008년  거의 죽어가던 감나무가


다 죽은 줄 알았던 어미 가지는 초여름이 되어 겨우 눈을 떴다.


2011년 그렇게 세 해를 겨우겨우 지탱해 나가던 원둥치가 완전 사망했다.

이젠 2세의 든든함을 믿어선가 보다.

양 옆으로 새가지를 둔 죽어 시커먼 모태 가지!!(中)

 


가지를 3년동안 키우더니 끝내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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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엔 감나무가 감감했다.

나는 하도 열매를 많이 맺는 감나무가 기특해서 거름을 많이 준 죄밖에 없는데....

틀림없이 지나친 거름독으로 죽었을 거라 자책해보는 가슴속이 찌르르 아려왔다.

봄 되자 소식을 기다리다 지친 나는 감나무의 제일 끝가지를 잘라 부러트려보고는.... 죽음을 감지했다.

며칠 지나자 또 잘라서 보고....애석함에 한숨을 쉬고...또 쉬고...

나중에는 좀 굵은 가지를 잘라보고

더 있다가는 아주 큰 가지를 잘라 단면을 살폈지만....물 오른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저 마른가지의 화목상태였다.

 

'여보~ 베어내고 감나무 작은 거 하나 갖다 심으면 되지!!'

하는 그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애면글면 키우던 자식이 죽고 나서 상심에 빠지자...어른들이 지금이라도 하나 낳아 기르면 되지 뭐......하는 소리로 들렸다.

내 나이 얼만데...언제 키워서 자식누리를 보려나 싶듯....허무했다.

 

만일 내가 부지런했더라면 내가 좀 바지런 떠는 여자라면 벌써 베어냈을 터~

죽은 어린 아들 부랄 만져 보는 셈으로...쳐다보며 생 속을 앓기를...봄 내내,

그러구려 애꿎은 봄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젠 영판 봄이 가는가보다 생각되던  5월 26일,

내 눈에 비친 참말로 예쁘고도 앙증한 연둣빛 아가 손들이 죄암죄암 잼잼을 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아! 너희들 아직까지 용케도 살아있었구나!!'

 

나는 얼른 호미를 찾아내어 나무 밑 흙을 파내어서 햇볕과 바람이 속속들이 잘 들어가게끔 했다.

흙은 축축했고 지렁이는 굼실거리며 여러 마리가 나왔다.

축축한 흙을 파내어 고슬 거리게 말리는 것!

이것만이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로구나!!

 




 

 

그렇게  보잘것없는 잡감이지만 내겐 의미 있는 나무가 되었다.

올해는 감을 따려고 주머니까지 사다두었는데....가지가 휘어지게 많이 매달렸다.

핸드폰으로 찍으니 그냥 어둡게만 나와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많이 달렸는지 제대로 안 보여서 애석하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달려서 감을 따는 게 아니라 가지를 꺾기로 했다.

가지 채 꺾어서 작년에 나누었더니 올해는 더욱 많이 열렸다. 해이란 말은 거짓말이다.

가지를 잘라주니 새가지가 나고 새로 자란가지에서 감이 많이 달린다.

 

남편과 아들이 감을 따고 나는 장독대를 청소하고 감을 넣어 둘 단지를 골랐다. 소나무를 이고 있는 항아리 오른쪽 항아리에 한 가득이다.

감가지는 앞집, 옆집과 나누고 지인들에게 주고 총 7군데를 주었는데 아직 큰 아들네와 5가지를 더 나눌 참이다.

감 따는 내내 지켜보며 까치밥 노래를 부르는 며느리 부탁을 해서인지 감나무엔 그래도 까치밥 6개가 매달려있다.

 

 



 

 

겨우내 하나씩 꺼내 먹으면 정말 맛있는 연시가 된다.

남편은 감식초를 담아보라는데~

넘 어려운 부탁 아닐까? 일단 검색해 보고 애는 써봐야겠다. 건강을 위하여~

 

이 글도 쓰기는 20일이지만 제 날짜에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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