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3일 고추장을 담았다.

지난해 가을 뭐가 바쁜지 어영부영하다가 못담고...모자라서 사서 먹었다.

구수한 맛의 깊이가 도통없었다.


설날에 찹쌀식혜를 만들었다.

며느리들이 다 잘 먹는다. 깜빡잊고 큰애기에겐 주는 걸 잊었는데...며칠 뒤 밤새 비가 많이와서 그만 빗물이 들어갔는지 양이 많아졌다. <미세먼지...빗물이라니~> 버리면서 너무 아까웠다.

그걸보며...불현듯 고추장을 담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정월대보름에 다시 찹쌀 식혜를 담았다.

큰애기에게 들려보내고 나머지 식혜밥 찌꺼기가 제법 많이 남았다.

또 고추장을 생각했다.


그러나 턱도 없이 모자란다.

참살 7~800g 쯤을 물에 불려 묽은 밥을 지었다.

그리고는 남은 식혜물을 부어 하룻밤을 재웠다. 밥을 이미 익었고...발효 끝난 식혜물을 부어 식혔으니 따로 끓여줄 필요는 없었다. 

23일 오전에 재래시장에 나가서 고춧가루를 사서 곱게 빻고 알메주도 1kg 구입했다.

(알메주는 콩알 그대로 발효시킨 것!  갈아준다. 메주를 갈아넣으면 발효가 좀 더디게 된다.)

시장에 가서 고춧가루 사면서 고추장 담는다고 하면 알아서 .....대충 재료를 준비해준다.

고춧가루가 얼마면......뭘 얼마 넣어야 할지~~

조청대신 식혜를 넣고 또 집에서 직접 길러 담은 자두효소가 맛있으니 걸러놓은 효소액 3kg이 들어갔다.

충분히 달작하고 맵고 맛있다.




식혜밥 찌꺼기는 된장이  되어서 발효가 더디되고 뻑뻑한

된장에 잘 치대어 넣어주면 된장 발효를 돕고 맛이 돌아오게

된다.  단 간을 잘 맞춰야 한다.


된장을 살리는 데는 콩삶은 물도 좋다.

단....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봄이나 여름은 피한다.


지금 간장을 담글 이른 봄이나 늦가을이 시기상 딱 좋다.


된장, 고추장도 자꾸만 담다보면 요령이 생겨서 자기집만의

특별한 장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호박을 넣어도 되고 과일을 넣어도 좋다.

물론 다년간 스스로 담다보면 터득하게 될 일이다.



일하면서 순간순간 마치 무슨 암호처럼 적어둔 것!

23일이니 벌써 일주일 전, 내 건망증에 가물가물~

그러니 이런 괴발게발이라도 어딘가?  반갑기만하다.

칠판에 씌어진대로 곰곰 해석하자면~~



 ①고춧가루 3KG(이건 기재 안했다)

②소금 700g이었다.

준비한  첫소금은 650g 그릇무게 100g 빼고나니 550g  거기다가 나중에 150g(요땐 그릇 무게를 아니까)더 보탰다.

③까나리액젓 1리터 (아마도 조금 더 넣어줘서 1,2k리터 였나보다)

④효소액3kg (우리집 자두효소)

⑤찹쌀700g (찰밥 묽게 밥을 지어 식혜물에 하룻밤 삭히다/한밥솥)

⑥식혜밥찌꺼기 1kg

 ⑦알메주 1kg (고춧가루집이나 기름집에서 사고 빻아줌)

⑦콩? 500g (설에 인절미하고 남은 콩가루)




콩가루는 어디까지나 나의 임의로 넣은 재료임!


<풍문으로 들었소>

참 고추장에 넣는 까나리액젓..

언제부터인가 할머니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까나리액젓을 넣어 고추장을 담그면 맛이 참 좋다는....






 고추장 담그기 작업과정


1/ 식혜밥에다가 찹쌀삭힌 죽을 붓고

2/ 까나리액젓을 붓고

3/ 고춧가루와 메주가루, 콩가루를 넣고

4/ 소금을 넣어 마지막 간을 맞추고 잘 치댄다.

5/ 고추장을 넣을 항아리를 잘 소독하고

6/  항아리에 고추장을 넣고 완성!


여기에서 나의 실수는 소금을 1번과 2번 사이에 넣었으면 잘 용해 되었을 것을....그만 바보짓을 했다.


TIP  카메라정보를 보니 오전에 장을 봐와서 오후 2시 54분에 시작하여 6시 30분에 끝났다. 무려 3시간 30분이 걸렸다.

소금이 고루 용해되도록 간간히 저어주며 기다렸다.  준비한 재료로는 후딱 할 수 있었는데....

그리고 찹쌀죽과 식혜밥찌꺼기는 핸드블렌더로 갈아줄가 하다가 그냥 두었다. 발효된 것이라 저절로 잘 삭아줄 것이므로....

1번과 2번 사이 소금을 넣고 핸드블렌더로 갈아주었다면 1시간 정도로 단축될 작업이었다.




보이는 만큼의 양이 나왔다.

항아리 입구까지 너무 가득 채우지 않는다.

기온이 올라가면 약간 발효로 부피가 늘어난다.


바깥 장독대로 옮기면 완성!

그렇지만 고추장 담그기엔 아직 조금 이르다.

(고추장은 가을 고추장이 맛나긴 하다. 햇고추에...)

볕 잘드는 바깥 마루에 한 달간을 두기로 했다. 숙성을 돕기 위해서~


연이어 된장키우고 고추장 담고

그예 몸살났다.

이제야 조금 살만해서 일어나 기록한다.


애기들아 고추장 갖고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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