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감씨를 깨물면
그 안에 숨겨진
작고 하얀 숟갈 하나


말랑말랑 푹 익으면
떠 먹으라고 넣어둔
쪽 숟갈 하나


이요조



(감씨 안에는 하얀 숟갈 형태의 잎이 숨어있다. 아주 오래 전에 그림을 그리고 동시를 썼는데 그림은 날아가고  text는 남아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2002년에)


 ▲ 우리 집 땡감나무다. (헉, 은솔이도 등장했네~)

가을이면 가지 채 뚝뚝 분질러 동네방네 다 돌린다.

감가지 하나에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을 한아름 선사하는 기분이다.

작은 감나무는 그렇게 아무케나 건사했는데도~  가지를 인정사정 읍시 마구 잘라냈는데도 해마다 주렁주렁 잘도 맺힌다.

얼마나 가지를 많이 잘랐는지 잔가지나 곁가지가 절단된 감나무는 하늘을 향해 만세를 하듯 우스꽝스럽게 서있다가 맨 윗가지 까지 주렁주렁 매달리자 가지가 점점 늘어지더니 완전 휘어져 버렸다.

(마치 엄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판 승부를 오지게 벌리는 늠 같다)


올해 가을도 다름없이 뚝뚝 분질러서 나눴다.

좀 굵은 가지는 (해묵은) 감 씨알이 에븝 굵은데 해마다 잘려나가고 새로나온 가지에는 씨알이 쪼맨하다.

마당에 풀어 키우는 은솔이는 고라니처럼 폴작거리며 하도 뛰다녀싸서 개털이 날리고 미세먼지 운운 해싸니 건조기를 하나 샀었다.


나물도 말리고, 겨울이면 잘썩는 고메(고구마)도 손자녀석 좋아하는 쫀득이로도 말리고 또 감을 말려두니 예전에 손톱이 새카매지도록 쌔빠지게 깍고 말려 곶감 맹근다고 허튼 노력은 안해서 좋다.


늙은 내겐 썩 좋은 장난감이다.


44도로 해서 38시간 쯤 마냥 돌린다.

감말랭이가 아니라 감과자가 된다.

우리집 땡감은 달디단 스넥맛이 된다.



감씨가 쏙쏙 빠져 나간 자리가

꽃처럼 예쁘다



 제일 예쁜 중간 몸통만 모아봤다.

못난 짜투리도 물론 있다.




묘하다.

곶감도 물론 떫은 감으로 만들지만

떫감이 익거나 마르면 더 달아진다는 사실!!



 말리고 또 말리고

학교에 갈 때도 챙겨가고 서실 나갈 때도 챙기고~


청도 지인이 씨없는 땡감을 보내줬다.

천천히 익혀서 먹는다고 내싸두었더니...감 식히는 약이 들어있었다.

며칠새로 물렁물렁~~ 이크크

어차피 홍시가 된 물렁한 감은 두고 그나마 칼 들어갈만한 늠만 골라내서 말려본다.

씨는 없어서 좋은데.....너무 물렀나?

건조하고 보니 새카맣게 변했다.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되지 뭐....

까맣고 쫀득쫀득...

더 곶감맛이 난다.





감꼭지도 약이란다.

우리집 감은 농약 농짜도 모르니

감 떨어진 꼭지와 잎을 차로 끓인다.

물 끓고 2~3분 후,  ㅎ~ 너무 행복한 맛이다.

나 혼자 어쩌지 못할 행복감에 포트에 담아서 가지고 나간다.

마침 생강차 끓여 둔 것과 함께~~

어느 것 드실래요?

<생강차 주세요>


나갔다 돌아 온 남편에게도 물었다.

<생강차 줘~>

<에에이~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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