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일기
5월6일 입하.
아침이다.
눈을 떴다. 살그머니, 내곁에 몰래 잠입해 와선.. 밤 새 같은 베게를 베고 동침을 한 후, 감기란 놈은 제 먼저 깨어... 쏟아 붓듯 재채기 콧물...눈물로 터진 봇물처럼 나에게 자기 존재를 그악스레 알리려 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주체못할 재채기 파편의 소나기 세례와 더불어...
난, 언제나 아이의 수술과 함께 앓았었다. 이번엔 좀 더디 ...아니 반 박자 쯤 느릴 뿐, 약국에서 일반 매약을 사먹고는 항히스타민제 탓인지 보조침대에서 코를 박고 왼종일 병든 병아리처럼 졸았다.
아이, 수술이 잘 되었다해서 내심 날아갈 듯 기분 좋았었는데.. 조직검사 결과 균이 좀 검출되어서 3주간 항생제 투여지시가 다시 내려졌다. 여태껏 긴장했던 몸이 무너져 내린다. 나는 맥 빠진 허탈로 팽팽한 신경줄로 헨스를 쳐 둔 나의 바리케이트를 스스로 허물고는 감기에게 던지듯 내 몸을 내어주고 말았던 것이었다. .........
저녁나절에사 자꾸만 나락으로 빠지는 잠에서 깨어 창 밖을 바라다 보았다. 병원에 들어 올 때만 하여도 녹음은 연녹색으로 꽃가루가 훨훨 날리는 봄이였는데, 언제 저토록 짙은 녹음으로 변해 버렸을까?
"아! 아카시아~~~"
은사시 나무로 둘러쌓인 이 곳! 거의가 다 은사시나무 숲인줄 알았었는데... 짙푸른 녹음 사이로 군데 군데... 마치 검은 머리칼위로 돋아나는 새치처럼 ... 희끗 희끗 드러나는 아카시아꽃~`
아카시아는 그렇게 내 상실된 봄위로 소복을 차려입듯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 여기 있어요~~"
하얀 아카시아 꽃들을 앞다투어 피워대는 나무는 한껏 제 모습을 보란듯 뽐내며 거드럼 가득한 몸으로 여름을 손짓하고 있었다.
-- 남이사 감기에 지친 부은 얼굴로 내다 보든 말든...----
글/이요조 (병실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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