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흔 일기
1. 반가운 아우 -2001, 4, 20.-
삐리릭
핸드폰이 오랜만에 울린다.
누굴까?
“형님, 저 여유.”
형님 아우하며 지내는 열린마당 친구다.
요즈음 신학대학 다니랴
사과 장사하랴
옆지기 병간호하랴
무척 바쁜 그다.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늘 간직하고 사는
그를 보면 내 마음마저 즐거워진다.
“지금 학교가 끝났는데
집에 가도 돼요?”
“당근이지.”
얼마 전 그의 집에 가서
한참이나 사과 장사를 같이 했었다.
작년에 농사지은 무라며 한 자루 주기도 하고
김을 서해안 가서 갖고 왔다며
주어서 잘 먹고 있다.
“저녁은?”
“집에서 라면 하나 먹고 왔어요.
밥을 차려 주어야 할 텐데
옆지기가 마침 외출 중이어서
커피 한잔씩 놓고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데
옆지기가 들어 왔다.
옆지기 왈 “저녁은요?”
“네, 먹었시유.”
“밥 있나?”
“있긴 있는데 찬밥이라…….”
“괜찮아, 차려오지.”
없는 반찬에 그것도 찬밥을…….
그러나 그는 맛있게 먹는다.
“형수님, 밥 더 있시유?”
거뜬히 두 그릇을 …….
우리 내외는 찬밥을 먹게 해서
미안해 죽겠는데
그런 눈치를 채고는 아주 맛있게 먹어 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
그러곤 열한시가 넘어서 갔다
“형수님, 한 번 놀러 오세요.”
“네, 꼭 갈게요.”
사과가 다 떨어져서
이제는 원두막 짓고 수박장사를 할 거란다.
그 땐 또 가서 같이 팔아 줘야지.
*****
2.고양이와 전쟁 -2001, 5, 27.-
며칠 전에 우리 집 지붕에
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습니다.
처음엔 지붕위에서 쳐다보는 놈들 눈망울이 예뻐서
그래 같이 살자 하며
드나들며 지붕을 쳐다보곤
눈을 마주쳐 왔는데,
근데 요놈들이 좀 크니까
천장 속이 지네들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는데 우당탕 쿵탕
이게 장난이 아닙디다.
하여 이제 나가 살라고
추방작전 개시했지요.
우선 천장으로 들어가는 테라스와
지붕 사이에 틈새를 완전 봉쇄하고
천장엘 못 들어오게 한 채,
지붕 위에서 그놈들과 대치.
막 쫓으니까 어미란 놈이
새끼들 내 팽개치고는
저만 담을 타고 줄행랑 쳤어요.
지붕 끝에서 불안에 떠는
어린놈들 눈망울이 애처롭더라구요.
그래 일단 작전상 후퇴를 하고 말았는데
요놈들이 또 다시
천장에서 쿵탕거리는 거예요.
결국 다시 지붕에 올라가
한 놈을 잡았는데
아 글쎄, 캬~~아악! 하더니만 할퀴잖아요.
얼떨결에 내동댕이를 쳤더니 땅으로 떨어졌지요.
퍽 소리가 나기에 내려다보니 꼼짝을 안 해요.
에고 죽었나보다 하고 얼른 내려와 보니
휘리릭 도망을 가더이다.
다행이다 싶어 작전을 종료 했는데,
밤이 깊어가니 계속 야옹거리며
애처롭게 울어 대니 어쩌면 좋대요?
오늘밤
잠은 다 잔 것 같군요.
허 그것 참....... .
-대청에 오른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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