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실의 시대 *
양수안에 부유하던 행복은 쏟아졌습니다. 바로 내가 태어나던 날,
그 따스하던 자궁 안의 기억도 실종되고 언제나 고향가는 기차처럼.. 기분좋게 규칙적으로 쿵쾅대던 어머니의 심장소리도 상실했습니다.
버려졌습니다. 세상 밖으로.. 팽개쳐졌습니다.
아무리 옹송그려 보아도 어머니~ 그 태아 적 행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옹송그릴 수록 더 콧날이, 가슴이 찡-하며 더욱 아파 오는 것은 그리운 과거의 기억에 연연하기 때문인가요?
코브라를 잣아 올리는 인도의 거리 악사처럼 심지돋운 등잔불로 길을 밝히고 나를 끌어올립니다.
내 마음의 녹 쓴 우물 뚜껑을 열고 피리를 불어 볼까요 어머니?
작은 키에 깨금 발로 용을 써서 두레박으로 건져 올리려 해도 푸른 물빛처럼 과거는 건져지질 않아요. 어머니~
어른거리는 물에 흔들리는 불빛, 깊은 우물 저 안에 비치는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무엇이 흔들려 비칠까요?
한동안 유기 당한 제 모습이 물에 퉁퉁 불은 채 주검으로 떠오르진 않을까요? 어머니?
젖을 물려주세요. 우윳빛 생명이 담긴 어머니의 진한 체액으로 빚은 젖을 물려주세요.
어지럽지 않게, 링거액처럼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투명한 생명의 수유를, 네? 어머니?
시월의 마지막날 즈음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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