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아, 다 덤벼라!!]
참 대단한 놈이다.
부산에 있는 내 여동생의 아들, 이질 녀석이 말이다.
자전거로 그 것도 싸구려 자전거로 국토를 종, 횡단하겠다니,
82년생, 우리 집 셋째 막내 넘과 같은 해에 태어났다.
2개월 늦게,
군대에 갔다 오고 복학도 했는데..전공보다 부전공인 사진이 더 좋고
미술, 그래픽디자인이 더 좋단다.
이 넘이 내가 부산에 가 있을 때 8월1일 우중을 뚫고 부산을 출발한 넘이다.
창녕 우포늪에 가서야 첫 전화를 주었다.
걱정 말라고... 군대 갔다 온 놈이 뭘 못하겠냐고, 제 부모를 안심시켜 드리곤
13일 만에 서울에 입성을 하였다.
오다가 자전거 여행하는 친구가 좋아 대전에서 부안도 갔더란다.
이순신 세트장도 구경했단다.
"어땠니?" 하고 물으니..
판옥선과 거북선 왜적선..각 각 하나씩만 그냥 작은 배로 만들어 놓았더란다.
변산반도도 구경하고 채석강에서 줏어왔다는 손톱만한 앙징한 돌을 내게 내민다.
'짜식이 내가 돌 좋아하는 건 어찌 아라쓰까'
한 발이라도 일찍 쉬게 하려고 아이들이 있는 성북동으로 먼저 오게 했다.
남산터널을 통과한다더니 금방 들어온다.
네비게이션을 단 경주용 자동찬가 보다. 뭐가 이리도 빨리 오는지??
먼저 땀내 나는 아이에게 샤워를 시키고...
짐을 보니..가관이 아니다.
비 맞은 짐들은 너덜너덜,
노숙자가 달리 있으랴 비가 많이 오는 시골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도 잠을 잤단다.
이 넘은 떠나오기 전부터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한다.
지가 스쳐지나갈 각 관공서마다 홈페이지에 자전거 여행을 할 테니 관광지도를 보내 달라 했단다.
연일 집으로 배달되는 관공서 배달 물에 지친 우편배달아저씨가 대체 뭐하는 학생이냐고 묻더란다. 다녀보니 청주가 깨끗하고 아름답고 제 맘에 쏙 들더란다.
☆현금 11만여 원을 들고 출발한 여행, 제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써 놓고...
사서 고생하자
이제 고생 시작이다!ㅋ
자전거야 우리 가자꾸나!
내 고생을 사실 분
농협 장 O O 936-12-378075
당신의 따뜻한 손길이
한 끼의 밥이 해결됩니다. ㅎㅎ
[자전거 , 필름 24통 , 카메라 , 셰익스피어]
ㅡ 2005. 07. 30 02 :19 기록ㅡ
8월 1일 (1일차)
00 :00 출발
10 :00 ~ 창녕 우포늪 (100 km 이동)
10 :00 ~ 15 :00 휴식
15 :00 ~ 20 :00 대구도착 (50 km 이동)
대구도착후 숙식해결
8월 2일 (2일차)
이 날의 참고사항 일출시간 05 :33 분쯤
05 :00 기상
---- 대구여행 ----
시민회관 2005 구상회화전 10 :00 ~ 17 :00
8월 3일 (3 일차)
05 :00 기상 및 출발 (대구 출발 ~ 끼야호)
10 :00 ~15 :00 휴식
15 :00 ~ 20 :00 상주도착!! (90.38 km 대강 ㅡ_ㅡ )
20 :00 잡시다 !
8월 4일 (4일차)
05 :00 기상 상주한바퀴 ~
12 :15 ~ 14 :25 상주시외버스터미널 ~ 청주로 쭉 ~ (110.5 km)
소백산맥때문에 빡시오 ㅡ_ㅡ
14 :25 ~ 명철 "S" 와 함께 하는 청주놀이 ~
8월 5일 (5일차)
05 :00 기상
~ 10 :00 대청호반도착 (40.1km)
~ 15 :00 휴식
~ 18 :00 대전도착 (28.5km)
돌아댕기다가 ~ 잡시다 !
시간되면 옥천
8월 6일 (6일차)
05 :00 기상
~ 15 :00 대전돌기 ~
~ 20 :00 공주도착 !! ~ (32. 27km)
자자 !
8월 7일 (7일차)
04 :00 공주돌기 ~ 부여 (31.89km)
10 :00 돌기 ~
20 :00 전주도착 (62km 디게 기네)
자자
8월 8일 (8일차)
전주기행 ~
제 모친이 옮겨논 전문에 따르면...
찜질방 아니면 pc방에서 동냥 잠을 자고(아니지 송장잠이겠지)
지도는 거쳐 지날 때 마다 버려지고(짐이라도 줄일 셈으로)
생수 한 병도 돈 주고 사먹지 않은 지독한 넘,
관공서에 가면 물이 있단다.
주유소에서도 생수는 그저 주고...
충청도 모 소방서에 들렀더니
여행자라 그러고 화장실에서 세수, 볼일을 보고나오니 냉커피를 한잔 내어 주는데
꿀맛이더란다.
또 어디라더라
자전거 여행객을 만났는데.. 결혼을 앞두고 아가씨는 마지막 가족과 휴가를 떠났고
자기는 혼자 나왔다며 호텔 잠을 같이 자고 회도 먹고
자전거 전조등도 떼어주고 후미 등은 배낭 때문에 사양했단다.
참 장갑도 물려받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래,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더 크단다.
아이는 서울친구와 어제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를 보고 오늘 내일 친구들 만나기에
정신이 없나보다.
모레쯤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강원도 강릉으로 가서 부산으로 다시 자전거로 내려갈 계획이란다.
도착은 25일경쯤으로...
자전거는 그 곳에 두고 그냥 지친 아이만 납쭉 차에다 싣고 오는 13일 밤 아이는 물먹은 솜처럼 녹초가 되어있었다.
집에 와서 죽은 듯 지쳐 자는 아이를 보니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단단한 근육뿐이다.
다부진 넘,
"잘될 넘~"
우리 집, 동갑인 막내 넘은 제 형 차를 끌고 친구들과 강릉엘 갔다.
전화가 왔다.
"엄마 우리 차 보험이 어디지요?"
일순 앞이 캄캄했다.
"응??? 뭐라고??"
"아니~ 음마...자동차 펑크가 나서..."
"야 이 짜슥아, 그래 몇 넘인데 그깟 걸 하나 못 끼우냐?"
" 긴 나사못이 박혀서.,,어쩌구저쩌구~~"
어쩌나? 참말로 대조되는 우리집 막내 아들넘을,
군대를 보냈는데..보냈는데...희한하게 누가 손 써 준 것도 아닌데...
그냥 저냥 겨우 훈련만 받고는 제 스스로 국군병원에 누웠다가 그냥 나온 넘,
"에이..훈련도 안할 수 있었는데.."
그 딴 소리만 해대는..
두 달 늦게 난, 동생~ 이 넘보다 키가 작나 덩치가 작길하나...
난, 그 날 밤
그 무슨 이유때문인지 몰라도 어쨌거나 불면증에 일어나서 온 집안을 서성거렸다.
수면 유도제를 먹고도 날이 희미하게 밝는 걸 보고서야 잠깐 눈을 붙였다.
아무튼
弟夫도 좀 다른 면이 있긴 하다.
남자다운 끈기가 있다는 것이다.
일에 물불을 가리지도 않고, 아마도 아들은 지 아버지를 보고 그대로 닮는지도 모르겠다.
에혀~ 그러게 모름지기 남자란 군대를 다녀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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