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의 직무유기
혐의는 주부직무 유기다.
주부 다섯은 아이들처럼 한강 유람선을 탄 후, 강변 뚝섬에 드러누어
버렸다.
장장 9시간의 수다다.
그 엄청난 괴력은 어디서 올까?
핵폭탄!
그랬다. 스트레스들이 물방울처럼 하나 하나 모여서 응집되었다가 실로 놀라운 굉음으로
터져나가는...
절에가서 백팔배 엎드려 큰 절하는 것보다, 교회의 통성기도 백 번 보다도 더 나은..
하나같이 나름대로
신앙관을 확고히 가진 사람들, 같은 세대를 살고 있는 주부들이기에
우리는 만나면 놀랍도록 심령치료의 은사를 서로 주고 되돌려 받는다.
어제가
그랬다.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서로를 비춰본다.
남의 돌의 크기에다 내 돌을 갖다 비기고는 슬그머니 그 응어리를 풀어내는
방법이다.
DAUM 여자 블로거들의 모임 cafe이다.
꼭 들라고 권유도 하지 않고 비공개도 아닌 것이...별
재미도 없는 것이, 온라인 상에 시들한 것이 오프라인에는 강하다.
그냥 오프라인 모임이다. 만날 일이 있을 때, 약속 장소등을 지정할 때,
특정 블로그에 가서 속살거리기도 좀 거시기하고 일일이 전화도 머시기하고...한 줄 소식통만 전하면 그냥 오고 싶은 사람만 가끔 그리운 사람만
약속장소에 나오면 되는 것이다. 그저 카페 메모장만 이용하기 위해서다.
가끔 낯선 행인이 들어와도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싶은지
등록 후 제물에 탈퇴하고 그냥 휙 나가버리기 일쑤~
오는사람 말리지도 가는사람 잡지도 또는 아는 사람 부르지도 않는 곳이다.
여성 블로거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다. 만남은 주로 서울거점이지만...회원 소속은 호주도 있고 대전, 부산도 있다. 친자매 팀이 두 쌍이다.
다음 카페 "가끔 그리운 너" 4050flower 우리는 가끔 그리우면 만난다.
블로그 생활 길게는 어언 몇 년, 사이버로는 오랜 세월이다. 글 속에 녹아있는 그 사람의 가치관이 스민 인생
전반을 두루? 어느 정도는 가슴에 닿도록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글을 통해서 그 사람을 알고...(여기서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외모를 안다거나 경제적인 거라거나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안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그 사람의 영혼을 알고 향내를 안다는 것이다. 더 알아 무엇할까?
우리는 상호간에 껄끄러운 거래를 트고 지낼 그 아무 것도 존재치 않기 때문이다.
그냥..세상살이
이야기를 글로 미처 못 푼 것을 자연스런 대화에 풀어내어 서로 이야기 하는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인 셈이다.
한강 뚝섬에서 한껏, 목청껏 수다를 부려도 드넓은 하늘로, 높은 하늘과
깊은 강물은 다 들어주고도, 잿빛 소리들을 다 담아 듣고도 여전히 맑고 푸르다...누가...사심없이 들어 준다는
것,
그 거 별 거 아닌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작금에 남녀를 불문하고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우울증, 특히나 중년여인들의 우울증은 빙산일각이다.
나 역시 오래전 일이지만 허리가 좀 불편해서 그냥 병원에 다니던 어느날 숨도 못 쉴 것 같은 통증에
119에 실려가서도 수술일정을 대기하기만도 며칠, 수술 전 검사기간 그 동안을 격심한 통증에 못이겨 진통제만 수도 없이 요구해 대다가
병원 창문쪽을 바라보는 시간이 엄습하고
병원창틀은 미리..그런 일에 대비했는지...가능하게 내버려 두지 않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수술 후에야 내가 왜 그런 생각들을 했는지.......진저리 치게 되고,
이번 미국, 뉴저지주에서 귀국한 XX님도 home sick에 시달렸는지 어쨌는지...늘 바라보던 유유히 흘러내리던 강물, 그 속으로 난 길이 자꾸만 보이는데 환장을 하겠더란다.
별 것 아닌 사소한 것에 비중을 두고 목숨 건 듯 삐뚤빼뚤.....이혼이란 단어를 아주 조금씩 상상하던 S 그녀도 사는 게 별 것 아님을..그렇게 별반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것임을 깨달았을 터~
가정은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큰 법, 이 나이에 이제와서 성격차가 무슨 대수랴~
내가 이만큼 공을
들였으니..가족들은 이만큼 나에게 돌려줘야 한다가 성립되지 않는다.
.
어머니...
그 어머니...또는 아내 자리가 문득 힘겨워지는 쉰의 고개에서 뒤돌아 보니 나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도..그래도 넷,상에서 고유의 사이버 주소를 가지고 자기 의사를 블로그에다 개성있게 표현 창출을..하고있는, 나름대로들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는 중년 주부들이 말이다.
장장 9시간의 외도~
우리는 잠시 궤도를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일탈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인 거다.
위로는 부모공양,
아래로는 며느리를 거느릴(린) 시어머니 입장,
그 중간에 위치한 '낀세대'로써....
가슴이 답답하면 탁-트인 자연의 품, 너른 품에 안겨보자! 굳이 썰로 풀지 않아도 해답은 자기 내면에서 온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라지만...홀로 여행이 좋다지만,
그 게 어려우면 가까운 자연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선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람과 햇볕을 즐기다가 아예 뚝섬 잔디밭에 드러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풀어 놓는 사이 어느새 노을이 지고 가로등이 켜지고 별들이 하나 둘, 나올 때까지..주욱...심령치료는 계속되었다.
몹쓸 것들은 강물에 다 띄워 보내고. 푸른 가을하늘에 다 묻어 버리고 일어섰다.
그래 다시 엄마 위치로, 아내자리로, 속 비운 며느리로 거듭 태어나는 거다. 그러는 거다.
삶에 있어서의 상처,
그 상처는 외부에서 보다 가족에게서 받는 게 더 깊듯이~
삶의 '골리앗'은 바깥에서 온다기 보다 때로는 가족이 '골리앗'이 될 수도 있다.
다윗의 달란트가 '물매'였듯이 나(주부)의 달란트는 최선을 다해서 사랑으로 대항할 것이다.
아자! 아자!!
군데군데 붙어있는 스티커로 전화를 하면 이런 배달까지도 가능, 정말 배달의 자손 그 기수답다.
해서....직무유기는 한강에서 이런 나부랭이 낙서글도 건져 올리고,
나는...아니지 우리들은 파란 하늘만큼이나 파란 마음으로 헤어졌다.
얼마나 건전한 만남인가?
오늘이 있기까지 대한을 가꿔 온 내공의 줌마부대~ 하고도 Daum 블로거(女)들의 모임!
인생은
이래서 살아볼만 하다 하지 않았는가?
한강다리 / 이요조
한강 유람선을 탔다.
선상에서 다리 밑을 지나가며
나는 육교를 오르는 젊은 건각의 다리를 뽐내듯 깡똥하니 짧은 아가씨의 치맛속을 훔치듯...
고개를 한 껏 꺽은 채
다리 사이로 앵글을 디밀었다.
양 다리 사이로 포카스에 비친 자궁 속은 파란 물빛 양수였다.
나를 길러 낸 내
엄니의 자궁 속...내 영혼의 안식처,
내 어머니...어머니!
그 자궁 속으로의 회귀를 꿈꾸는...부비고 싶었던 천상의 침상,
그 푸른 양수에 무릎을 걷고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서 내 지친 두 발을 가지런히 담그고 싶다.
다리 사이로 보이는 무한의 사유~
내겐 하늘문이 열리던 날이었다.
허공을 향해 네 발을 허우적대며
교각 아래 측은히 떨어져 누운 한 마리 할딱이는 여린 짐승이다.
나는...
내 탯줄은 누가 자를 것인가.
떠밀려 떠나온 양수의 따듯함이 억울하도록 그리워, 울음을 토하는 핏덩이,
피 투성이 비리고
여린 내 육신은 누가 핥아 줄 것인가?
어머니....아! 어머니,
'가납사니 > 사람들·舊,미루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아침방송 KBS TV 꼭 보세유~~/모과차 (0) | 2005.10.21 |
---|---|
KTX 기차여행 (0) | 2005.10.18 |
오른쪽 마우스 버튼 (0) | 2005.09.24 |
자전거국토대장정 (0) | 2005.08.15 |
명함 에티켓 (0) | 2005.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