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기차와 소나무

 

기차가 서지않은 간이역에
키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남겨진 이야기만 뒹구는 역에
키작은 소나무 하나 낮은 귀를 열고서
살며시 턱을 고인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기적 소리없는 아침이면
마주하고 노랠 부르네
마주보고 노랠 부르네

 

 

 

 

 

 

 기차여행

 

여행을 한다는 즐거움은 낯 선 곳을 간다기 보다 낯 선 이들을 만난다는 부푼 기대가 더 없이 좋아~

젊어서는 젊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었는데....나이 들어서 보니 단지 그런 것만도 아냐.

역시 여행이란 뭔지 모를 것들로 늘 가슴 두근 거리게 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일상에서 떠나본다는 건, 모든 게 신선해서 좋아.

얼마나 가슴 셀레는 일인지,

언젠가도 그랬지만, 나는 대문을 벗어나는 일, 자체가 여행이라 간주하고 싶어~

 

 

언제나 길을 나서면 가슴이 설레~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는 집을 나서지

이번 부산행도 기실은 엄격히 말하자면 여행이 아니지만 나는 여행이라 생각하고 즐거이 겪기로 했어,

여러가지....장애요소가 있지만,

 

딸아이 오피스텔을 옮기고 힘이 들었는지...허리에 무리가 갔는지...

부산행은 병원을 다니며 그 예후를 봐가며 가기로 맘 먹었었지 해서 출발, 그리고 도착 날자까지도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가 없었어....

 

그냥 무리를 좀 했으니...몸도 마음도 휴식한다는 기분으로 떠난 거였어,

 

마침...나 혼자 떠날 여행이고, 가을이라 유일한 학창시절(초등서부터)단짝 친구도 찾아 나설 작정을 했지

내 나이에 4년 전에 (이젠 5년이 되었나?)출가를 해서 경북 청도 운문사에서 불가를 공부한 친구가 있거든~

공부할 당시...어찌 어찌 소식을 전해듣고 운문사로 속명을 대고 존재를 확인 후 찾아 가겠다고 떼를 쓰니...

큰(느낌이)스님이 그렇게나 뜯어 말리시더니만

(늦게한 출가가 더 힘든데....속세의 친구마저 찾아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느냐?는...)

해서 참았다가 이 가을에 어느 비구니사찰로 들어갔는지...알아보려고 어렵사리 전활했더니

그런거는 모른다고 딱 시치미네

 

친정 전화번호도 알았는데...그 당시 친정엄마는 밉다고 밉다고

"그런 사람 인자 내인테 다시는 묻지 마소..나는 모르요" 그러던 어머니....

이젠 그 부자 엄마도 돌아가셨을 터, 친정 전화번호도 결번으로 나오고....

 

졸업만 하면 외국으로 나갔는지....독립했는지(사찰을 지어서)...자기들은 전혀 아는바 없다하네...

속명을 대고 만학이고, 수필가고 시인이었대도 모르겠다는 대답만 기계처럼 되풀이 할 뿐,

 

가을 속으로 친구를 찾아 떠나는 홀로 여행은 이미 물 건너 갔고.....

볼 일이라도 제대로 보려면 일단 떠나긴 떠나야는데,

 

버스라도 집어타고 갈 요량으로....

막상 내일은 떠나지 않으면 안되는 마지막 금요일 자정무렵, 주말이라.....예약없이는

비행기나 KTX마저도 불가할 일이고.....버스로 가자니.....장시간 아픈 허리로는 자신이 서질 않아서

 

하릴없이 애먼 한국 철도 홈페이지만 들락거리다가 우연히 DAUM 'KTX cafe' 를 알게 되었고

경부선 상하행, 호남선 상하행 등등 아주 조목조목 잘 알아보게 되어 있었어....

 

[KTX카풀모-모여야싸다]

KTX 동반석을 미리 예매, 그 후 함께 갈 회원을 구하는 모임인데...

이 (할? 아?)줌마는 지금 나이를 따질 겨를이 없었어, 무지 급했거등...

나는 급하게 등업 신청을 했고, 늦었지만 금욜, 늦은 밤에 몇 자 황급히 적어두었어

 

"급합니다. 한 사람 부탁합니다. 내일 아무 때나 가능...(아)줌마/자정너머 통화도 가능

010-000-0000 이요조.

 

 

 

올리고 얼마되지 않아 문자가 오고 통화를 하고.....

아주 젊은 청년 목소리였어,

아무튼 아주 산뜻한 기차여행이 기대되고....

약속한 담날 집을 나서려다 말고 부랴부랴..동네 미장원으로 달려간 나는

추레하니 긴 머리를 쌍둥 잘라버렸어......그 상큼한 기분이라니~~

잘 됐든 아니든......변신이란 아무튼 기분을 UP시키는 데는 두 말 할 여지없었어,

토요일 4시 15분 발 기차지만.....나는 혹시나 실수할까 하는 염려로 3시 15분 경에 도착했었지

 

정확하게 만나자는 3시 30분에 전화가 오고....난 KTX 타는 곳 3층 TV앞 난간에 기대 있었는데...

무슨 옷....그딴 이야기도 하기 전에 군중 너머로....서로를 제깍 알아보았어~

내 막내 아들넘 보다 더 더 어려 보이는 학생이었어~

서로 손을 마주 들어 알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짐을 이 것 저 것 챙겨 그 자리에 가니....

 

헉! 어ㅂㅅ다.

아니 솔직히 순식간에 사라졌다.

ㅠ,.ㅠ

 

나....(할)줌마라 확인사살하곤 즉시 얘들이...따 돌린겨?

 

워쪄? 부산역에 픽업하러 나올 것 까지 미리 약속이 다 되어있는데...

 

순간 이요조는 재빠르다.

판단도 체념도 KTX 못지않다. 아니...하늘을 나는 콩코드다.

망설일 겨를도 없이 바로 그 옆 매표구에 줄을 섰어......나 굉장하지? 뚱둥해도 순발력 하나 만큼은...힛~

자유칸 입석표라도 잽싸게 구해 봐야지....오늘 못가면.....증말로 낭패나지,

 

지갑을 꺼내려는데...

-"왜 여기 서 계세요?"

-"오잉?"

아까 그 하늘색 티셔쓰의 해맑은 학생이다.

예매한 표를 사러 갔단다. 흐....내겐 돈 달라 소리도 않고....방가버서 증말이지 눈물 날라칸다.

 

28,000원만 내란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쌀 수가?

주말이면 45,000원인데....그래서 우리 부부가 한 번 갔다오면 교통비만도(주차비포함) 20만원이 훌쩍 넘었는데...

이 건 완전히 우등고속버스 요금이잖아? 표 구하기 어려운 가을 황금 주말에....

도저히 나머지 2,000원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 깃대 든 적극적 리더의 통화비만 해도 얼만감??
-"시간이 좀 남았네...우리 커피 마실까? 나 따라와봐...바로 저 옆에 멋진 신종 자판기 있던데~"
아이들에게 커피를 한 잔씩 들리고....잔액 계산 완료.
동반석 티켓은 두 명당 한 장이랜다. 해서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함께 티켓팅해야만 된단다.
-"오잉....왠 횡재? 난 또 얼마나 짐이 무거웠는가? 가방하나에 보퉁이가 또 하나....핸드빽
키도 크고 잘난데다 멋있기까지 한 넘이 선선히 들어주네....힛~
부산법대 여대생 1 남학생1 둘은 휴학하고 서울 고시원에서 공부중...
또 한 명은 내 큰아들넘 나이로 좀 늦은 마지막 학기 졸업생, 탈렌트 찜쪄먹게꼬롬 잘 생겼다.
당연 순방향은 여성들이 역방향은 남성들이....흐~ 그 누가 (아)줌마는 性이 없다고 한겨? 
그래도 부산 법대생 둘이 친구라서 왠만했지 ...자리에 앉자 말자 첨이라 좀은 어색어색, 서먹서먹....
쇠심줄처럼 늘근 나 역시 그랬는지 어쩐지...괜시리 내 아들넘에게 심퉁궂게 전화를 걸기 시도~
-"띠리리리~"
-"야 이노마야....엄마가 (첨 만나는 사람들이랑)기차를 잘 탔는지? 궁궁토안나? 니는?.....(높였던 볼륨 죽이고....)
어..그래...잘 타고 가고 있따..오이야....아라따~"
힛..실은 내 블로그 교감게시판에 황급히...전화 온 넘, 전번을 적어두기 까지 했다.
아무리 (할)줌마 라도 내겐 상당한 모험이거든,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젊은 얼라(청년)
들이랑 약속을 잡는 다는 건,
동승한 셋, 모두의 궁금점이 하나로 모아졌어 여태껏 참아왔던 오줌 줄기처럼...쏴아~~~
-"그 연세에...카페는 어떻게?"
'내 이럴줄 알았지....야 이넘들아...카페라믄 신물이 나서 졸업한지도 수태 됐다.'
-"응, 검색을 자주 하거든(점잖케..)"
바로 내 옆에 여학생(그래도 내 막내보다 어린 나이의)바로 앞의 학생보고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마도 바닥에 떨어지면 콩고물 묻는지 잽싸게도 숨표도 없이 하는 말
-"니는 대체 뭐하노? 공부가 제대로 되나? 그렇다고 컴텨를 잘하나?"
여친의 암팡진 바가지 공세에 머쓱해진....순수청년(오늘의 적극적 리더/그랬음 됐찌~
싸게 순방향으로 앉혀서 모시믄 됐쩨...을매나 더 잘 할끼고?)
'이크...화살이, 왜 그리로 튀능겨? 여시같이 이삔 여친을 두고 공부가 잘 된다믄 그기 잉간이가'
쥬스와 비스킷을 이 아짐씨 엄마가 사고...분위기 점진적 화기애매?
-"울 아부지도 데기(무척) 하고파 (컴) 하시던데예..."
-"하모 하모,,,근데 아부지 연세가? 에그 아직 젊으시네...그 게 효도야..잘 가르켜 드려...꼬옥,"
....................
-"아거들아 너거 쥬스 얻어 묵었으마...그 값을 해야제....차마 초상권값 꺼정은 안 될끼고
어디 얼라들, 손이라도 다들 내나봐라 사진 한 방 박어 보자...."
-"헤헤,,,,,야는 예 마 마구 찍어도 개안는데예~~"
여학생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두 손으로 얼굴을 수줍게 가리고 웃는 남학생,
귀엽따..이뿌다......
★별표치고 밑줄 쫘악~
중요한 것은 늘 아픈 허리로....버스도 그렇고, 실은 자리가 좁은 KTX라지만 등받이에 
한 번도 기대지 않고 부산꺼정 왔다는 그 놀라운 사실..../나 혼자서만 재미있었나?
 
 상행선 역시 ktx예매를 해야는데
오는 주말에...어디 먼데로 떠나자는 형제간들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다가 다시 고쳐먹고
주중이라(목요일)... 그냥 예매없이 역으로 나설까 하다가 한 번 맛들인 KTX 카페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주중이라 조금 한산하다.
한 팀은 이미 짜였고 나 좀 데려가 달라는 애원형이 있다.
나와 두 사람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동반석을 예매하려니 철도 회원증이 필요하다네, 
언니가 극구 말린다. 언니꺼로도 해 줄 수 있지만....지긋한 나이도 있는데...만약에 모자라면
매표구앞에서 그 무슨  볼썽 사나운 앵벌이 행세냐구...
-"서울 함께 가실래요? 무지 싸요!"  
허긴 듣고 보니 그렇다. 함께 가자던 아가씨에게 전화를 했다.
나 따로 간다고.....미안하니...그 쪽도 알아서 가라고...
그 때였다. 내 핸폰이 울려서 받아보니, 한국철도란다.
'오잉?'
-"이요조님...전에 철도회원 등록하셨다가 입금만 하지 않으셨더라구요"
'뭐셔?'
-"예..근데요"
-"지금 필요하시면 전화로 입금되고 즉시 회원이 되시는 방법도 있는데 어떨까 하구요"
바로 요 게...필요할 때....딱 맞히는 건데....가만 가만, 그랬던 사실이...나도 가물 가물 
그랬던 거인데, 내가 카페에 들락거리는 게 KTX회원확보 정보 레이더망에 포착?
해서....내 정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말씸?
.........우씨%$#^&*%$? 증말로 그런겨? 그런 세상 맞은겨??......된장~
아무튼 25,000원 철도 평생회원비 납부,
예전엔 만원이더니...
내가 귀찮아 납부 안 할 때만도 20,000원이었는데....언제 또 5,000원 올랐지?
그냥 일반회원은 년회비가 만원이랬지?
아무튼....부산역에 나가고 어쩌고 하기 싫어서 해운대역 4시 15분 발 무궁화를 예매헸다.
방금 효력있는 철도회원 번호로,
가서 보니...기껏 2,000원 깎아주더만 일반 39,000원, 난 3,7000원~
이거 완죤히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녀? 원숭이처럼 귀밑 뺨 부분을 긁적거렸다.
쪼메 기분이 그렇타. 잘 해야 몇 달에 한 두어 번 오르내리기를..../지금도 답이 안나온다. 수학엔 젬병이라놔서,
허기사 주말 늦게나 명절날 표를 구하기 어려워도 온라인상으로 방금 켄슬된 것도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전의 잇점이 있다니 믿어볼 수 밖에,
새마을호 안에서 동생에게 전화했다.
만날 때마다 괜시리 야단만 치는 나...그런 사랑의 표현 밖에 할 줄 모르는..엄한 구석뿐인,
-"미안하다....내가 야단만 쳤네"
-"아이다...언냐,,그런데 블로그에 무슨 번호가 떴더라"
-"응? 무슨 번호?"
-"제목이 철도라 되어 있던데..."
-"뭐시라.....내 회원번혼데...카드 승인번호가 철도회원 아이디라 핸폰보다 블로그가 더 손에 익어서 비공개로 저장한다는 게 그만~"
-"ㅋㅋㅋ ㅎㅎㅎㅎ 우짤끼고....관둬라, 내 가서 고칠께~ 응, 잘 있어라~ 담에 보자"
이번 주말에 만난 영감(남편)에게 카메라 뷰파인더로 재생시켜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 하는데,
-"당신....그런 거...잘 하잖아..." 
내가 그런가?
하기사...세 사람 모인 앞에 노래하기 보다 300명 모인 앞에 이야기 하기가 더 수월하니,
잘 하지 못해서 탈이지만...남의 분위기 무시하고 내 분위기 틀에 쑤셔넣어서 탈이지만,
사설치우고...고로, 걔네들도 자기 부모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엄마를 느껴 보는거지..뭐...
여행은 이래서 좋은거지~
덕분에 나 쬐끔 젊어졌다. 
氣 쫌 받았꺼등~
ㅁㅎㅎㅎ~~
21살 22,28, 내 손만 디따 늙었다. 심술로 황칠#$%%^%
다녀오고 난 뒤...울 집 얼라들 쪼께 즈들 모친께 괴로움 당했다.
-"너그는 뭐꼬? 봐라 ....돈을 애껴서가 아이고....정신상태가 된기라...갸들은...."
 
★KTX동반석은 역방향 순방향의 중앙에 있는 4인석으로, 낯 선 사람들 끼리는 좀 꺼리므로,
일반 좌석보다 35%?37%? 가 쌉니다. 단지...한 테이블(4인석)을 매입을 할 경우입니다.★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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