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주부들은

       

       오늘은 9월 14일(음력 팔월 열하루)

      며칠만 있음 추석이다.

       

      지난 주말 밤, 얼마나 잠이 오질 않던지...잠이 오지 않으면 휭하니 

      바깥 바람이라도 쏘이러 나가면 좋으련만...

       

      그의 오피스텔이다. 그는 자기가 잘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싫어하고 TV켜는 것도 싫다한다.

       

      혼자 이층에 올라가서 잘까 하다가 그가 일어나서 날 찾고 그러다가 잠을 덧들이면..? 안되지 싶어서 그냥 참기로했다.

      그냥 옆에서 가만 자는 척하고 누웠자니 환장할 노릇이다.

       

      자는 얼굴을 가만보니 그는 자다가도 여러 번 나를 확인하곤 했다.

      그 때마다 곤히 잘 자는 척...눈을 감고,

       

      푸르스름한 새벽이 창문너머로 날 쳐다볼 때야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아침에 역시나 눈이 퀭하니 들어갔다.

       

      그런 나를 편히 쉬라고 그러는지 그는 약속이 있다며 바깥으로 나갔고 나는 대낮이라 그런지 눈은 더욱 더 말똥말똥 해지기만 했다.

       

      그날 밤 10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을 붙였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목소리가 왜 그래요?"

      "응...지난 밤에  잠을 한숨도 못잤어 엄마 지금 죽겠어"

      "아! 추석이거든.."

      "왜?"

      "엄만...명절 때마다 이유없이 아픈 거 몰라요?"

      "그랬어...?"

       

      호랑이 보다 무섭던 시아버님 가신지..어언 7년 째,

      나는 아직도...내 몸은 아직도....그 스트레스를 잊지 않고 있다한다.

       

      잊을 때도 됐는데....

       

      그냥 잠이 안 온 게 아니었다. 무언가..짐을 잔뜩 진 것처럼, 고민이 켜켜로 쌓인 것처럼 괜스런 압박감에 못이긴 그런 저런 이유로 심장이 두근대며 날더러 깨어있자 한다. 여느때처럼 그냥 쿵쿵 뛰면 누가 뭐라나~ 내게 조근거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심장은 말을 못하는고로 뇌에다 전달시켜 환등기처럼 그림으로 보여준다. 무슨 스릴이 있거나...괴기 공포물도 아니면서 사람을 한껏 쫄아들게 만들며 이런 그림..저런 그림을 눈 앞에 펼쳐 보이는데 도저히 편하게 눈을 붙일 수 없었던 것이다.

       

       

       

       

      살아생전 힘에 부친 어른이셨지만  사후엔 아무런 부담감을 주지 않으시는 아버님! 찾아올 시누이도...시동생도 ..아이 손님들도 없는 독자아들(남편) 하나 달랑, 거기다가 제사도 1주기 추도예배만 드린 후, 씻은 듯이 없애라 당부하신 덕분에 실로 아무런 부담감도 없는데...

       

      나는 아직도 이런 스트레스를 겪다니~

      나완 전혀 상황이 다른 이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아직 어머님 살아계시니....양 명절이면 어른을 뵈러 오는 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계시므로 명절 흉내라도 내려면 나무새 등등..있을 건 다 있어야겠기에 준비는 대충 다 한다는 게,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다.

       

       

      내겐 시장보는 일서부터 스트레스였다.

      주부들은 무슨 난리라도 나서 한달 간 비상식량을 사 모으듯...준비하는 명절~~

       

      친구따라 등짐지고 장에 간다고....우선 김치준비부터 마련했다.  제사가 없으니...비싼 조기는 생략하고 부세를 고른다.

      이왕이면 도라지도 생도라지, 잔 뿌리가 많아야 국산이고

      토란도 흙토란을 사온다.

      나무새 하나 장만하는데도 중국산인지 한국산인지...골이 다 지끈거릴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

       

      며느리 볼 나이의 내가 이러니...

      젊은 새댁 며느리들의 심정들은 오죽할까?

       

      어른과 아이들에겐 명절

      남자들에겐 집안 간에 고스톱의 화목절

      여자들에겐 노동절이 아니다.(노동절이면 하루 쉬게?) 노동쩔이다.

      노동에 쩌는 날이라는 말씀!

       

      에혀....

       

      좀 있음...내게도 명절로 다가 올 날이 머잖았는데...

      노동쩔에 쩔 미래의 젊은 새댁(며늘아기) 생각느라....

      짐이라도 들어 줄 요량으로 혼자서 미리 구상하느라 불면증에 또 시달릴...

      나는 펴엉-생을

      노동쩔에 쩔어서 살아가야 하는 슬픈 낀세대가 정녕 맞을진저....

       

       

                      이내 팔자~에고고 통재라!

                      아니쥐 곧 죽어도 긍정적 사고!

                      얼쑤, 좋을시고!

                      아으 다롱디리~

       


       

         

               2005,9월15일(팔월 열 이틀)

               이 글 올린 오늘 밤, 역시~/2시 12분

               .......

         

               지금은

               아침 8시, 역시 지난 밤을 하얗게 밝히다.
         


 

 

 
 
 
 
 
 
 
 
 

 

     



     

    사랑 - 바이올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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