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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마루는 나이테가 없다 / 차주일


        
        딛는 순간 앙다문 울음소리 들린다
        숨겨둔 현(絃)이라도 긁힌 양 온몸으로 파장 받아내며
        최소 울음으로 최대 울음을 가두었다
        증조모의 관을 떠멘 걸음 삭풍처럼 휘어 받고
        네발 아기 걸음을 씨방처럼 터뜨렸다
        발자국 없이도 걸어가는 시어미 심사가 붙은
        종가의 대소사를 활대질로 다 받아주면서
        얼마나 울어 지운 것인가
        오래된 마루는 나이테가 없다
        어머니는 아직도 마루에서 주무신다
        봄볕은 모로 누운 어머니를 마루로 여기는 듯
        축 늘어진 젖통을 눈여겨보지 못한다
        걸레질로 지운 나이테가 파문처럼 옮겨 앉은 몸은
        걸레를 쥐어짜듯 뒤틀려 있다
        모로 뒤척이는 몸에서 훔친 자국 같은 그림자가 밴다
        닦을수록 어두워지는
        어두워질수록 빛나는 마루의 속을 이제야 알겠다
        걸레의 잠이 끝나면 마루 또한 잠들 것이다
        제 그림자 숨겨둔 현 지울 때까지 울어재낄 것이다
       
                      시작 (2005년 가을호)


   
 

 
차주일 시인
1961년 전북 무주 출생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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