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피고 청보리 물결치면 놀러와~
그랬던 친구가
진달래도 피기 전에
청보리밭 이랑에 물결치는 모습도 보기 전에..
정말 죽고 싶단다.
봄이 오도록 너무 지루해서, 가슴이 답답해서..
바다가 보고싶단다.
"왜? 너 죽을 때 다 됐니?"
"드라마에 보면 꼭 바다에 가서 죽더라..넌 왜 모르니? 천국의 계단에서도 그랬고..
가을동화, 겨울연가, 모두 바닷가에서 봉사가
되거나 다 죽었어"
"왜 있잖아 손창혼가 하는 연극배우 알지? 얄개씨리즈에도 나오던 걔도 시립병원에서
행려 병자처럼 보호자 없이 죽어가며 마지막 소원인
바다가 보고 싶대더라..
티븨에서 봤어...마지막 초췌해진 얼굴로.... 그러다가 바로 걔 죽었어...
그 때 나라도 달려갔어야
하는데..참,
우째 그런 소원 하나 들어 줄 인간도 읍냐... 참말로 세상은 야박혀~"
"내 니 소원이라믄 들어주께.. 그래 가자 가"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까지 꺼.. 가자! 그래,"
"이왕이믄 동해로 가까?"
"그래 그래 요즘은 서해에서 일출보고 동해에서 일몰 본대더라 우리도
그래보자 머... 그래 그래.. 네 소원이라믄..."
. . . . . . . . . . . . . .
내일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가야 할 내가 지금 이러고 있다.
잠이 하얗게 달아났다.
아마도 내일 만나 볼 바다는 하얄 것만 같다.
..............
'과연 바다는 사람들에게 무엇일까?'
.
.
.
나도
솔직히 두려워,
바다를 만나면
언젠가
모래톱에 손으로 꼭꼭 토닥여 만든
달팽이집, 그 속에 묻어 둔
그.리.움.하.나.
아무도 모르는...
밀려 온 바닷물에 스르르르....
풀려나는 그 광경을 꼭 만나 볼 것만 같아져서,
2004년, 3월 9일.
해운대/2002년 12월 밤바다
..........................................
바람과 말, 그리고 불!
오늘,
새벽길을 나섰다.
친구를 픽업해서 반가움에...깔깔거리며
하현으로 기운 창백하게 둥근 달을 보며 가다가
이내 길에서 눈부신 일출도 보며,
진부령 넘어서 속초 가는 길은
아침 햇살에 눈마저 부셨다.
차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도타웠고 해서 선글라스도 필요했었다. 그랬는데...
송지호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거의 12시, 영동지방은 이번엔 눈이 안 와서,
피해가 없었다고 배시시 안도의 웃음을 담는 식당
아주머니,
점심을 먹는 중에 황사바람의 음흉한 조짐이 슬슬 또아릴 트기 시작하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다가 전기도 나가고..입이 깔깔해서 회맛도 입맛도 없고
시속 9.1 Km의 강풍은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해서 바깥으로
나와보니
막상 나를 날려버리려 작정한 듯..바람에 저항을 받은 발걸음은 제대로 뗄 수 조차 없었다.
아니,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바닷가 공사장엔 돌이 날아와 차가 대 여섯 대나 유리가 깨졌다는 말이 없어도
바다 보러 간다는 말은 입에도 걸지 못했다.
큰 도로 외엔 차도 다니지 않았다.
잠깐 다리 위에서 바깥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먼-바다 사진을 두어 장,
분명 성난,
황사로 뿌연 바다를 찍었는데...그냥 스틸이다.
사진 속 풍경은 정지해있는 그저 그런 그림이었다.
한계령을 넘으려.. 아야진 쪽으로 신호를 받으려는데..
어떤 억센..악마의 힘으로 차를 곧이라도 뒤집을 듯 요란스레 흔들고,
해서 신호를 받으며 Parking에다 두고서 빨리 신호가 떨어지기만 학수고대하는데
차는 마치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홀라당 뒤집어 놓을 듯이 핸들
흔들림이 심하고 얼마나 불안한지...
전깃줄이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신호등과.. 이정표가 뿌리째 뽑혀 우리를 덮쳐올 듯 마구 흔들 흔들거리고..
마른날의 폭풍..정말이지 더 무서웠다.
간판이 떨어져서 흉기가 되어 차도에 나뒹굴고...언덕배기에선
나뭇가지 잡초 건초 덤불 덩이가 차도를 마구 미친듯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쇠파이프가 나뒹굴고..도로 공사 표지판들이 도로에서 마구 뒹굴며 난무하고...
긴......비닐이 춤추듯 날다가 전봇대 허리에 걸려서 펄럭대다가 또 다시 어디로 날릴지 모를....
손이 벌벌 떨려...핸들을 잡은 양손엔 힘이 꽉 주어졌다.
곧이라도 내 차는 밀리듯 날려서 중앙 가드레일에 부딪힐 것 같았어
황사는 짙은 안개처럼 앞을 가렸다. 이러다 과연 무사히 집에까지 갈 수가 있을까?
그 때.. 산불이 난 연기를 보았다. 잠시 후 라디오를 통해
그 산이 청대산 이라는 것도 알았다.
차라리 폭설이 내렸더라면 이렇게 큰불은 없었을 것인데,
바람에 날리는 산불, 연기는 옆으로 길게 누워 흰 산 그림을 두어 개 더 그리고 있었다.
한계령에 어느 정도 들어서자 그 무서운 폭풍은 일지 않았지만
그제야 나는 놀라면 언제나 느끼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배가 아프기 시작하고..
한계령 고개를 넘어서자..바람은 좀 불지만 꿈처럼 폭풍의 블랙홀을 빠져나왔다.
라디오 뉴스에서는 민가 세 집을 태웠다더니... 좀 더 있다가는 열 집을 태웠다는 시시각각
전해주는 소식에 마음은 더없이 착잡했다.
........................
옛 어른들 말씀이 불은 맞불로 잡으랬는데...(오늘 고성군에도 불이 났었음)
지천명을 넘은 (아)줌마 우리 둘,
왠 봄바람 씩이나 몰고... 속초 바다보러 가더니...참 고소하다..그치? 하며
역쉬
바람은 바람이 잡아주누만,
성난 바람 보니 차암 무섭지? 이제 두 번 다시는 칭얼대지 마! 하며 어르듯 달래는데,
웬걸 맹하고도 미욱한 나, 어쩌나...
친구가 가슴이 답답해 그렇게 죽을 만큼 보고싶어 하던 푸른 바다는
장방형 blue
paper의 상징에 지나지 않았음을 내 어이 진작에 몰랐을까?
오늘 오전은 라디오 뉴스 내내....
탄핵안과 사과요구...의 회오리바람 같은 말... 말... 말들...
서로 한
발짝씩만 양보하면 어려운 매듭이 쉽게도 풀릴 것 같은데...
무성한 말은 진솔한 말로서 풀면 될텐데....
오후 뉴스는 청대산 산불이야기로...
바다에서 돌아오는 우리 둘은 바다 닮은 시퍼런 멍이 든 채로..우울했다.
갑신년,
올해의 국운은
갑신정변이 있었던... 그냥 넘기지 못하고 말썽만 많은 갑신년이라는데,
여자인 내 눈에도 아주 적은 량의 철근이 꼴시럽게 얹혀 가는 큰 트럭들만 눈에 들어온다.
왜 모든 게 이리 답답하지?
보닛 위로는 황사모래 알갱이들이 후드득거리며 뒹굴고,
줌마, 둘~ 가슴에도 여지없는 뿌연 황사바람이 버석대며 몰아쳤다.
이요조
2004년 3월 10일.
막상 차를 세우고 다리위에서 찍었던 바다사진은 작업중, 카메라에서 삭제 당했다. 내 문서에는 옮겨지지도 않았고...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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