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아름다운 까닭


 
12월 25일, 을유년 지는 해의 일몰을 보기위해 영종도를 달렸다.

인천 공항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다 보면 일상의 피곤이 차창 밖으로 날아가는 듯 하다.

영종대교  위에서 순간 차가  미끈했다.

어! 왜 이러지?

순간 영종대교 진입 전에 영종도엔 강풍운운 하부도로 이용하라는 전광판이 요란했지만 무시해버렸더니...

(일본은 이 날, 북부지역 특급열차가 눈보라와 돌풍에 탈선 전복 열차 승객과 승무원 33명이 숨졌다는데)

안고 달리는 바닷 바람이 무척 드쎈 모양이다.

인천공항 부근에 다다르면 머리위를 이착륙 비행기의 낮게 나르고 있는 신비한 모습을 쉽게 보며 20여분 남짓이면 내달을 수 있는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의 일몰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노을은 언제나 변함없는 그대로다.

마지막 가는 해의 특별한 의미만 부여하지 않는다면....

 


 
뜨는 해에 환호하고 들떠 있었다면 지는 해에는 겸손해지고 고요해진다.

노을 앞에서는 말보다 눈빛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더 사랑스럽다.

사랑하는 이에게 차마 건네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사랑하는 이와 더불어

노을빛 고운 겨울바다로 가자.

 

 

 

오늘 나들이는 우리 부부의 2005년 마지막 동반 외출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애틋해지는 부부의 정을 감사드리며 한 해를 접는 일몰여행이다.

............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을 지나고 공항 서부도로를 한참 달려갔다.

얼마나 정 서쪽으로 향하는 행진인지...

비탈진 언덕배기를 오를 때에는 서쪽으로 비낀 해에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는 조개구이를 먹으며 한 잔한 덕분?에 운전은 내가 하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글로브 박스에 든 남편의 도수가 든 선글라스를 착용할 수도 없고 매 순간  부신 해가 정곡을 찔러 눈 앞이 캄캄하게 아뜩해 본 운전은 실로 처음이었다.

서쪽 해안도로를 여행할 때는 계절에 관계없이 선글라스를 필히 준비할 일이다.


일몰 시각은 5시 25분P

5시경에 을왕리에 바닷가에 도착했다.

거쎈 바람에  평소 잔잔한 서해 바다가 큰 너울로 굼실대는 모습이 실로  두려움 속의 장관이었다.

풍랑에 이는  너울의 파장이 얼마나 길고 큰지 서해바다가 거꾸로 통 채 엎질러지는 것 같아 보였다.

 

 

다른 차들은 선착장 방파제 끝 부근에 다다랐지만 모두는 차 밖으로 나올 엄두도 내지 않고 그냥 돌려 나갔다.

나는 이 전율이 돌도록 기이한 풍경에 미친듯 카메라를 들고 바위 쪽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내 등 뒤에서 뭐라 뭐라고 크게 고함 치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의 절반은 쨍한 추위에 묻혀 지워지고

나머지 절반은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한참을 달리다 뒤를 보니 차 있는 곳으로 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의 고집을 꺽을 수 없음인지 아예 시동을 끄러 달려가는 것 같았다.

나는 거짓말처럼 언제 무거웠던 노구의 몸이었나 싶게  잽싼 다람쥐마냥  매끄럽게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아! 일몰이다.


완전한 서해의 일몰이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대 이상의 일몰 풍경이다.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바위를 오르내리며  단지 카메라가 걱정되었을 뿐,

굴 껍질이 날카로운 갯바위들을 건너뛰며 가로질러 거침없이 다른 곳으로 또 다른 바위로 이동했다.

 

 

 

바닷가 바위위에는 쌓인 눈이 빙벽으로 변했고 체감온도는 아마도 영하 20도는 되었지 싶었다.

벼랑위에 올라가는 나에게 뭐라고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리는 남편,

나는 되돌아 내려 가서는 내 목에 걸었던 스카프를 벗어 시리다 못해 빨개진 남편의 귀에다 둘러 주었다.

바위 사이로 내가 안보이면 걱정할세라 잠깐씩 모습을 내비치는 아량의 베품도 잊지 않으면서....

 

나는 지는 해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내 몸은 가벼웠고 내 발 걸음은 사뿐거렸다.

일몰과 함께 석양속의 군무를 추느라 내겐 추위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남편은 매서운 추위를 이기려고 그러는지.. 아니면 석양을 스포트라이트 삼아 한껏 목청을 돋궈 유행가 같은 엉터리 노래를 큰소리로 부르며 용을 쓰고 있었다.

 

 

참으로 우리들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노을빛이다.

언제나 자연은 장엄하지만 똑 같은 장소라도 시각에 따라 태양의 조명에 따라 그 분위기가

생경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일상에 쫓겨 쉽사리 만나지지 않을......노을빛 고운 찰나,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석양의 조명을 눈부시게 받고는 마치 무대에 선 캐릭터 분명한 주인공같은 모습이다.

무언의 살아있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할 석상들의 모습이다.

추위? 무슨 상관이랴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엑스터시의 전율에 마구 떨고 있었다.

내 평생 이렇게 황홀한 일몰을 만나 보게 되다니...

 

 

 

파도가 치는 바위 가까이에도 내려갔다가

석양에 비친 바위를 찍다가.... 더 잘 찍으려

“혹시 내가 안 보는 사이에  해가 바다로 빠질라믄 꼬옥 붙들고 있어여~” 하고는

바위 모습을 더 잘 잡기 위해 뒤로 물러나다가 그만 바위틈에 뒤로 벌러덩 주저앉고 말았다.

일순 몸이 접어지듯 갯바위에 뒤로 허리가 푹 접힌 채 꼬꾸라졌다.

순간 바위에 카메라가  탁 부딪혔다.

이런! 카메라 작동이 되질 않았다.

아직은 더 멋진 일몰과 더 멋진 바위를 찍어야 하는데,...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 추울 줄 몰랐고 바닷가에 가까이 다가가리란 생각도 못했었고 

장갑도 없는 보통 입성으로 더 이상 강추위에 노출되어 움츠러든 그를  더 이상  힘들게 할 수는 없는지라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서둘러 돌아 나왔다. 

그 순간 주저앉을 것처럼 아찔한 정신이 몽롱해지며 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핑-도는 정신을 겨우 바로 잡고 내가 자초한 일이라 아무 내색도 못하고  급히 차에 오르자 

거추장스런 윗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만큼 시동꺼둔 차도 천국처럼 따뜻했다.

 

선착장 방파제를 서서히 나오며 정말 물속으로 침몰하는 일몰을 찍지 못한 아쉬움에 자꾸만 뒷덜미가 켕기는

돌아나오는 방파제 초입에 다다르니 우회전 도로로 선뜻 진입하기가 어렵다.

갑자기 웬 차들이 이렇게 많지?  금새 나는 그 행렬이 일몰을 보고 빠져나오는 차량들인 걸 알았다.

"아하! 바로 저기 왼쪽이 주차장 이였구나, 그 곳에서 사람들은 차안에 앉아 수평선으로 지는 석양을 편안하게 본 후 빠져 나오는 차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나도 자라처럼 목을 쑥 빼 올려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좀 점만 해도 말짱했었는데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검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물 속으로 빠져들듯 잠기는 일몰의 장관은 막상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석양의 불그레한 잔명만 검은 구름사이로 아쉽게 비춰지고 있었다.


마음이 순간 흡족한 것이 그 곳에서 편히 석양을 본 사람들 보다는 힘들고 추웠지만

험한 바닷가, 바람 드센 곳까지, 위험한 바위언덕까지 올라가서 일몰을 보고 온 나의 마음에 견줄까?

순간 會心의 미소 같은 것이 온 몸을 근질거리며 피어 올라왔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운전을 하며 키득거렸다.

남편에게 동행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바로 하면 좋을 텐데... 빙-빙 돌아 우회하면서그 뜻을 어렵사리 내비췄다.

 

혹시 빙판벼랑이 위험할까봐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나의 신변감시를 하느라

“안돼! 내려와~”

"거기는 위험하니 그만 올라가!"

잠시라도 시야에서 벗어나면  "여보! 어디 있어~~?" 고함을 질러 확인하기도 해주는,

 

그의 오랜지기인 죽마고우를 빗대어서

"여보! 오늘, 있잖아~ 아마 종두씨 같았으면 마눌에게 "니~ 미칬나? 지 정신이가?" 하며 새우눈으로...

구박 꽤나 엄청했을 텐데..그치?"

(실은 그들 부부애정엔 이상이 없지만, 갱상도 사나이 종두씨 특유의 몬말리는 애정표현법이기도 하다.)


 

 

................


우회적인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차 안에서 언 몸이 차차 녹아가는 기분 좋은 나른함 속에 남편과 저는 신나게 웃어젖힐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핸들을 잡은 제 손바닥이 따끔거려 보니 갯바위에 찢겨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어느새 훌쩍 예순이라는, 황혼을 전후한 중년의 나이인 우리 두 부부 그이의 나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한 갑자 채웠습니다.

지는 해, 석양이 아름다울 수 있음은  삶이 고해이듯,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꽁꽁 언 얼굴과 손을 서로 눈길로라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애틋함 안쓰러움~

우리도 이제 서서히 우리의 소임을 다 마치고 서로에게 그 마음을 편히 기대 뉘일 수 있을 즈음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합.니.다.

차마 정면으로 마주 못 볼 눈부신 황금 노을에다

그 사랑, 또박 또박 새겨봅니다.

 

 

글/사진: 이요조

2005,12,25



 

 

 

 

승용차로 영종도 → 용유도 가는길

130번 도로로 (인천국제공항도로)계속 인천국제공항 방향으로만 오면된다. 

 신공항(인천 영종도) 톨게이트에서 도로비를 지불하고 정확하게 22km지점,

바로 오른 편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여객터미널로(직진)곧장 가지말고 용유 ic로(무의방향) 빠진다.

 

오른쪽으로 인천항을 끼고 가다보면 삼거리 길이 나온다. 좌회전은 잠진도 무의도 실미도 방향, 무시하고

계속 직진하다 보면 구부정히 오른쪽으로 휘어진 길이 동네길로 접어드는 듯...다시 넓은 길 '공항서부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이정표를 향해 가다보면 (죄회전)을왕리 해수욕장과 왕산해수욕장들이 차례로 나온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공항이용객의 정시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감안하여 지역간 통행 기능을 배제하고 오직 인천국제공항 방면으로만 통행이 가능한 인천국제공항 전용고속도로 입니다. 즉,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하면 중간에서 김포공항이나 인천지역 등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6~8차선으로, 총연장은 40.2km (방화대교 ↔ 인천공항)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진입로 현황 (5개소의 진입로)
- 은평, 마포 등 서울의 북서부 지역 : 강변북로 및 자유로와 연결되는 북로JCT
- 강남, 서초, 영등포, 여의도 등의 지역 : 올림픽대로와 연결되는 88JCT
- 김포공항 및 강서지역 : 김포공항IC
- 김포, 부천, 시흥, 일산 등의 지역 :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노오지JCT
- 동인천 및 서인천 지역 : 북인천IC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통행료
구분 서울(신공항영업소) 인천(북인천영업소) 대상차량
경차 3,200 1,600  - 800cc 미만차량
소형차 6,400 3,100  - 2축 차량 (윤폭 279.4mm 이하)
중형차 10,900 5,300  - 2축 차량 (윤폭 279.4mm 초과)
대형차 14,100 6,800  - 3축 차량
신공항하이웨이(주) (http://www.hiway21.com)

*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문의 : (032) 560-6100

 

 

일반 대중교통 이용

 

서울에서 가는길(영등포 경방필) : 301번
영등포역-영등포시장-선녀바위-수산진흥청-을왕리해수욕장입구

을왕리 첫차 : 04:05 / 영등포행 막차 : 22:05
소요시간 - 01:20 / 차비 - 현금 5,000원 , 카드 4,500원 / 학생 3,000원

 

 

월미도 영종도행 배편 이용
  
   월미도에서 영종도로 들어가는 카페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시간 있다.
       (일반 750원, 승용차 7,500원)
       영종도 배터에서 버스 수시운행, 또한 자가용으로는 영종도 선착장 ~ 영종중학교
       ~ 운서삼거리 ~ 삼목도 ~ 용유도 ~ 을왕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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